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하다가 무릎나가서 그만두고 5년. 계체때 88 평상시 98 나가던 무게는 세월이 흐르며 늘어났고 그 5년의 세월이 너무 무거워졌다.
166.6kg
17년 3월 21일 예정되어있던 예비군 훈련을 당일날 미루고 잰 체중. 여러해 동안 올라 서 본적 없는 체중계 위에 새겨진 숫자는 쪄도 언젠가 빼겠지 생각하며 안일해하던 날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못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5년의 공백기동안 쌓아올린 지방의 양 대략 70여 kg. TV에서 초고도비만 '환자'들을 다룰 때 종종 등장하던 무게. 배가 고파 현기증이 난다던 형욱씨보다 2~30kg은 더 나가는 무게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3월 21일 아침, 온갖 생각을 다 하고 "빼자" 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10초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예비군 갈 때 전투복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게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왔기 때문에 결정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걷기같은 기본적인 운동을 시도해봤지만 청춘에 바친 무릎이 버텨주질 못했다. 계단 오르내리기 역시 어불성설. 결국 식단을 뜯어고쳤다. 탄수화물을 너무나 좋아해 알리오 올리오 5~6인분을 한끼에 먹어치우던 미친짓부터 그만두었다.
아침엔 기본식을 먹되 밥 양은 공기밥의 30% 수준으로 낮추고 점심 저녁엔 단백질과 비타민 식이섬유 식단으로 유지했고 닭가슴살, 과메기, 돼지 뒷다리는 물리도록 먹었다. 상추 오이 당근 호박류는 점심 저녁에 밥 역할을 해 주었다. 처음 한달동안은 제로콜라를 달고살았다. (제로콜라 만세) 첫달은 뭘 먹어도 배가 항상 고팠지만 과거 감량 할 때 배고픔을 즐기곤 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고 뇌가 항상 위장을 지배했다.
그렇게 쥐뿔 운동은 하지도 않았지만 6월 28일 현재 3개월하고 7일이 지난 지금의 체중은 136.9kg이고 현재 진행형이라소 부르기도 민망한 1/3 지점에 와 있다. 목표는 80kg 진입. 110대에 들어서면 근손실을 매꾸기 위해 웨이트를 시작 할 생각이다.
재미있다. 190을 피크로 찍었던 혈압은 130대로 내려왔고, 밤마다 무호흡증을 동반한 코골이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가장 체감이 되는건 잠기기는 커녕 몸에 쫙 붙여도 15센치는 비던 전투복이 쉽게 잠긴다는 점이다. 예비군 정도도 힘든게 싫어 빼기 시작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