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유는 매일 눈팅만 하다가 익명으로 글 하나 쓴건데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릴 줄 몰랐어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일단 어제 새벽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가, 남편이 그 여자분에게 보낸 대화를 캡쳐해서 남편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카톡을 했네요
니가 어떤 마인드로 이 결혼에 임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8년을 사귄 여자친구
너의 아이를 가진 여자
그리고 결혼을 일주일 앞둔 약혼녀인 나를 두고
너는 뒤에서 뭐라고 하고 다녔는지 봐
(+ 부가적 상황설명:
예전에 그 여자네 커플과 저희 커플 넷이서 술을 마신적이 있었는데
저는 그 여자분께 아버지가 없는줄 모르고.... 아버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펑펑 울더군요.
저는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거듭 사과를 했고. 그 당시 남친은 저에게 몇날 며칠동안 제가 말을 함부로 했다며 타박을 줬지요.
그때 제가 남친에게 말했습니다.
'걔한테 아버지 없는 줄 모르고 한 말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그리고 내가 사과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잔소리도 한두번이어야지
도대체 사흘 내내 똑같은걸로 잔소리하는 이유가 뭔데? 너 그 여자가 그리 좋으면 가서 사겨달라고 매달려라. 그 말 못하겠거든 내가 말해줄까!!'
너는 분명 그때 내가 하라는 대로 했었어야했다. 그 여자가 그리 좋았으면 그 여자에게 고백을 했었어야했다
그런데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8년내내 단 하루도 빼놓지않고 나를 만났고, 수년간 결혼하자고 졸라댔다.
너는 그때 왜 그여자에게 고백하지않았을까? 무슨이유에서였나
내가 그 여자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 여자는 돈 많은 남자만 만나니까?
혹은 날 오랫동안 만나온 정때문에?
이유가 무엇이건간에 니가 저지른 행동은 나에게도, 상대방의 남친분께도 예의가 아니었다.
너의 무식함과 비양심에 치가 떨리고 소름이 끼친다.
이런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너무 비참하다. 니가 너무 싫다.
그리고
너는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가 힘들어지는게 불만이라고 그 여자에게 말했지
내 앞에서는 안정된 결혼생활을 위해 저렇게 하겠노라 본인 입으로 먼저 말해놓고
내가 집에 돈 많이 가져오라고해서 회사 성장이 더뎌지게 생긴 꼴로 보이게 만들어놨더군.
(남편은 사업가입니다. 굉장히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고 워커홀릭입니다.)
너에게 그게 불만이었다면 나도 할 말이 많다.
너도 잘 알 것이다.
내 나이 스물여덟.
가진것이라곤 쥐뿔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교 합격증만 들고 빈손으로 서울로 상경한 나는
생계형 알바를 하며 학교 다니는 내내 생활비만 벌었고
스물여섯에 취직하고 지금껏 미친듯이 일만하며 살아왔다.
스물일곱살. 아파트는 아니지만 꽤 넓직한 오피스텔에서 비싼 월세내며 살 수 있게 되었고
스물여덟살. 이제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돈 좀 모으나 했다.
돈 열심히 벌어서
해외여행도 한번 가보고 싶었고
내가 번 돈으로 넣은 적금도 한번 타보고 싶었다.
나 돈 이만큼 모았다며 가족들한테 자랑도 해보고 싶었다.
제주도 여행 한번 못 다녀온 부모님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었다.
너무너무 하고 싶은게 많았다.
그치만 지내다보니 아이가 생겼고 몸매는 점점 망가져 가고 움직이는 것도 점점 힘들어졌다.
아이를 가진 대가로 나 역시 많은걸 포기했다.
그래도 너랑 잘 살 수 있을거란 믿음 하나만 가지고 살았다.
날마다 어떻게 돈을 모아야 전세금을 빨리 모을 수 있는지 머리를 쥐어짜고
퇴근 후에는 불편한 몸 이끌고 매일 장을 보며
잘 못하는 요리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산부인과도 남들은 전부 남편이랑 손잡고 같이 오는데 난 항상 혼자 다녔다.
왜 남편이 안 오냐고 화내는 의사쌤 앞에서 멋쩍게 웃는 것도 이젠 민망하다.
그래도 바쁜 너니까. 단 한번도 와달라고 조른적 없고 어쩔수 없겠거니 생각했다.
내가 뭐가 부족했던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항상 너한테 최선을 다 했는데 너는 어쩜 뒤에서 저러고 다녔는지
.................................
(생략)
카톡을 보낸 뒤 남편이 당장 퇴근해서 와서 싹 싹 빌고 있습니다
저는... 할 말은 카톡으로 다 보내놨으니 지금은 너랑 말을 섞고싶지 않다고 하고 방문닫고 들어와있어요...
제가 할 말도 다 하고 남편이 싹싹 빌고 있으니 다행이긴한데
이 마음에 앙금이 언제쯤이나 녹아내릴지
그 대화들이 언제쯤이나 제 머리속에서 지워질수있을지
임신해도 우울한줄도 모르고 지내왔는데
어제 오늘은 너무 울적하구 힘드네요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제 넋두리 들어주시고 덧글 달아주신 오유님들 거듭 너무 감사드려요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는데 익명게시판이 이럴땐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