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 전, 그저 한 명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커피도 맛깔나게 잘 타고 복사를 잘 하는 그런 평범한 말단 사원이었다.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 평판도 좋았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이겨내고 출근하던 그 때였다.
나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아침부터 음주운전하던 그 놈은 잘 살고 있을랑가 모르겠다. 감옥에 있을까? 어떻게 됐을까? 합의를 봤을까?
2년 동안 나는 천국에서 살면서 신이 있다는것도 깨닫고, 환생이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내 차례다. 난 환생 면접장으로 간다. 과연 난 환생할 수 있을까...
신 "영혼번호 221, 222, 223, 224, 225번 들어오십시오."
나는 225번이었다. 그나마 5명 중에서 차례가 늦는건 다행이겠지.
신 "221번 일어나보세요."
221번 "예.. 옙!"
신 "죽기 직전의 정보를 기억하십니까?"
221번 "38살 유진성입니다."
신 "단명하셨네요. 올해까지 살아계셨다면 40대셨겠군요. 무슨 연유로 죽었나요?"
221번 "그... 병으로... 무슨 병이냐면..."
신 "네 프라이버시기 때문에 굳이 공개 안하셔도 됩니다.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는데 못 이룬 것이 있습니까?"
221번 "있습니다."
신 "뭡니까?"
221번 "으흫흐흐흐흑..."
신 "상당히 슬픈 사연이었나보군요."
221번 "으...흫흫흙... 20대때... 크리스마스였는데... 여자친구가... 집으로... 으흫흫 불렀는데... 으흙흙 그때 초인종이.. 으흫흐...."
신 "몇천년 동안 상대가 없어서 못해봤던 저보단 낫네요."
221번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풒히히힣히힑 병신"
신 "방금 얘기는 못들은걸로 하겠습니다. 특기가 뭐였습니까?"
221번 "아, 남자치고 상당히 요리를 잘했어요."
신 "뭔 요리를 특히 잘했어요?"
221번 "삼양라면이랑, 신라면이랑, 진라면이랑, 짜파게티랑, 오징어짬뽕..."
신 "이번에 환생 못하시면 공간이 부족해서 지옥에서 살아야될 수도 있어요."
221번 "(정색) 떡볶이를 참 잘했죠. 전골요리 쪽도 꽤 해봤었던것같은데... 크흠...."
신 "다음 생에도 요리를 하고 싶으십니까?"
221번 "당연하죠. 요리는 저의 희망이에요."
신 "네, 천재적인 요리사가 될 수도 있는 요리 실력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221번 "끼얏호!!!!!!"
신 "대신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를 줘서 칼을 영원히 무서워하도록 해줄게요."
221번 "X발....."
신 "세상에서 원하는 대로 되는건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풒ㅍ..힣힣... 저쪽으로 나가세요."
221번 "(힘없이 터벅터벅)"
신 "그쪽 아니에요. 저쪽으로 나가야 환생입니다."
221번 "아 예.."
그렇게 221번 영혼은 환생문을 향해 나갔다.
신 "다음 222번. 혹시 홍ㅈ..."
222번 "(정색) 해머로 죽탱이 갈겨서 턱뼈 날라가기 전에 그 쓰레기같은 주둥아리 좀 닫아주세요. 존나 재미없어요."
신 "........꺼져 이 새키야. 넌 저 오른쪽 지옥문으로 나가라."
222번 "(환생문을 향해 달려가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신아 싫은데! 우히힣히히ㅣ힣히ㅣㅣ힣힣ㅋ!"
신 "......"
222번은 환생문으로 들어갔다.
신 "223번에겐 미안하지만 1분만 기다립시다."
1분 뒤
222번 영혼은 죽탱이에 멍이 들고 양쪽 눈탱이가 너구리처럼 되고 이빨이 몇 개 빠져서 돌아왔다.
신 "222번, 어서 빨리 지옥문으로 나가세요."
222번 "지..지오우? 지오우으오 아아여 애으어이아? (지..지옥문? 지옥문으로 나가면 되는겁니까?)
신 "발음 다 새네. 그러니까 왜 멋대로 천국문에 들어가요. 한심하네."
222번 "이오우이여 여이오아 애애 아에요... (지옥이면 여기보다 백배 낫네요...)
222번 영혼은 지옥문으로 들어갔다.
신 "얼마나 쳐맞았으면 지옥이 좋다고 난리일까... 다음 223번"
223번 "네"
신 "상당히 어려보이는데요? 몇살이죠?"
223번 "19살이었어요."
신 "죽은 이유가..."
223번 "맞아요. 니가 생각하는 그겁니다."
신 "네 알겠습니다. 특별히 잘하는게 뭐였습니까?"
223번 "그림을 잘 그렸어요."
신 "그림?"
223번 "그림."
신 "종이랑 펜 줄테니 한 번 그려보세요."
223번 "간단하죠."
5분 뒤
223번 "여기요."
신 "으어어 씨발 이게 뭐야! (존나못그림)"
223번 "....왜 욕해요..?"
신 "아...하하하 아니...아니.. 아냐. 배...뱀을 잘그렸네요."
223번 "??? 강아지 그렸는데요. 보는 눈이 좀 없나봐요?"
