1. 왜 스웨덴인가?
우리는 지금 기존의 국가발전 방식을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래 공공복지, 노조의 경영참여를 포함하는 사회민주주의적인 주장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발전방식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주장들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사회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스웨덴입니다. 따라서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을 가져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사회민주주의의 결과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스웨덴의 지식인인 닐스-에릭 샌드버그가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평가한 것을 살펴봄으로써, 스웨덴의 현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스웨덴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스웨덴에서 산업화는 19세기 중반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스웨덴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가 광범위하게 입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발명과 혁신에 기초한 많은 기업들이 설립되었으며, 이 기업들은 고속성장을 거듭해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스웨덴의 초기 산업화 기간동안에 기업활동을 활발하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첫째, 낮은 과세율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전에는 세율이 8%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에 세율이 인상되기는 했지만 소득의 12∼13% 정도만을 세금으로 납부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매우 강했습니다.
둘째, 해외로부터 기술과 자본이 유입되었고, 이것은 소비적인 분야가 아닌 철도 건설 등과 같은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되었습니다.
셋째, 자연조건을 이용한 발명과 혁신이 계속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수력발전을 이용하여 고압직류 전송기술과 같은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넷째,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이 낮은 농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2차 산업이나 서비스 업종으로 노동력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다섯째, 국내시장이 협소했기 때문에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이 불가피했고, 이러한 발전에 적합하도록 기업의 규모와 유연성을 확대하는 산업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적용한 결과 스웨덴은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세계에서 전투기 생산이 가능한 몇몇 국가들 중 가장 작은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스웨덴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서유럽의 재건을 위한 자본재를 주로 조달했습니다.
3. 1970년대 이후 - 중도노선Middle Way이 가져온 것은?
1950년대에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3.4%를 기록하였으며, 1960년대에는 4.6%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스웨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계속된 원가위기cost crisis를 겪으면서 2%로 하락하더니, 198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실물 및 금융시장의 붕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지속되었습니다. 파산은 다섯 배나 증가하였으며, 실업률도 2%에서 무려 8%로 급격하게 상승하였습니다. 스웨덴 수출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정부의 해외차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투자비율인 투자율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자발적 실업, 다양한 고용훈련프로그램에의 참가, 명예퇴직, 혹은 안락한 쉼터를 찾아 노동시장을 떠났습니다.
어떤 메카니즘이 복지국가의 생산기반을 이렇게 약하게 했을까요?
4. 사회민주주의가 의미했던 것은?
1932년에 노동조합과 공생관계에 있는 사회민주당이 집권한 이래, 스웨덴의 정치적 사고체계는 사회민주주의에 의해 지배되었습니다. 사회민주주의는 그 근원을 마르크스주의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급진적인 혁명을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목표는 오랜 기간동안 주된 사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회민주당은 기업가들의 재산을 몰수하지 않는 대신에 그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기업가들을 무력화시키고 부분적으로나마 그들의 재산을 압류하고자 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스웨덴에서 기업은 사회화되지 않았지만 소득은 사회화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래로 과세율이 급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조세의 폭(scale of taxation)은 더욱 넓어졌고, 한계세(marginal tax)도 증가하였습니다. 여기에 간접세가 추가되었습니다. 결국 스웨덴에서는 저소득층 소득의 60%, 고소득층 소득의 65%가 세금으로 부과되었습니다.
세금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공공부문의 팽창으로 이어집니다. 사회민주주의의 이러한 특징은 케인즈적 경제정책과 쉽게 결합되었습니다. 그러나 외국과의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웨덴과 같이 작고, 개방된 경제사회에서 케인즈적 정책은 무역수지 적자의 심화라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 정부가 가족수당을 인상하여 수요를 자극했을 때, 그 수요는 스웨덴 철광석의 판매증가가 아니라 일본제 TV의 판매증가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민주주의는 집단주의(collectivism)적인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개인예금을 집단화시키는 방법으로 국민연금제도와 국가사회보험(의료보장보험, 실업보험 등)이 도입되었습니다. 아동의 보호도 부모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이루지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 집단적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사회민주주의는 평등을 강조하는데, 스웨덴에서 평등이라는 개념은 불공정한 소득의 격차나 불공정 자체에 대한 반대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차이`도 참을 수 없다는 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평등의 개념은 개인적인 선호도의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주택을 고를 때에도 개인적인 선호는 무시되었고, 임금도 균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정부가 저축에 대한 동기와 능력을 제거시켜옴으로써 낮은 저축률이라는 필연적인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투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투자율(investment ratio)은 1960년대 중반 24%에서 현재(1995년)는 14%정도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자본의 축적과 생산에 동시에 기여하는 신규투자는 1970년에 GDP의 16%에서 1996년에는 2%로 감소했습니다. 연금과 질병수당, 실업수당 등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저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덴은 주식저축에 대해 다른 형태의 저축이나 소득에 비해 훨씬 많은 세금을 부과해 왔습니다. 이윤분배에 대한 세금은 85%에서 92%에 달했습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사유재산 소유를 결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기업이윤의 배당을 거의 몰수하다시피 하는 이러한 과세제도는 기업의 이윤이 새로운 사업분야에 투자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즉 주주가 이윤의 분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이윤은 기업 내에 잠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으로부터 유망한 산업으로 이윤이 이동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으로 인해 현재 스웨덴은 인구의 20%를 넘는 백만 명의 사람들이 직업이 없거나, 노동시장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실업현상은 과도한 최저임금, 소득에 대한 과도한 과세, 과도한 실업급여 등으로 인해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제는 성장동기의 약화, 경제의 유연성 상실로 인해 쇠락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덴은 지난 1세기 동안 번영과 쇠락을 차례로 경험했습니다. 각각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것을 유발한 정치적·이념적 요인이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이러한 경험이 오늘의 한국에 전해주고 있는 메시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리 : 박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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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닐스-에릭 샌드버그, 『스웨덴의 실패 이야기』, 이야기시리즈 제20권, 자유기업센터,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