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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1326
    작성자 : 미리내Magos
    추천 : 14
    조회수 : 781
    IP : 220.78.***.96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1/21 14:59:25
    http://todayhumor.com/?readers_11326 모바일
    [병신 백일장] 죽음의 펀치머신



    소설이나 시는 재능이 없으니

    예전에 있었던 썰이나 하나 풀겠습니다



    -----------------------------------------




    세상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깜빡 잊은 가스불.

    잠그지 않은 집 열쇠

    지우지 않은 인커밍 폴더.

    그리고 펀치머신..


    오늘은 그 펀치머신에 관련된 이야기다.



    '펀치머신'

    인간 내면의 헐크를 표출 시키는 무서운 기계.

    숙제와 공부에 지쳐 스트레스를 한껏 품고있는

    가여운 빡빡머리 학생들의 한을 풀어주는

    5백원짜리 예수님.

    야누스적인 매력을 지닌 그 기계는

    바로 우리 학교 정문 앞에 있었다.



    머신은 나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점수로 내기를 한다거나

    그냥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거나 하는

    몇가지 한정 된 용도로 쓰이고 있었지만...

    그리고 24시간 켜있는지 점수가

    항상 존재해 있었고

    등교길에 나도 모르는 기록이 보이면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나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메마른 오른 주먹에 담아 기계 위

    스펀지에 표출하고는 했다.

    친구들도 그 행위에 많이 동참했는데

    '이야압'

    '아나스타샤' 따위의

    감탄사와 함께 머신을 쳤고

    마침 지나가던 옆학교 여학우들에게

    '너희들이 이 학교의 병신들이니?'

    따위의 속삭임을 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방과 후 교문쪽으로 내려오는데

    학교에서 가장 힘이 좋기로 유명한 힘맨이

    기계 앞에서 가방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았다.


    '오호라'


    2002 월드컵이 끝난 이후 볼거리가 없어

    방송실의 후레시맨이나 돌려보던 우리에겐

    나름 신선한 장면이었기에

    지체없이 인파 속으로 끼어들었다.

    힘맨은 옆에 있던 다른 녀석에게

    최고기록 내면 진짜 떡볶이 사냐

    따위의 말을 하는 걸로 보아

    어렵게 만들어진 그 자리는

    불법도박의 현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힘맨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마지막 전투를 앞둔

    망국 최후의 장군 그 자체였다.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힘맨은 깊은 호흡을 마치더니

    짐승같은 육신을 앞으로 날리며

    펀치머신에 고딩파워샷을 날렸고


    ........


    잠시후 동네가 떠나라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졌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우리는

    힘맨의 상태를 파악하려 했으나

    그는 막 오그라든 오징어 마냥

     몸을 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한 녀석이 범인은 펀치 머신이라며

    코난의 빙의되어 소리를 쳤고

    펀치머신의 실체를 본 우리는 경악을 했다.

    어떤 미친놈이 머신의 솜을 다 빼고

    자잘한 벽돌같은걸 가득 채워 놓은게 아닌가.

    이 정도의 장난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걍 죽어라' 급의

    탈레반 간부들이나 할 짓인데

    그걸 하필이면 힘맨이 친것이다.



    그의 손가락들은 마치 생명의 나무가

    자라나듯 이곳 저곳으로 꺾여 있었고

    자기 손에 내려진 은총에 감격했는지

    엎드려 마구 방언을 토해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조심해야할 목록에

    당당히 '펀치머신'을 올렸고

    지금도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기 전

    수줍게 스펀지 부분을 어루만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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