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이나 긴급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 업무 특성상 체력을 요구하는 극한 업무가 많다. 이에 소방청은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여성 소방대원 채용시 체력 검정 기준을 현행 남성의 55~80%에서 80~9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여성 대원의 체력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현장 투입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력 검정 기준 강화시 여성 소방대원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행정요원, 구조, 교육 등의 분야에서는 여성 소방공무원 선발을 늘리는 대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22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공채시 체력검정 시험은 경찰과 달리 남녀 모두 배근력·악력·제자리멀리뛰기·윗몸일으키기·
왕복오래달리기·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 등 6개 종목을 똑같이 평가한다.
종목당 10점 만점으로 총점(60점)의 50% 이상인 30점을 득점해야 합격한다.
다만, 남녀 간 체력차를 감안해 점수 배점 기준은 다르게 책정된다.
예컨대 20m 코스를 지칠 때까지 왕복하는 오래달리기 종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으려면 남성은 78회를 왕복해야 하지만,
여성은 43회만 하면 된다. 윗몸일으키기도 만점을 받으려면 남성은 1분에 52회지만, 여성은 42회를 하면 된다.
상체 근력을 측정하는 악력은 남성은 60kg를 쥐어야 만점을 받지만 여성은 37kg만 쥐면 된다.
반면 유연성을 평가하는 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는 유일하게 여성 기준이 더 높다.
여성은 상체 28cm를 굽혀야 하지만 남성은 25.8cm만 굽히면 만점을 받는다.
현재 전체 소방공무원은 5만2259명이며, 이중 여성은 4327명(8.27%)이다. 화재 진압 요원을 주로 뽑아야 하는
소방관 공채의 경우 다른 정부 기관과 비교해 여성 공무원 비중이 낮은 편이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소방공무원 선발시 여성 채용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여성 체력 기준이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 보니 여성의 화재 진압 등 현장 기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성 소방관의 경우 현장에 가도 2~3년 후 행정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외에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소방관 체력검정 남녀 기준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대원들의 체력이 달려 소방 호스를 들거나 환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소방청은 여성 대원의 체력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8.27%에 불과한 여성 비중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아예 행정 등 나머지 직군에서 여성 선발 비중을 높이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재난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는다"며
"소방대원 채용시 종목별 남성대비 55~80% 정도의 여성 체력 기준을 80~9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다만 여성 소방관 채용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행정요원, 응급구조사,
체험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여성 소방공무원을 더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 소방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10%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