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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1377
    작성자 : 유레칼
    추천 : 334
    조회수 : 10763
    IP : 211.211.***.159
    댓글 : 2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6/05/09 17:10:08
    원글작성시간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1377 모바일
    마르지 않는 ..........그것......
    (1) 


    회사 임원진들이랑 호프를 마셨다. 

    높으신 분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과히 편하지 않았다. 

    무셔운 상무님이 막무가내로 권하는 술을 받아 마시면서 

    나는 서서히 맛이 가기 시작했다. 


    2차로 노래방엘 갔다. 

    흘러간 옛날 노래를 부르시는 상무님을 위해 나의 동기들은 

    괴성을 지르며 상무님을 연호했다. 

    그런데 50대에 접어든 한 상무님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완전히 뒤집어 지고 말았다. 





    그 상무님이 이정현의 " 와 "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채춤을 추면서 말이다. 





    세대를 초월해서 젊은 세대와 친해지려는 그의 숭고한 노력에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어른들이 있는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이다. 






    (2) 




    5시 쯤인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근처 고등학교 수업이 끝났는지 한 때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시끄러워서 짜증을 내며 학생들을 욕하고 있었다. 


    그 때 나와 왼쪽으로 4미터 쯤 떨어진 곳에 한 할머니가 

    차도쪽으로 나와서 서 있었다. 

    버스가 한 대 다가오는데, 그 할머니께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버스가 할머니 외엔 다른 승객들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지, 할머니를 거의 칠 듯이 지나쳐 가려고 했다. 


    그 바람에 놀란 할머니는 땅바닥에 쓰러지셨다. 

    버스 운전기사는 미안한 듯 머뭇거리다가 다시 악셀레이터를 밟아 

    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학생들 10여명이 버스앞을 가로 막았다. 

    학생들은 버스 운전기사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운전기사는 버스 문을 열고 내려와 할머니를 태우고 

    연신 사과했다. 





    그 장면을 보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철없고 생각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내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워지고, 저네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걱정없을 듯 싶었다. 




    (3) 


    고등학교 여름 방학 때 죽마고우 2명과 같이 

    괜한 호기를 부려서 

    셋이 합쳐 달랑 5만원만을 든채 아침일찍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시외버스비를 지불하고 밥 한끼 먹었더니 

    났더니, 돈이 만원 밖에 남질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설악산이나 올라가보자고 

    등산을 시도했다가 400미터나 올라갔을까.......... 

    다리 뿌러질 거 같아서 도로 내려왔다. 

    어떻게나 배가 고픈지, 밥 사먹는데 만원을 써버렸다. 


    정처 없이 걷는 수 밖에 없었다. 

    주변머리 없는 우리 셋은 배고프고 다리아프고 쓰러질 것 

    같은데도 걷기만 했다. 


    그러나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용기를 내어 

    다 쓰러져 가는 집 앞에서 주인을 불러봤다. 

    왠 할아버지가 나왔다. 


    울면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밥 좀 달라 했더니 

    할아버지 말씀이 너무 딱하니 일단 들어와 보라고 했다. 


    다 뜯어진 벽지, 거미줄이 쳐진 집안, 썩은 냄새나는 방공기..... 

    상당히 누추한 집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부엌에 가시더니 보리밥을 내오셨다. 

    반찬이라고는 쉰 김치 뿐..................우리는 배가 고파 눈이 

    뒤집힐 것 같았기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마을에 남자가 다 떠나고 

    늙은 분들만 남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서 

    하루 하루 살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말라서 뼈만 남은 것 같은 앙상한 할아버지의 몸과 

    힘없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셋은 울고 말았다. 


    밤이 늦은 지라 자고 가라 해서 잠자리에 누웠는데 

    할아버지께서는 군대간 손자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셨다. 

    손자가 그렇게 착할 수가 없고 효성이 지극하다는 것이다. 



    다음날 일어난 우리들은 신세를 갚을 겸 일손을 놓아둔 

    밭에 나가 열심히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다. 

    할아버지는 연신 미안하고,......고맙다고 하셨다. 

    찐 감자로 점심을 때우고 

    그렇게 우리는 저녁까지 일했다. 

    일도 못하는 우리가 도와드린게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할아버지께서는 우시면서 고마워 하셨다. 

    그리고 군대간 손자가 휴가 나오면 주려고 

    마당에 묻어두었던 굵은 도라지를 캐내서 우리에게 

    구워주셨다. 



    다음날 인사를 드리고 집에 가기 위해 나오는데....... 

    할아버지께서 차비하라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몇장을 주시는게 아닌가....... 

    차마 받을 수 없었지만, 그 고마움에 눈물을 흘려가며 받고, 

    못내 아쉬워 하면서 할아버지와 작별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는 '정'이 있다. 

    그 정이 영원히 마르지 않고 넘쳐 흐르게 샘솟는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이만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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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09 12:20:45  219.240.***.243  별의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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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5/02 21:25:31  220.230.***.93  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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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5/06 15:40:00  211.40.***.8  
    [6] 2006/05/09 13:47:55  61.247.***.93  E=Mc²
    [7] 2006/05/09 17:10:08  221.152.***.214  북북북
    [8] 2006/05/09 17:12:18  125.18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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