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달에 여러가지 힘든일들이 겹치면서
그래 이렇게 돈벌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며
조금은 충동적으로 안과에 시력교정술 상담을 받으러 들렀습니다.
상담받기 직전에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은 좀 해봤고
강남보단 많이 비싸지만(인터넷으론 강남에선 80만원짜리가 많더라구요)
회사에서 바로 옆인 안과에서 160만원에 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눈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갈 수 있으니 젤 가까운곳으로 정했습니다.)
(이로써 제 꿈과 희망인 카마로는 저멀리로...ㅠㅠ)
저는 근시와 난시가 심한편이라 라섹으로 하자고 하고
3주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3번을 검사를 진행했습니다.(같은검사만 3번)
매번 약 20여가지 기계들을 주욱 돌면서 검사를 진행했는데요
검사결과가 각막이 평균보다 두껍고 동공이 평균보다 작아서 수술하긴 아주 좋은 눈이라네요
그리고 수술은 6월 2일 금요일에 진행하였습니다.
6월 6일은 현충일이라 5일, 7일, 8일 총 3일 휴가를 내고
2일에 수술후 그다음주 금요일인 9일부터 출근하는 걸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2일날 회사 퇴근후 저녁 6시 10분경에 병원도착해서 간단하게 검사를 하고
바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제 기대 시력은 1.2 정도 된다고 하시더군요.
수술당일(금요일)
수술은 첨에 대기실로 간호사분이 데려가시더니 옷위에 수술가운 같은걸 입혀주시고
안경을 벗고 눈에 마취안약을 넣은후 쇼파에 앉아서 대기하라고 하십니다.
약 10분정도 지난후 간호사분께서 절 데리고 수술실로 이동합니다.
수술대 위에 누워서 잠시 기다리니 의사선생님 들어오시고 눈에 마취안약을 한번 더 넣고
얼굴에 녹색천으로 덮습니다.(눈 한쪽만 뚫려있는 천입니다.)
수술은 오른쪽눈부터 진행했습니다.
먼저 눈을 감지 못하게 위아래로 플라스틱 같은걸 끼워서 고정을 시키구요
눈안으로 무슨 액 같은걸 주기적으로 뿌려주시며 마르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좀 살펴보시더니 "자 이제 시작합니다." 라고 하시고 눈위에 조명이 약간 쎄지는 느낌이 납니다.
의사선생님이 "자 가운데에 초록색 불빛 보이시죠? 그거 계속 보고 계세요" 라고 하시는데
흰색 LED 조명들 사이로 가운데 초록색 레이저 불빛이 보입니다.그거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우선 브러쉬로(마치 전동칫솔같아요) 눈을 막 문지릅니다.
제가 사실 겁이 없는편이거든요.
예전에 손가락 인대 끊어졌을때도 수술할때 눈뜨고 다 보고 있었고, 번지 점프할때도 겁먹은적 없었고,
제인생에 겁을 먹어본 적이 진짜 거의 없는데
브러쉬가 눈에 다가오는 순간엔 진짜 온몸에 힘이 빡! 들어가서 꼼짝도 못할정도로 겁먹었습니다....ㄷㄷㄷ
눈으로 브러쉬가 다가오는데 감지도 피하지도 못한다는 공포감이 후덜덜 하더군요....ㅠㅠ
(게다가 가만히 있어야됨..ㅠㅠ)
브러쉬로 문지르다가 의사선생님이 "위로요." 하면 위보고 "아래로요" 하면 아래보면 됩니다.
정말 순식간에 끝나요.(체감은 거의 2~3분 정도 되는듯 하지만 실제론 약 10~15초 만에 끝난듯 합니다.)
브러쉬질이 끝나면 앞에 초록색 레이저 점이 뿌옇게 왕대빵 만하게 크게 번져 보입니다.
거의 시야에 1/3정도 차지하게 보인것 같아요.