신 "미친놈아 이게 어떻게 강아지야."
223번 "아 진짜... 딴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누가 봐도 강아지에요."
신 "야 224번. 이거 강아지야?"
224번 "강아지도 뱀도 아닌것 같고 제가 보기엔 축구공 같은데요?"
신 "???"
224번 "너도 틀렸고 쟤도 틀린듯?"
신 "224번, 지옥문으로 나갈래요?"
224번 "확실히 뱀이네요."
신 "봐봐 이 새끼야! 뱀이래잖어 뱀!"
223번 "아니에요."
신 "뱀이야!"
223번 "아니라고!"
신 "뱀이야!"
223번 "아니라고!"
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 훌륭하네요."
223번 "고맙습니다."
신 "근데 확실히 뱀인듯."
223번 "아니라고!"
신 "인간 될래? 지옥 갈래?"
223번 "인간 되겠습니다."
신 "뱀이야? 강아지야?"
223번 "강아집니다."
신 "(폭발) 뱀이야 뱀! 이건 누가봐도 뱀이라고! 야 225번!"
나 "네.. 네!"
신 "(그림을 보여주며) 이거 뱀이야? 강아지야? 아님 축구공이야? 대답해!"
나 "(눈을 가리며) 어휴 왜 이렇게 야한 그림을 그려놨어요? 예술이란건 인정하는데 좀 많이 노골스럽네. 야짤이네 야짤."
신 "???!"
223번 "???????!"
224번 "???????????!"
나 "저게 안 야해? 미친놈들아?"
신 "어휴... 노답년들... 알겠어요. 223번. 그냥 한번 거짓말하는 셈 치고 이거 뱀이라고 인정해요. 그럼 환생문 보내줄게."
223번 "하지만...."
신 "말해. '제가 그린 그림은 사실 뱀을 그린거였습니다. 절대자님 빼고 다 병신임'"
223번 "....허허허.."
신 "말해."
223번 "뻑큐!!!"
신 "223번 지옥문 확정. 오른쪽으로 나가세요."
223번 "예아! 후회는 없다! 뻑킹 지쟈스!!"
신 "꺼져."
223번 "저기.. 제가 돌았나봐요. 한번만 더 기회를..."
신 "꺼져."
223번 "네."
223번 영혼은 지옥문으로 들어갔다. 정말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 "224번."
224번 "ㅇㅇ"
신 "몇살이었습니까?"
224번 "그건 비밀입니다."
신 "여기 나와있는데? 22살 김병신"
224번 "그럼 왜 물어봤어요?"
신 "아니.. 그냥 절차인데."
224번 "다음부턴 그러지 마세요."
신 "미안ㅎ... ????!!!"
224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신"
신 "이 새끼가 감히 신을 놀려?"
224번 "흐흐흫흐..."
신 "좋아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습니까?"
224번 "전 유명한 과학자였어요. 그리고 또한 신이 있을거라고 믿어왔죠. 그래서 제가 이걸 밀반입했고... (주머니에서 총을 꺼낸다)"
신 "야 임마!! 뭐야!!!"
224번 "과연 지상 무기가 천상에 통하나 봅시다."
탕탕탕탕탕 투타타탙탙타탙타탕!!!!!
224번 영혼은 총을 마구 난사했다.
신 "ㅅㅂ... 224번 영혼 지옥문! 넌 특별히 고문 좀 시켜달라고 지옥 애들한테 전해야겠다."
224번 "지상의 무기는 통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천상의 무기는 천상에 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 "헛소리 말고 지옥으로 쳐들어가."
224번 "결국 이게 생명체들 사는건 전부 이승이나 저승이나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이 버튼 보이십니까?"
신 "....?"
224번 "천국의 에너지 저장창고에 폭발장치를 연결해뒀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모든게 끝나요."
신 "야 그러지 말고...!"
224번 "어어어!! 다가오지 마세요!! 누릅니다! 눌러요! 누를수있어요!"
신 "야야 잠깐 진정해 이러면 우리 다 죽어"
224번 "절대자는 똑똑할텐데?"
신 "그래 그래. 원하는게 뭐에요?"
224번 "환생문으로 보내줘라."
신 "알겠어요 알겠어... 일단 선은 내가 알아서 해체할테니까... 얼릉 빨리 가보세요."
224번 "ㅇㅋ 천국문 들어갈게요. 그 전에 할껀 하고...."
꾹
224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신들 잘 살아라!!!"
신 "야 이 미친새끼야!!!
[5, 4, 3, 2....]
224번 영혼은 환생문으로 들어갔다.
[1.......]
신 "뻑킹 지져스! 우린 전부 망했어!"
나 "니가 니 욕하면 어떡해??? ㅅㅂ 그건 그렇고 좀 비켜봐!! 좀 나가자!!!!! 나만이라도 좀"
신 "같이 죽어야지... 왜 그래 그리고 어차피 여기 없어지면 인간세상도 없어짐ㅋㅋ"
나 "히ㅣㅎ히힣 그럼 쌤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닼ㅋㅋㅋㅋㅋㅋ 나만 안죽어섴ㅋㅋㅋㅋ"
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구멸망이 이딴식이라닠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Zero]
쿠과과과과과광!!!!!!!!
그렇게 지구는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