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18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여년 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피해자)로 인정돼 정부 보상금이 지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해왔던 심 의원은 정작 자신이 5·18피해자로 인정돼 보상금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심 의원은 1998년 광주시에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신청’을 한 뒤 심사를 거쳐 ‘연행·구금’ 분야 피해자로 인정됐다.
5·18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관련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준비해 ‘보상금 등 지급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행이나 구금의 경우 대개 구치소나 교도소 등에서 본인 수감기록 등을 발급받아 첨부한다고 한다.
심 의원에게는 구금 일수 등에 따라 정부에서 차등지급하는 생활지원금과 위로금 등 모두 3500만원 정도의 보상금도 지급됐다.
보상금은 본인명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심 의원의 이름은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공원 지하의 추모승화공간 벽면에도 새겨져 있다.
이곳에는 2005년까지 5·18피해자로 인정된 429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심 의원도 최근 5·18피해자로 인정받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판하는 ‘역사 앞에 서서’라는 글에서
“97년 5·18광주민주화유공자라면서 발급된 무상의료보험증을 반납하고 보훈처에 유공자 등록을 마다했다”고 썼다.
광주시가 정부를 대신해 심사·결정하는 5·18관련자와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5·18유공자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5·18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같다. 광주시 심사에서 5·18피해자로 인정돼야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다.
5·18피해자 명단 역시 국가유공자처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광주에 없었던 심 의원이 5·18피해자가 된 것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 법은 ‘1980년 5월18일을 전후한 5·18과 관련된 사람’을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 의원은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11월4일 ‘잔형면제’로 풀려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18피해자로 인정받은 뒤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것도 심 의원과 같은 이유다.
심 의원은 그동안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해왔다. 한국당 3인방의 ‘5·18 망언’ 파문 직후인
지난 2월14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그는 “5·18유공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국가에 공을 세웠는데 왜 부끄러워하고 숨기는지 저는 그 점이 이해 안된다”면서
“세금이 어떻게 얼마나 들어가는지 공개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에게 확인했는데 당시 5·18관련자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심사위원회에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다른 피해자가 신청하니까 일괄적으로 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보상금과 관련해서는 반납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모르겠다. 제가 (신청)했었는지 한번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5·18관련자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광주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본인이 반드시 신청하도록 돼 있고 신청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피해자가 지급받은 보상금을 반납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규정이 없어 반납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