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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적 정서
현재 언론의 광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를 들 수 있을까. 적어도 내 기억의 범주 안에선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융단 폭격을 퍼부었었다(나는 그때도 옹호했지만). 현재 상황은, 중도좌파와 좌파는 좀 자중하는 것 같다(과하다 싶을 정도로 옹호하는 모습이 대극에 있긴 하다). 이 또한 노무현 효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어쨌든, 노무현 덕을 참 많이 보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파에선 난리가 난다.
“박근혜에 행해졌던 그 광기를 기억하라.”
그래, 나 역시 어린 정유라에게 가해졌던 언론의 폭력은 좀 심했다고 본다(실제로 내 친구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개인적으로 장시호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 실정을 보면 그녀에겐 크게 연민의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특히 세월호.)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에게 연민하지 말라고 강제할 생각은 없다. 사람의 감수성은 강제할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따지고 보면, 광기의 정서는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는 자라고 특별히 다를게 있을까. 문재인 지지자 역시 ‘광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세가 제일 큰 편이라 좀 더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이것을 ‘광적’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쓰는 대신 ‘가족적 정서’로 대체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이 ‘가족적 정서’는 대한민국 보편적 정서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많은 이의 견해이다.
강하게 지키려는 자는 공격을 받았을 때, 어느 정도 광적인 면을 보이게 마련이다. 바로 대한민국 특유의 가족 문화에서 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유럽과 다르게 “대한민국 복지는 가족이 책임지는 구조이니까”(박노자), 순기능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그러나 장점이 큰 만큼 단점도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품 안의 자식이 귀하다 보니 타인에게는 좀 야박한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게 가족이라는 사실을 서로 알고 있으니, 화가 나면 상대방 가족을 건드리기 일쑤다. 가족을 건드리지 말라고 호소해 봤자 소용없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게 지상 과제인 만큼 가족 ‘터치’는 필수 과정이다. 게다가 각 가정의 풍요로움은 제 각기니 ‘평등 의식’이 남다르다(이건 장점으로 보아야 할까).
여기까지 쓴 글을 보면 양비론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물론, 세상은 돌고 돌기 마련이라, 진실은 양비/양시에서 찾는 게 정답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순간을 사는 일 개인일 뿐이다. 내 기억엔 처음이 존재한다. 문재인 지지자의 광기는 어느 정도 이해할 측면이 있다는 점을 나는 말하고 싶다.
<2>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는 많은 개혁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계에 부닥쳤다.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라거나 “구시대의 막내 노릇”과 같은 언급은 바로 그 심정을 담고 있다. 구체제로는 사회 변혁이 힘들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참여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체제 정비였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1. 재정운영시스템. 2. 균형발전. 3. 전자정부. 4. 기록물관리. 5. 부동산정책. 6. 복지시스템 7. 국방개혁. 등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체제 정비를 그는 시도했고, 그것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문재인 정부가 흘러가고 있다.
정책 추진도 꽤 잘한 편이었다. 공약 추진율이 꽤 높은 편이다(93.2%). 그러나 실정도 분명 있었으리라(검토는 못 했다). 게다가 여러 정책이 이념 갈등을 첨예하게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었다. 우파 언론은 무작정 깠고, 좌파 언론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반 이념적’ 정책을 깠다. 그렇게 지지율 최악을 기록한 참여정부였지만, 굳건히, 레임덕 없이, 할 일 다 하고 내려왔다.
다른 개혁도 추진했었다. 1. 지역갈등 해소. 2. 검찰 개혁. 3. 언론 개혁 등이었다. 정부 권한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1. 열우당 창당과 대통령 탄핵 소추가 맞물려 열우당은 잠시 전국정당이 되기도 했지만, 곧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 검찰 독립을 보장해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많은 국민이 검찰에 찬사를 보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 위풍당당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3. 가판대, 기자실 폐지, 브리핑제 도입으로 인해 권언유착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신문법을 통해 소수 언론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미디어법 개정으로 빛이 바랬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했다.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고 언론은 그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문슬람’ 및 ‘대깨문’의 원조인 ‘노빠’ 또는 ‘깨시민’의 탄생 지점이 아닐까 한다. 이후 언론에 더는 당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지지자들은, 훨씬 더 과격해졌다. 이명박 정권이 그 숱한 반대에 부딪힌 것도 다 거기에서 기인한다. (물론, 정책 중에서 봐줄 만한 게 별로 없기도 했지만.)
우파 언론도 그랬지만, 좌파의 노무현 비판도 이념적으로 편협했고, 시공간적으로 시야가 넓지 못했다. 막장에 가까운 공격에 ‘막장’에 가까운 수성으로 버티는 모습을 무작정 비난하기엔, 나로서는 조금 공평하지 않아 보인다.
<3> 광기의 이유
나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이해하고자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시도하려는 개혁의 다음 칼날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바로 언론 개혁일 거로 예상한다. 검찰 개혁은 시작일 뿐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거침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세운 로드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철학적으로도 그렇지만 경험적으로도 문재인 정권은 참여정부의 향수가 많이 묻어난다. 미국을 대하는 태도 역시 노무현 외교를 통해 배운 모습일 거로 나는 추측한다.)
따라서 다음 매를 맞게 될 학생은 두렵다. 중간에 종이 치지 않는 한, 선생이 갑자기 퇴장하는 일은 벌어질 거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찰 개혁의 수장이 될 조국에게 이토록 우파 언론이 광기를 부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다음 행보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큰 탓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국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상징이 아니고서는 현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로, 조국이 무너지면 이후 개혁 추진도 힘이 빠질 게 뻔하다. 따라서 현재의 조국 사태는 강 대 강 국면이다. 한쪽이 모두 가져가는 게임. 타협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현재는 그런 판으로 보인다.
우파 진영은 무엇을 바라는가?
1. 차기 대선 주자 견제/제거.
2. 검찰 개혁 및 이후 시행될 모든 개혁 저지.
3. ‘친일’ 역풍 분위기 전환.
4. 총선.
5. 문재인 레임덕.
반면 조국이 버텨낸다면?
1. 차기 대선 주자 탄생.
2. 검찰 개혁 추진 탄력. (양날의 검인 검찰의 칼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3. 친일 프레임 지속.
4. 총선.
5. 레임덕 없음.
꽤 큰 판이다. 이 판의 규모를 알고 있는 많은 우파가 나경원에게 돌을 던진 이유다.
내 견해로는 자한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 현재 우파는 어떤 가치도 없는 실정이다. 기댈 데가 없으니 도로 자한당이다.
젊은 보수가 안타깝다. 이들의 존재 근간은 문재인/좌파 까기 밖에 없다. 보수의 가치라는 게 있는지 의문스럽다. 젊은 보수에게 이론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이 든 우파는 TV에 나와서 떠들 줄만 안다. 그러다 보니 학계에 남은 우파 학자는 좀 덜떨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우파 이론서, ‘반일 종족주의’. 여기에서 나는 화가 아니라 웃음이 나온다.
젊은 보수가 정말 보수를 살리고 싶다면 먼저 자한당을 까야 한다. 예전 좌파가 그랬듯이 천천히 입지를 다져 나가야만 한다. 젊은 보수에게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파 언론의 칼춤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료 출처
1. (KTV 국민방송; 2007-11-11; 인터뷰 다큐멘터리-대통령,참여정부를 말하다; KTV)
2. (한겨레; 2019-04-04; 언론노조 “언론인 편집 자율성 막는 신문법 개정해야”; 문현숙)
3. (관훈저널; 2005; 참여정부와 언론정책; 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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