그러면 의사선생님이 "자 레이져 시작합니다." 그러시는데 레이져가 깜빡깜빡 거리면서 눈을 레이저로
지지는 느낌이 납니다. 사실 정확하진 않은데 느낌때문에 착각한건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타는 냄새도 나구요.
이건 별로 공포스럽지 않고 역시 10여초 만에 끝납니다.
그뒤 눈위에 투명한 소프트렌즈 같은걸 덮어줍니다.(이건 일주일 후에 병원와서 빼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제 녹색천의 눈구멍을 왼쪽으로 옮기고 왼쪽눈에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총 수술시간은 약 10분 정도 만에 끝난거 같아요.
그리고 아까 대기실로 간호사분이 한쪽팔을 잡고 이동시켜 줍니다.
수술복을 벗겨주시고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쇼파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으니 다음 수술하실 분이 들어오시네요...ㅋㅋ
그리고 간호사님께서 의사선생님께로 데리고 가십니다.
눈을 한번씩 살펴보시고는 바로 시력검사를 합니다. 약 0.5~0.6 정도 나오더군요..
여기까지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썬그라스끼고 모자쓰고 집으로 눈누난나 갑니다.
집에서 안약을 넣고 인공눈물(저는 혈청으로 했습니다.) 넣고 밝은 눈을 만끽하며 컴터로 게임을 했습니다.뚜둥!!!
밤에 병원에서 준 플라스틱안대를 쓰고 잠을 자는데요(자는동안 눈을 건들지 말라고 플라스틱으로 된 안대를 줍니다.)
이게 모양도 영 이상한대다 이거 끼고 불편해서 못자겠더군요...ㅠㅠ
그래서 눈도 안아프겠다 과감하게 벗고 잡니다...ㅋㅋㅋ
수술 2일차(토요일)
아침에 통증에 잠에서 깼습니다. 새벽 4~5시 정도?
엄청나게 아픕니다. 아픈데 손을 댈수도 비빌수도 없어서 미칩니다.
미치는데 어찌 방법도 없습니다. 안약을 넣고 인공눈물을 넣고 병원에서 처방전으로 준 진통제를 먹습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아픕니다.
눈이 타는듯한 고통이 한 2~30분 쯤 지나면 약기운이 돌아서 통증이 좀 덜어집니다.
잡니다.
약 4시간마다 약기운떨어지면 아파서 깹니다.
진통제 먹습니다. 2~30분뒤 통증이 좀 덜어지면 잡니다.
진통제를 6알 받아왔는데 자다가 아프면 깨서 약먹고 또자고를 6알 다먹을때 까지 반복했습니다.
2일차는 그냥 잠으로 지납니다.
수술 3일차(일요일)
통증은 어제 반정도로 아픕니다. 진통제는 다 떨어졌습니다. 타이레놀을 먹습니다.
의외로 생각보다 효과가 있습니다.(타이레놀은 역시 4시간정도 간격으로 총 4알 먹었습니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습니다.
눈은 첫날과 비교해서 매우 안보입니다.
컴퓨터는 커녕 시계 숫자도 읽기 힘듭니다. 난시가 심해진것 같습니다. 점이 5개로 보입니다.
눈에 통증은 생각보다 견딜만 하지만 약간 타는듯한 느낌? 눈에 뭔가가 들어간듯한 느낌이 매우 신경쓰입니다.
수술후 온몸에 짜증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날이었습니다.
아프고 개기고 안보이고 잠은 안오고 만사가 짜증스러운 순간입니다.
눈이 안보이니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그저 이어폰으로 음악만 들으며 하루를 버팁니다.
수술 4일차(월요일)
통증은 없어졌습니다. 눈에 개기는 느낌도 거의 없습니다.
평온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안보입니다.
난시+근시가 원래눈보단 낫지만 원래는 아예 장님인 관계로 여전히 안보입니다.
심심합니다. 그러나 놀꺼리가 전혀 없습니다. 핸드폰도 컴퓨터도 심지어는 티비도 볼수가 없습니다.
