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TIG, 인벤, 루리웹 같은 게임 커뮤니티들을 보면 한국 게임 회사들에 대한 욕들이 무지 많이 보이네요
물론 예전부터 없었던건 아니지만 LOL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운영의 "격"을 보여주면서 특히나 심해졌죠.
(물론 제가 개발자이지만 또 다른 유저의 한 사람으로써 라이엇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유저들이 쓴 불만글의 내용들이 틀린건 없어요
가끔 이상한 오해나 추측이 난무하지만 결국 주장하는 내용은 "돈뽑아먹는 짓 그만하고 게임 제대로 만들어라"죠
그리고 그 글들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종종 게임 개발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변명 아닌 변명과
유저탓(?)을 하며 콜로세움이 열리죠. 오유뿐만이 아니라 TIG, 인벤, 루리웹도 이 주제에서는 똑같더군요.
이 글은 사실 좀 더 제대로 변명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글이에요.
한국 게임 회사들 비판하는 글에 달리는 콜로세움에서 개발자들로 추측(?) 되는 글의 주된 내용은
"지금 한국 회사들이 캐쉬 유도하는건 불법복제로 인해 패키지 시장을 망하게 한 유저 탓" 이다 라고 하죠.
불법복제로 인한 패키지 시장의 몰락 => 탈출구로 온라인 게임 시장 등장
=> 오베족의 폐해로 인해 이마저도 대작 게임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 남기 힘든 상황 => 넥슨의 부분유료화로 또 다른 탈출구를 찾아냄
=> 그리고 과도한 캐쉬 유도로 인한 게임성 하락 => 이어지는 외국산 대작들의 한국 시장 점령
상당히 많이 축약되긴 했지만 이게 한국 게임시장의 현실이죠.
개발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을꺼에요. 한국 게임시장이 어떻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왜 재미가 없으며, 왜 욕을 먹는지
그리고 한국 게임 회사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면 답답한 마음에 댓글을 쓰며 변명을 하죠. "패키지 시장을 망하게 한 유저 탓" 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전 게임 개발자로써 좀 더 제대로 변명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거니깐 왜 개발자들이 이런 핑계를 대는지
제가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걸 기준으로 계속 핑계를 대볼께요.
사실 한국에서 게임 만드는 많은 수의 게임 개발자들은 "온라인 게임 라이브 서비스" 하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우선 한국에서 망하지 않고 아직까지 계속 서비스 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의 개발 패턴을 설명 드려 볼께요.
신규 개발 => 상용화 성공 => 상용화나 런칭 직후 초기 개발자들 대거 이탈 => 인력 충원 => 라이브 1~2년 지나면 초기 개발자들 극소수만 남음
=> 그리고 계속 패치, 패치, 패치
라이브 서비스를 하다보면 다람쥐 챗바퀴에서 달리는 다람쥐의 마음이 느껴져요.
반면 패키지 게임의 패턴은
신규 개발 => 출시 => 중간에 잠시 휴식 => 신규 개발 => 출시 ...
간혹 게임에 따라서 패치나 DLC 등등이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이런 상황이죠.
하나의 컨텐츠는 전 "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컨텐츠를 만드는 일도 그렇고요
그래서 신규 개발해서 열심히 게임 만들어 놓고 (끝을 내놓고) 이탈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거기다 게임 개발에서 신규 개발은 빼고 라이브만 놓고 봤을때
온라인 게임 라이브 서비스라는게 진짜로... 정말로 재미 없어요.
이미 기본 뼈대가 있는 게임에 내가 아무리 새로운 재미를 넣고 바꾸고 해도 기본 뼈대에서 "크게 바꾸긴 힘들죠".
그리고 "온라인 게임 라이브 서비스"는 계속 해서 매달 지출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의무"가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아무리 이 라이브중인 게임을 뜯어 고치고 만들고 해봤자
신규 개발 초기부터 있던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이 게임은 "내 게임" 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요. 대외에서의 평가도 그렇고
게임 개발자라는게 나름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매일 매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반복적인 패치나 컨텐츠 업데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에요.
