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의 한국인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에 대해 정부는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하여 대응을 했고, 미래통합당에서는 이를 강도높게 비난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내용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총선용 반일감정으로 국민을 선동한다는 주장이다.
2. 그 주장에 근거가 되는 내용은 두 가지가 담겨 있었다.
"중국에는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왜 일본에만 대응하는가?"
"대외 교역량 3위 일본에 대한 이번 조치로 당장 수출 수입길이 막힌 우리 기업들이 큰 낭패를 본다"
미래통합당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 보자.
3. 먼저 중국에는 할 말을 못하면서 일본에게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중국인은 애초에 비자를 받아야 한국에 입국이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제주도만 관광산업과 투자유치의 목적을 위해 비자면제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중국에 확산되면서 제주도 비자면제는 중단되었고 중국인의 비자발급은 강화되었다. 심지어 재외동포(조선족)에 대한 비자발급의 요건도 대폭 강화되었다.
4. 여기에 한국 정부에서는 14일 이내에 후베이성 방문 이력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도 전면적으로 금지 시켰다.
한국 언론에서 한참 떠들던 ‘전세계 133개국 중국인 입국금지… 한국 안하나 못하나’라는 기사가 완벽한 가짜뉴스인 것이 자신들이 기사에서 인용한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자료에도 한국은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 리스트 133개국 중에서 45번째로 이미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5. 여기에 중국정부에서도 해외여행 단체모객에 대해 제한을 걸었기 때문에 중국인의 입국은 사실상 이미 조치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중국인에 대한 1월 비자 발급은 14만건이던 것이 2월 들어 2,800건으로 대폭 줄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한국발 모든 승객에 대해서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 이는 17개 광역 지방정부에서 취한 조치다.
6. 아예 비자발급을 막거나 '한국인 입국금지' 같은 조치는 없다. 심지어 중국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2개월간 자동 체류 연장까지 실시했다.
중국에 있다가 외국에 나가 격리되는 불이익을 당하거나 혹은 비자 연장을 위해 이 시국에 고생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꽤 합리적인 조치이고 비자 만료가 다가온 나도 현재 그 혜택을 받는 중이다.
즉 한국과 중국의 입국 제한이라는 조치만 본다면 한국이 중국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7.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한일 양국은 상호 비자 없이 자유롭게 왕복이 가능했는데 전격적으로 일본에서 이를 막아 버렸다. 심지어 우리 정부와 사전 논의도 없었다.
일본 외무성의 공식 발표를 요약하면
첫째 한국 및 중국 국적자가 3월 8일까지 받은 모든 비자는 무효 (멀티 비자도 정지가 되어 유학, 공연 등으로 일본 내 활동을 위해 발급 받은 사람들도 새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둘째 한국, 마카오, 홍콩 여권 소지자의 무비자 입국은 3월 말까지 정지 (이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무비자 제도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세째 한국과 중국을 경유한 일본인도 격리대상에 포함한다.
8. 일본의 조치가 왜 문제인 것일까?
지난 14일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제한이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이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보름 전에 (한국이 아닌) 외국에 출장을 갔다면 일본 입국이 제한되는데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동일하게 타국을 방문했다가 일본에 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한국이 아닌 다른 외국에 거주하다가 일본에 가는 한국인도 제한을 받는다.
즉 한국발이 아닌 한국인에 대한 제한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9. 일본의 이런 조치는 방역과 무관한 완벽하게 '정치적인 조치'라고 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아베가 왜 이런 정치적인 조치를 취하는지 설명하자면 길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일본 우익은 위기에 빠질때마다 한국을 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10. 가령 지금 코로나19로 난리가 난 이탈리아, 이란 여권 소지자의 3월 8일까지의 비자 효력 정지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은 완벽한 정치적인 조치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노골적인 정치적인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일본 대사 초치 후 외교 상호주의에 입각한 동일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대응을 한 것이다. 도리어 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굴욕외교에 해당하는 것이다.
11. 자, 이번에는 미래한국당이 주장하는 한국 대외 교역량 3위에 해당하는 일본과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무역협회의 홈페이지에 가서 통계를 살펴 보았다.
한국이 무역을 통해 독보적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중국 한국이 무역을 통해 독보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일본
대 중국에 대한 2016년부터 누적 무역수지? 1,667억 달러 흑자 대 일본에 대한 2016년부터 누적 무역수지? 954억 달러 적자
엥? 미래한국당 주장과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온다.
12. 그러니까 미래 통합당의 주장은
압도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외적으로 중.국.인.입.국.금.지 라는 것을 알려서 외교 및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라는 것이고…
압도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일반적 상.호.주.의도 취하지 말고 굴욕을 견디라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에 계속 적자를 기록해야 하는데 이번 비자 상호조치로 인해 일본에 대한 적자폭이 줄어들까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미래한국당, 도대체 너희들의 정체는 뭐냐?
13. 나는 ‘토착왜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415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좀 지나친 선동성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의 논평을 보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다시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아닌 일본 정부를 너무도 위하는 마음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모른 척 하기도 힘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