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나온 유사과학 책인데요
물에 긍정적인 내용의 이야기(혹은 음악)를 들려주면 예쁜 모양의 결정을 나타내고 부정적인 내용의 이야기(혹은 음악)를 들려주면 예쁘지 않은 찌그러진 모양의 결정을 나타내며 고구마를 기를때 긍적적인 이야기를 하면 예쁘게 자라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기른 고구마는 썩는다..
대강 이런 내용의 과학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사이비 책입니다.
초등학교땐가 중학교때 동네 서점 책장에 꽂혀있길래 무심코 펴봤다가 그 사이비 내용이 당시의 제가 보기엔 그럴듯해서 올ㅋ 하고 샀었죠.
돈낭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도 저 책에 혹하는걸까요?
요즘들어 물은 답을 알고있지 못하겠지만 사람은 답을 알고있을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뚝뚝하신 성격탓에 표현은 못하시지만 날 사랑하고 계시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부쩍 험한 말을 하십니다.
기생충같은 년, 거머리같은 년, 미친년, 개같은년, 머리가 어떻게 되었냐, 처음이라서 모른다는게 자랑이냐, 내 등골에 빨때꽂고 살면 좋으냐, 답답한 년, 생각은 하고 사냐, 넌 대체 왜 사냐..
옆에 남동생이나 엄마가 있으면 가만히 있는 남동생도 똑같은 새끼라며 욕하시고 말리는 엄마도 똑같은 년이라고 갖은 욕을 하십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을 시키시고 엄마한테는 밥달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저녁에 뭔가 일이 늦어지거나 저나 동생이 질문을 하거나 시킨 일을 잘 못하거나 혹은 아버지께서 술을 드시면 또 반복입니다.
처음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아빠가 요즘 힘드시고 답답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맘에 담아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근데 계속 저런 말들을 듣다보니까, 마치 부정적인 말을 들은 물의 결정 사진이 찌그러진 모양을 한다는 책의 주장처럼 제 생각도 찌그러지기 시작하더군요.
26살이나 먹어서 간단한 수입신고서, 통관 절차 서류도 작성하지 못하다니 난 왜이렇게 멍청하지?
다른애들은 학교일도 하면서 임용고시 척척 붙던데 난 겨우 농사일 집안일 돕는 정도면서 왜 임용공부에 집중을 못하는거지? 역시 머리가 이상한가?
왜 학교들은 날 시간강사로조차 받아주지 않을까? 몇 번의 경력도 있는데. 서류과정에서 다 안된다고 하네. 난 어디에서나 일 못하는 것처럼 보이나?
아빠가 날 사랑하긴 하는걸까? 생모조차 2살의 나를 버리고 도망칠정도인데 아빠가 말을 저렇게 하시지만 날 사랑한다는 확신이 어디에 있지?
생모는 아기인 날 버렸고 아빠는 날 좋아하지않는 것 같고 첫 남자친구는 날 속이고 세컨드로 두었고 지난주 소개팅에선 상대방이 카페에 앉아있는 날 보자마자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나가선 돌아오지않았지. 난 원래 사랑받기 힘든 혹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아닌가보다.
친구들은.. 정말로 일하느라 바쁘고 공부하느라 바쁘고 취준하느라 바빠서 연락이 안되는걸까. 단지 내가 싫은게 아닐까.
나와 연락해주는 몇몇 친구들은 정말 나와 연락하고싶은걸까. 걍 내가 말 거니까 귀찮은데 대답해주는게 아닐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왜 난 질질 짜고 앉아서 죽는 생각밖에 못하지? 이렇게 멘탈 약해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을까?
나 정말 기생충인듯. 나가서 몸이라도 팔면 창녀취급이어도 사람취급은 받을 수 있지. 근데 이딴 내 몸을 살사람조차 없을거야. 결국 난 기생충으로 죽겠지
난 왜 사는걸까. 살아가면서 삶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올해도 임용 실패일텐데 내년엔 어떤 취급을 받을까.
왜 안죽고 살고있는걸까. 좀만 더 깊이 찌르면 되는데 왜 그것조차도 못하는걸까
저 차에 몸을 던지면 저 운전수 아저씨 인생도 망치는거니까 하지말자..... 내가 남 생각할때인가? 어차피 죽을 마당에 왜 그런것까지 신경쓰지?
매일매일 이런 생각만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찌그러지니 몸도 상하더군요.
자해 상처는 물론이고 하혈과 식욕없음으로 하루 아무것도 안먹다가 다음날 캡사이신 범벅을 토할때까지 먹는걸 반복하고
잠자리에 누우면 심장이 뻐근할 정도로 두근두근거립니다. 내일 아침이 올까봐.
생각한만큼 말이 매끄럽게 나가지 않고 더듬거나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빨간 사과가 맛있어'라는 말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맛있는데 어제 사과가 빨갤거예요" 이런 식으로 말이 생각과 전혀 다르게 나갈때도 있습니다.
임용 준비를 하고있는데 말도 생각도 잘 정리가 되지않는 현상이 나타나니까 더 초조해지고, 초조해지니까 증상이 더 심해지고.. 악순환입니다.
혼잣말이나 일기쓰기 논술 주제 놓고 쓰는 연습을 해서 좀 나아졌는데 아버지와 대화나 통화를 할때만 증상이 심해집니다.
마치 아버지 말씀처럼 병신같은년이 되어가는거죠.
큰고모가 저 어릴적부터 아빠한테 병신같은 년 소리 듣고 사셨는데 큰 고모는 그냥 하하 웃고 마십니다.
정말 그림으로 그린듯한 개독이라(기독교 비하는 아닙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인품의 기독교인입니다.)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모인데, 고모의 과제?같은걸 도와드려야 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중학교 1학년 수준의 작문을 못하시는겁니다.
예를들어 '철수는 집에 가는 길에 ( )를 발견하고 ( )했습니다.' 이런 문장의 빈칸을 어떻게 채워야하냐고 물어보시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장 독해력도 굉장히 나쁘셔서, 신학교에 다니신다면서 성경 구절에 대한 논문(이라기보다 레포트 혹은 텍스트)의 몇몇 문장을 해석하시지 못하셨습니다. 성경은 미션스쿨 다닐때 종교시간에 몰래 자면서 잠결에 들은 것 뿐인 제가 읽어도 금방 읽히는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문단 구성력도 없으셔서 제가 거의 레포트를 써드린 수준이었죠. 고모는 너 정말 똑똑하다며 자긴 이게 너무너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땐 그냥 '고모가 이래서 말이 안통하는구나. 말을 말아야겠다' '고모가 나이때문에 공부가 힘드신거겠지'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의 꾸준한 구박 그리고 그걸 그냥 넘기는 수준까지 멘탈이 마모되는 와중에 언어능력을 포함한 여러가지 뇌의 능력이 갈려나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스스로도 제 자신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욕을 들은 고구마에서 싹이 나지 않고 썩어버렸다는 '물은 답을 알고있다'는 책의 주장처럼요.
저도 썩은 고구마나 찌그러진 물의 결정처럼 그렇게 되는걸까요? 혹은 되어가는 중일까요?
오늘도 외갓집 친척들과 손님들 앞에서 갖은 욕을 다 먹고 옆에서 말리던 엄마까지 욕먹이고나니 속상해서 글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