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의 금메달이 결정되고, 2주 조금 지나서
일본 NHK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대결'을 소재로 한 다큐가 방송됩니다.
"무엇이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의 향방을 결정했는가?"
NHK의 입장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김연아는 점수를 챙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vs 아사다는 모험적이고 도박성 짙은 도전을 했다
그들은 2009년 이후 1년 가까운 기간을 중심으로, 넓게는 시니어 데뷔 이후 4년 가까운 시간을
이러한 테마에 맞춰 편집하고 해석합니다.
* 철 없던 김연아의 '망언'에 속아넘어가다니.........-_-;;;
원래는 아사다 마오가 훨씬 탁월했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다른 점프들 중에서도 안 되는 것들은 포기해버리고, 표현력을 보강하는 안전빵 전략을 추구할 때도
아사다 마오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김연아 선수의 멘트도 넣습니다. 대략......
"나는 아사다만큼 할 수 없다. 무리하게 신기술 따라하려다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 지금 하고 있는 것만 해도 너무 많아서 말이죠........
그런데 바로 이런 '도전'이, 올림픽 시즌에는 너무 급하고 과했다,
그래서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김연아처럼 그냥 질은 좀 떨어져도 잘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챙겨서 점수를 따는 전략을 썼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사다가 자기 페이스를 무리하게 해쳐가며 너무 과감한 변신과 도전을 추구하는 동안,
김연아는 안 되는 기술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잘하는 기술만 챙기고 거기에다 놀라운 '표현력'을 보강했다,
특히 007 메들리는 김연아의 표현력을 최대한 잘 살리는 선곡이었다고 말하죠.
그들은 암암리에 타티아나 타라소바의 '책임'을 묻습니다.
무리한 전략을 밀어붙인 것이 그녀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시청자의 의식을 유도합니다.
게다가 아사다 마오가 잘 하면 김연아와 거의 비등한 점수를 딸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쇼트를 너무 잘해서 점수 차가 별로 안 났다는 것이죠(고작 4.72). 프리에서 조금만 대담했다면
점수 차를 의식하지 말고, 주저 없이 점프를 했다면
한 번 해볼 만한 게임이 되었을 거라는 게 NHK의 입장이었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착하고 여린 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죠.
이는 은근히 보여주는 김연아의 '표독한 이미지'와 대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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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함이 없다.
손자의 병법서에 나오는 말이죠.
아사다 마오는 자신과 라이벌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려고 했을까요?
점프, 스텝, 스핀 등 모든 기술적 요소에서 자신과 김연아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말이죠.
2013년 월드 챔피언십 결과는 아사다 마오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일종의 방증이 아닐까요?
NHK다큐의 입장은 아사다 마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 필살기 하나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김연아 선수가 점수를 확실히 챙기기 위한 여러 장치를 넣기는 했을 겁니다.
NHK가 강조한, 순간 멈추며 흥겹게 손락을 딱 퉁기는 007 쇼트의 그 장면,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한 것도 맞죠.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완벽하게 수행해내려고 한 것.
하지만 그것이 올림픽의 승패를 가른 '본질적' 요소일까요?
김연아와 아사다 사이엔 이미 엄청난 격차가 있었죠.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는 숨길 수 없는 증거였고요.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 각각에서 심각할 정도로 격차가 났죠.
공중에 떴을 때 몇 바퀴나 돌았는가? 회전 바퀴의 총합도 아니고
고작 핵심 점프 하나의 회전 바퀴로 실력의 차이를 따지자?
아니 그보다 더 고차원의 '도전 정신'까지 논하자??
저는 이런 인지부조화에 가까운 억지가 아사다 마오의 발목을 잡는
최악의 약점이 아닌가 싶네요. 2010년의 패배 이후, 긴 안목으로 2014를 준비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