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화장경력 13년을 넘기고, 비싼 화장품도 나름 써볼만큼 써본 비루한 30대가 생각하는 비싼값 하는 품목과 저렴이 쓰는 게 더 이득인 품목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돈값하는 품목>
1. 파운데이션
저는 사실 긴 화장의 역사 (다시 말해 늙었단 얘기)와 화장품에 대한 흥미에 비해 파운데이션은 그닥 다양하게 써보진 않았어요.
피부 화장에 공들인지도, 파데 바르면서 꼼꼼하게 평가하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냐면... 어릴 땐 뭘 발라도 다 좋았으니까요!!!! 엉엉
그래도 제가 써본 파데들의 가격대는 만원짜리 저렴이부터 백화점 브랜드 중에서도 젤 비싼 거까지 다양한데요...
제가 생각하기엔 저렴이 파데와 6~10만원 대 파데 사이에는 얕은 벽이 있는데, 6~10만원 대 파데와 15만원 이상 하는 파데 사이에는 넘사벽이 있는 듯 해요.
저렴이 < 고가 파데 (6~10만) <<<<<<<<<<<<<<<<<< 초고가 파데 (15만원~)
이런 식이랄까....
제가 쓰고 있거나 써본 파데들 (중에서도 좋았다고 생각됐던 것들) 몇 가지로 예를 들어보면,
- 슈에무라 (69,000원): 촉촉하고 커버력 괜찮으나 색깔 안 예쁘고 안 화사하고 피부표현이 별로 예쁘게 되지 않음.
- 메이크업포에버 (55,000원): 잠시 동안 촉촉하고 건강하게 빛나는 듯한 피부 표현을 할 수 있으나, 곧 속당김을 불러오고 커버력과 지속력이 똥망.
- 입생로랑 (87,000원): 촉촉하면서도 밀착력 우수. 화사하고 피부색 짱 예쁘게 표현됨. 아직 오래 안 써봐서 현재까진 단점 딱히 없음.
- 아르마니 (7,6000원): 밀착력 좋고 화사하고 피부색 예쁘게 표현되나 커버력 없고 건조함.
이렇게 대부분이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단점도 있었어요. 단점을 감안하고, 또는 다른 제품과 섞어서 보완해가며 쓰면 저렴이 파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피부 표현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가격대가 이거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 단점이 없어요 ㅠ_ㅠ
제가 꾸준히 재구매해가며 가장 자주 쓰는 파데는 25ml에 16만원이라는 매우 사악한 가격의 제품인데,
저도 이 파데가 다 떨어져서 새로 구입해야 할 때마다 단점을 찾아내서 텅장사태를 막아보고자 심혈을 기울이는데.... 단점 따위 없습니다. 없어요.
일단 촉촉함에서 따라올 수 없는데 (파데가 아니라 영양크림 바른 느낌) 신기하게도 커버력은 최강인데다, 소량만을 브러쉬로 슥슥 대충 발라도 붓자국 하나 남지 않고 잘 발리고 (저절로 발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모공이나 요철도 거의 완벽하게 커버하고, 다크닝 없고, 지속력 좋고, 은은한 광까지 남.
진짜 애쓰고 애써서 트집을 잡아보자면, 약간 무겁고 쌩얼처럼 보이진 않는다는 거?
여튼, 저의 주관적인 경험으론 파데는 비쌀수록 돈값합니다. 그건 분명해요.
2. 블러셔
전 화장한 얼굴의 화사함을 좌우하는 건 블러셔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입술색도 진하고, 피부톤도 웜톤이라 누드톤 핑크를 바르면 급 초췌하고 아파보이게 되는데, 그럼에도 죽어도 꼭 발라야겠다 할 땐 블러셔를 화사하게 잘 올려주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해요.
이렇게 블러셔가 큰 역할을 하는 화장을 할 땐, 색감이 맑고 화사하고 은은한 블러셔를 쓰는 게 중요한데, 이 맑고 은은한 색감은 저렴이보단 비싼 제품이 아무래도 더 잘 표현되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아니라 그냥 평소 화장할 때도, 샤넬과 슈에무라를 포함한 몇몇 비싼 제품들에는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저렴이 블러셔와는 뭔가 차원이 다른 듯한 맑은 화사함과 예쁨이 있었습니다.
단, 비싼 블러셔라고 지속력까지 좋은 건 아닌 듯....
3. 루스 파우더
입자 크기 외에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싸면 작아요. 작으면 곱게 발려요. 끝.
근데, 파데가 더 비싸면 더 좋았던 반면, 파우더는 꼭 그렇진 않았어요.
제가 써본 루스 파우더는 샤넬, 아르마니, 메이크업포에버, 라메르가 있는데 이 중 비싸기는 라메르가 가장 비쌌지만, (주관적인 기준에서) 전반적인 성능은 가장 저렴한 메이크업포에버가 좋았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 샤넬: 바르고나면 피부색깔이 짱 예쁨. 화사함.
- 아르마니: 미친 화사함. 그러나 좀 너무 화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음....
- 메이크업포에버: 화사함은 없음. 모공 및 요철 커버와 뽀송뽀송하면서도 건조하지는 않게 해주는 능력.
- 라메르: 가격과 유명세에 비해 성능은 딱히... 그래도 좋다고 이것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로 보아 내가 느끼지 못한 장점은 분명 있는 듯.
<저렴이로 쓰는 게 훨이득인 품목>
1. 아이라이너
비싼 아이라이너라고 안 번지는 게 아님. 오히려 더 번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아이라이너는 저렴이가 갑이죠! 지금까지 로드샵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산 아이라이너치고 대실패한 똥템은 없었습니다.
2. 마스카라
처음 화장을 시작했던 꼬꼬마 시절엔, 엄마랑 이모가 이게 최고랬어! 라며 랑콤 마스카라를 몇 년이나 고수했지만, 곧 이어 로레알과 메이블린을 경험하고 그 다음에 일본 마스카라의 신세계를 맛보면서 랑콤이 그 동안 나에게 비싼똥을 줬다는 걸 알게 됐어요. (랑콤 마스카라 잘 쓰고 계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
최근에는 국산 로드샵 마스카라도 엄청난 발전을 해서 일본 제품들보다 더 좋은 것도 많더군요!
게다가, 마스카라는 굳기도 하고, 위생 상 자주 바꿔주는 게 좋은데, 그런 점에서 저렴이가 훨씬 더 이득.
3. 아이섀도우
저렴이도 색 다양하고, 펄감 영롱하고, 발색 잘 되잖아요. 가격 차가 2~3배씩 나는 마당에 굳이 비싼 거 쓸 이유가 없음.
물론 지속력이나 가루날림은 비싼 게 더 좋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쯤은 감수할 수 있음.
게다가, 비싼 아이섀도우의 최강 장점은 오묘하고 고급스런 색감인데, 누가 봐도 예쁜 색은 꼭 연예인이 바르고 나와서 유명해지고, 그렇게 되면 저렴이 브랜드에서 곧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기 때문에 요즘은 그 색감조차도 메리트가 못 됨. 대체할 저렴이를 꼭 찾을 수 있으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언급되지 않은 품목 (예: 립제품)은 훌륭한 저렴이도 많고, 또 돈값하는 비싼 제품도 그만큼 많기 때문에 그냥 취향껏 쓰는 게 답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주관적인 글 누가 읽고 공감해줄까 싶지만...... 그래도 13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와 뻘짓을 거쳐서 얻은 교훈이니까 재미로 봐주셔요!
굿밤되시고, 내일도 많이들 지르시고 지름인증 더 많이 해주시길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