그럼 결국 시간이 지나서 해당 프로젝트의 기본 밑바탕 까지 잘 알고 있는 정말 "일 잘하는 개발자"는
고민을 하게 되죠.
새로운 재미를 찾아서 떠날 것인가. 안정적으로 라이브중인 이 게임에 계속 남을 것 인가.
하지만 라이브중인 개발자가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를 눌러주기 위해선
뭔가 욕구에 대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에선 돈이죠. 하지만 라이브 한다고 회사에서 더 챙겨주고 그런거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신규 프로젝트로 이직을 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회사는 새로 인력 충원하는데 사실 경력자들은 이런 라이브 게임에 잘 안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신입"들이 들어오죠. 이 흐름이 게임 운영이 개판인 주 원인이죠.
리니지1 같은 게임이 아직까지 서버 내리지 않고 버그 같은 사건 안터지고 운영이 잘 되는건
그나마 nc가 한국 회사중에선 개발자 대우를 잘 해주는 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유저들 기준에서 리니지1이 좋은 게임이 아니라는건 잘 알고 있어요 저도..ㅠ)
그리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생각합니다. 온라인게임이 아닌 라이브가 없는 패키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근데 못 만들어요. 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요.
아니 만들어서 팔기 이전에 만들라고 돈 주는 곳도 없어요.
가장 최근까지 콘솔 대작을 만들던 국내 유일의 모 회사도 결국 투자자들에 휘둘리며 출시일 늦어지고 하다가 결국 개발자들 대부분 나와버렸죠.
투자자들이 못 믿거든요. 콘솔이나 패키지게임을 만든다는걸.
그런데!! 스마트 폰 시대가 열리면서 개발자들은 희망을 봤어요!!
그토록 원하던 패키지 단위로 게임을 만들어서 팔 시장이 열렸거든요.
(우스게 소리로 지인들과 "대 창업 시대"라고 하며 스티브 잡스를 골D로져와 비교 하고는 합니다 ㅋㅋ)
근데 이것도 2년쯤 되니 막혀버렸어요.
카XX 라는 초 거대 유저풀을 가진 회사가 모든걸 흡수해 버려요.
이곳 게임도 "온라인화 된 게임"이라 또 라이브 서비스 하면서 패치, 패치, 패치, 패치... 만 해야해요.
심지어 최근에 모바일 회사를 차려서 게임을 출시한 제 친구가 술마시며 해준 말로는
국내에서 지금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한 모바일 게임이 개발사에게는 매출의 5% 만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카XX, 구글이나 애플, 퍼블리셔, 투자자 들이 다 때어가고 저것만 개발사에게 들어온데요...
자기네 게임도 카XX에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사실 카XX 아니면 유저들이 잘 찾아 주지도 않고 정말 재미 있는 게임인데 카XX에 게임 런칭 안하면
똑같은 표절 게임을 다른 회사가 만들어서 내버릴 수도 있거든요.)
갑자기 중간에 모바일 쪽으로 이야기가 돌아갔네요.
제 결론은 결국 유저들이 즐겁게 즐길 게임을 만들어야 할 게임 개발자들이 즐겁게 게임을 못만들고 있어요.
정말로 전 유저들이 제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힘든 세상을 잠시나마 잊고 즐겁게 즐기셨으면 좋겠는데...
정작 한국의 개발자들은 즐겁게 게임을 못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다 최근에 "여가부 크리"가 결정타를 날려줬죠...
(솔직히 LOL에서 우리편 트롤러 4명 만난것 보다 훨씬 큰 멘붕이 ....)
최근에 정말로 한국에서 게임을 계속 만들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치킨집은 차리기 싫거든요.
나중에 늙어서 인디 게임 개발하면서 스팀에 팔면서 사는게 꿈인 개발자가 그때까지 한국 게임 시장이 살아 있길 바라며
유저분들게 핑계 아닌 핑계를 한번 대봤습니다.... 개발자들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ㅜㅜ
(ps. 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해요...)
(ps. 그래도 아직까진 지금 프로젝트 즐겁게 하고 있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