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간 글 중
아래와 같은 리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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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거창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으로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우리는 GTA5같은 걸 못만드냐고 투정부리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글에서 누누히 언급한 국산 게임들을 압도한 게임은 다름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란 말입니다.
이 게임이 고급 인력이나 고급 엔진이 필요하던가요?
좀 과장해서 그래픽 타협하면 군대 싸지방에서도 돌아갈법한 게임이요?
롤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블앤소나 아키에이지 같은 국내 대작 게임들이
롤보다 돈이 덜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시간이 덜들어간것 같지도 않고 노력을 덜 들인것 같지도 않습니다.
미국 게임과 한국 게임을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한국 게임 시장에 원정와서 한국 게임 회사들을 이긴 '미국 온라인 게임'을 말하는 겁니다.
글의 논지를 완전히 잘못 짚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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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근 10년차의 게임개발자 입니다.
파트는 그래픽이며 3D 파트에서 일을 합니다.
"제가 글에서 누누히 언급한 국산 게임들을 압도한 게임은 다름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란 말입니다.
이 게임이 고급 인력이나 고급 엔진이 필요하던가요?
좀 과장해서 그래픽 타협하면 군대 싸지방에서도 돌아갈법한 게임이요?"
라는 부분에서 순간 울컥했습니다.
고급인력이 필요하거든요.... 진짜 고급인력... 국내엔 없는 레벨의...
싸지방에서도 돌아갈것같은 겜이란건 그만큼 최적화가 잘됬다는거에요..
이거 초 고급기술입니다...
수많은 유저가 재밋어 한다는건 기획력이 엄청나다는거에요...
이건 울트라 초 고급 기획자가 있어야 되는겁니다...
하고 울컥했습니다만...
"롤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블앤소나 아키에이지 같은 국내 대작 게임들이
롤보다 돈이 덜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시간이 덜들어간것 같지도 않고 노력을 덜 들인것 같지도 않습니다."
에서 슬퍼졌습니다......
돈도 시간도 노력도 LOL만큼 들인건 사실입니다..
오히려 더 들었을 것 같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데로 LOL을 누를수 없다는점이 슬픕니다.
공학계랑 같다고나 할까요..
뛰어나고 훌륭한 인재는 모두 해외로 나가버리는...
나라에서 버린... 그런..
국내 게임시장이 왜 이렇게 되었나.. 라는 생각과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문득.. 아.. 나도 이제 IT업계를 떠나 치킨집 차릴떄가 되어가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90년 후반 ~ 2000년 초반의 국내게임개발의 여건은 흔히들 지나가다 들은적있는
" 라꾸라꾸에서 자며 컵라면먹으면서 밤새고 만들어 월급은 차비뿐인 개발사지만 열정으로 만든다."
가 1세대 였습니다... 이떄는 정말 열정만으로도 배가 부른 시기였지요..
이때 리니지1이 대 히트를 칩니다.
그리고 이때 게임 개발 붐이 일어나며 월급이 그런대로 현실화 되어갑니다.
너도나도 게임을 만드니 인력은 부족하고 그러기 위해 어쩔수 없이 연봉은 올라갑니다.
근데 워낙 차비뿐인 연봉이던 시절이라 미친듯이 몸값이 올랐다곤 하지만
그냥 타 중소기업 수준과 비슷해졌을 뿐이였지요.
그렇게 2세대에 돌입하면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제법 많은 명작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해가 뜨면 해가 지는건 당연한 진리.
3세대쯤 들어서자 유저의 눈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시장은 더이상 한국이 온리탑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와우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국내 시장은 흔들리게 됩니다.
1~3세대에서 돈번것을 본 투자자들은 그래도 아직 게임이 돈이 되긴 될꺼야 라며 투자를 하긴합니다.
근데 불안해요. 잘해봐야 입에 풀칠이고 좀 삐끗하면 똥망이라서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열심히 입을 놀립니다.
"우리도 와우처럼 해보자." "우리도 리니지 만들어보자"
이게 왜 이렇게 됬냐. 해보니까 성공한거 따라하면 최소한 수익이 똥망은 아니더란거죠.
그럼 일단 보험이되고 운좋으면 안타! 를 노리게 됩니다.
근데 우울한게 개발사의 힘이 3이면 투자자 힘이 7이 넘습니다.
물주가 갑이죠. 돈이 진리이듯.
정말 신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물론 신기하고 새롭기때문에 검증은 되어있지않지요.
그럼 투자자는 "그거.. 검증도 안된거 했다가 망하면 어쩔꺼?" 라는 한마디에 개발자는 고개를 숙입니다.
게임회사 가난합니다...
제가 있던 모회사는 그런대로 중대박급 만들어서 국내 게임회사 랭킹 20위이내였지만 순수익이 100억에 한참 못됬어요..
블소 테라 같은겜은 차기작으로 꿈못꾸었습니다.
근데 차기작은 만들긴해야겠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만들기엔 망하면 회사가 주저앉을거 같고...
그래서 선택한게 중대박친 우리게임 그대로 2편을 만들자였습니다.
근데 형만한 아우 없다고... 2 만들어서 1보다 잘된꼴을 보기가 힘든데...
그래도 형보다 나아져 보겠다며 회사의 역량을 쏟아 부었으나 실패합니다.
왜 이렇게 게임회사들이 유저 돈을 못빨아 난리냐...라며 성토들 하십니다.
뭐.. 가난해서입니다..
직원들 월급주고 회사 돌릴라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없어서요.. 죄송합니다..
그날벌어 그날 먹고사는데 돈은 없지
나라에선 꺵판쳐서 투자자도 없지.
요즘 주변을 보면 하루에 10군데 씩은 회사 문닫는 것같습니다.
엔씨도 내부적으론 PC게임은 신규개발치 안겠다고 한걸로 알고.
넥슨이야 원래 퍼블리셔니 개발은 안하고..
그 이하 중견급 회사들은 다 모바일로 갔고...
실제로 이름좀 들어봤을법한 회사들은 다 모바일로 인력돌렸어요.
그 이하 중소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다 문닫고 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국내 개발 PC게임은 종적을 감출겁니다..
정권이 빠뀌어 나라에서 밀어주지않는 한은요..
어쩌면 이대로 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말이 길었는데..
왜 그랬냐.
그냥 답은 하납니다.. 돈이 없어서요... 넥슨은...조금 예외로 칩시다;;
그렇다고 운영을 잘했다. 유저를 생각했다. 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사실 개발진이야 유저가 손님인데 손님 생각안하겠습니까.
손님 떨어져 나가면 그게 곧 망함인데.
근데 당장 돈이 없어서 그랬어요...ㅠㅠ
한마디로 언발에 오줌 눈거죠.
왜 언발에 오줌눴냐고 물으시면...
글쎄요.. 그건 직접 기 상황이 되보시지 않으면 공감되지 않으시기에 굳이 말하진 않겠습니다.
20대에 온라인겜을 해보고 필꼳혀서 10년간 게임개발자로 달려왔지만
이렇게 시장이 무너져가고있는걸 보니 가슴이 메어옵니다.
순간 울컥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라 두서가 없습니다만...
그냥 한 게임개발자의 넋두리였다고 생각해주실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