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로 봉쇄된 중국 우한과 인근지역에서 우리 교민과 유학생 701명이 전세기를 통해 무사히 귀국했다. 중국 현지에서 귀국지원을 맡은 정다운 경찰 영사는 "마지막 전세기 333명 무사 탑승후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며 "이제 저는 여기 남은 교민들을 다시 챙겨드려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영사는 지난 1일 자신의 위챗 모멘트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이광호 부총영사와 주태길·이충희 영사, 실무관들,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 중국 행정직원들, 셔틀버스 봉사자 등을 직접 거론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영사는 이 부총영사를 향해 "수많은 언론 전화로부터 저와 직원들을 지켜주시고, 본부에 쓴소리를 마구 해댈때에도 제 편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또 영사들에게도 "제 마음대로 부탁드려도 다 해주시고 힘들 때 위로해주시고,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틴 건 두분 영사님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정 영사는 실무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평생 갚아도 모자랄 짐을 지워드렸다"면서 "말도 안되는 요구와 지시에도 묵묵히 따라주시면서 밤잠 못 자고 홈페이지 공지 올리고, 탑승자 명단 취합하고 정리하고 배치하고, 빗발치는 전화를 받아 안내해주고 통역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 영사는 최덕기 한인회장과 정태일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 해결에 일등 공신"이라며 "위챗 단체방을 만들어 여기 있는 분들을 다 모아주시고 방을 나눠 공지해주시고 부탁도 다 들어주셨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 행정직원들 역시 "바이러스로 너무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공항에 나와 교민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눠주고 물을 나눠주셨다"며 "중국인 행정직원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정 영사는 가족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9살 7살 천둥벌거숭이 둘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잘 가라는 배웅인사도 못하고, 비행기에서는 편한 자리는 커녕 애들과 같이 앉지도 못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2인1실 좁은 격리실에 아이 둘과 함께 힘들어하고 있을 아내 생각이 나서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어 "3년 우한 생활 내내 하고 싶은 것 제대로 응원해주지 못하고 우한 떠나는 날까지 남편 잘못 만나 고생만 시키다 보내는 것 같아 계속 울컥울컥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 영사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고생고생해서 전세기를 마련했는데 밥숟가락 얹으려고 대한항공 조 회장이 비서 둘 데리고 비행기 타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타고 가 자리가 모자란 탓도 해보지만 결국은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겠지요"라고 했다.
정 영사는 뉴스1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탑승 자리가 모자랐던 것은 아니고, 환자 등 불편한 분이 배려받아야 했는데 그런 자리(비즈니스석)가 모자라서 배려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디스크 수술해서 잘 걷지도 못하는 분이 계셔서 비즈니스석으로 배려해달라고 했는데 높으신 분들이 많아 그런 자리가 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은 교민 탑승을 위해 기내에서 준비한 것"이라며 "별도의 비서를 동행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정 영사는 "이제 저는 여기 남은 교민분들을 다시 챙겨드려야 합니다"라며 "오늘과 내일만 재충전하고 다시 고립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주십시오"라며 "빨리 회복해서 남은 분들 챙겨드리겠습니다"라고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