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매체들 이례적일 만큼 日조치에 비판적 남관표 대사, 도쿄신문까지 7~8개 매체 방문 정부 즉각 보복조치보다는 여론전 주시해야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일간 경제전쟁이 '여론전'으로 전환될 모양새다.
특히, 일본 주요 매체들의 비판적 논조가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보복질주를 멈추게 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6개 유력 일간지 중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아사히신문·도쿄신문·마이니치신문 등 4개 매체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공식 발표(지난 1일)직후부터 연일 이번 조치를 철회하라며 이례적일 만큼 아베 내각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이익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일본 언론들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5일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언론들의 최근 한·일 관계 관련 보도를 보면 '혁명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 마디로 "외의의 행보"라고 말했다.
지난 2일자 사설에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라'며 가장 먼저 일본 정부를 향해 포문을 연 닛케이는 이날도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도입 한 이유에 대해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라고 했으나 어떤 사안인지 구체적으로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했던 것과 달리, 펜 끝이 아베 내각을 겨냥하자, 급기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트위터를 통해 "어제(지난 1일)부터 보도를 보고 있으면, 언론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3일 트윗에서도 "한국의 조치에 대해 '왜 지금 시기에'라는 등의 의문이 아직도 나오고, 매스컴도 아직 완전히 이해 못 하고 있는 듯하므로 경위를 재차 설명하겠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마이니치신문는 나아가 이날 신문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반일·반한 감정이란 양국의 강경 여론층을 의식, 맞대응 전략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를 놓고 "참의원 선거 순항을 위한 아베 정권의 의도"라며 "참의원 선거 후보자들에게 선거 연설 등에서 (한국에 대한)수출제한 조치를 건드릴 것을 조언했다"는 자민당 간부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 활자매체들의 이런 행보는 과거 대미 통상마찰을 겪으며 일본 정부가 대항 논리로 쌓아올린 '자유무역 정신'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도덕적 명분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결국엔 '탈일본화'만 부채질 할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가미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유력 일간지들의 이런 논조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도 적지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외교가에선 활자 매체들의 이런 여론전이 아베 총리의 보복질주를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분명한 건 이번 사안이 여론전으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명분없는 일본의 보복전에 휘말리기 보다는 차분히 여론의 향배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신문들의 비판적 어조를 의식,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매체들과의 인터뷰로 '한국 때리기'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아베총리는 지난 3일과 4일 밤 각각 아사히TV뉴스와 NHK프로그램에 출연, 한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여론전에 대응, 남관표 주일대사는 전날 부임 인사차 도쿄신문을 방문, 스가누마 겐고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만한 조기 해결을 바라는 의견이 많다"고 한국 내 분위기를 전달했다. 남 대사는 지난 5월 말 부임 후 도쿄신문까지 약 7~8개 일본 언론매체들과 접촉했다. 외교소식통은 "총 12개 일본 매체 방문을 목표로, 향후 인터넷 매체들까지 만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매체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주요 경제계 인사들을 접촉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남 대사과 고노다로 외무상간 면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주요 각료들이 지방 유세일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란 설명이 나오나, 그 만큼 정부 간 대화채널이 제대로 가동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한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