음악도 들을만 한게 없습니다.
그러니깐 먹습니다...;;
2일차, 3일차때 거의 안먹다 보니 몸무게가 좀 빠졌는데 이날 복구합니다.
젠장....
피자를 먹습니다. 치킨도 먹습니다. 스파게티와 모밀소바를 먹습니다. 빵을 먹습니다.
달달한 쵸콜릿이 땡겨서 먹습니다. 아메리카노가 맛이 없군요.... 카페모카를 먹습니다.
썬그라스끼고 모자쓰고 밖으로 나갈수 있습니다. 글씨는 못읽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피해다닐수 있습니다.
근데 햇빛이 강렬하군요... 역시 밖은 위험합니다. 이불속이 제일 좋습니다.
수술 5일차(화요일)
핸드폰과 컴퓨터는 힘듭니다. 그러나 티비는 볼만 합니다.
티비를 봅니다. 주말에 못본 예능 재방송을 봅니다. 자막이 나옵니다. 읽을수 없습니다.
세상에 자막이 없는 예능이 그렇게 재미 없는줄 첨 알았습니다....ㅠㅠ
역시 티비는 자연 다큐멘터리가 최곱니다...ㅡ.ㅡb
도마뱀이 이뻐보입니다.....
친구에게서 카톡이 옵니다.
"수술잘끝났냐" "ㅇㅇ"
그리고 장문에 카톡이 옵니다. 읽기 힘듭니다. 전화합니다.
"야이 개XX. XXX. XXXXXXXXXX. 눈이 장님이거늘 장문을 보내는 건 어디서온 개념이냐!!!"
라고 소리 치고는 대충 통화후 힘겹게 카톡 상태메세지를 바꿉니다.
'라섹수술 끝. 카톡/문자 사절 전화하삼!'
뭐 상메 저렇게 바꿔놔봤자 이인간들은 신경쓰지 않고 카톡을 날립니다.
가뿐하게 씹어줍니다.
수술 6일차(수요일)
여전히 컴퓨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의외로 핸드폰이 가능하네요?
컴터가 글씨가 더 큰데??? 핸드폰이 해상도가 높아서 일까요? 더 가까워서 일까요?
암튼 눈이 쉽게 피로해지지만 핸드폰이 가능은 합니다.
그리고 예능 자막이 보입니다.
외화에 대사는 자막이 고딕/명조체인데다 가늘어서 읽지 못하지만 예능의 큼지막한 자막들은 힘안들이고 충분히 보입니다.
오오 다시 예능이 재밌어졌습니다.
이제 카톡에 답변도 답니다. 물론 오래 하긴 힘드니 단답형으로만 답니다.
거래처에서 제가 휴가인줄 모르고 휴대폰으로 전화가 옵니다. 뭐 대충 답변해주고 끊습니다.
나머진 회사에서 알아서 하겠죠....
의외로 신기한게 수술날 눈에 끼워준 렌즈가 이날까지도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렌즈를 끼고 잠들면 눈이 막 충혈되고 힘든느낌이 드는데 이 렌즈는 고급인지 전혀 존재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간혹 거울 보며 확인합니다. 렌즈가 제대로 껴져 있는지..
약도 꾸준히 넣고 인공눈물도 3병째 쓰고 있습니다.
수술 7일차(목요일)
아... 내일이면 출근해야 합니다.
시간이 넘 빠릅니다. 눈도 안보이는데 출근이라니 젠장...
컴터는 힘들지만 폰트크기를 약 14정도로 키우고 대충 사용할 순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게시물을 읽을땐 모니터 앞 약 20cm까지 눈을 가져다 대야 합니다.
이것저것 대충 챙겨먹고 저녁 5시쯤 썬그라스를 끼고 병원으로 갑니다. 렌즈빼러요.
가서 시력검사를 하니 대충 0.5정도 나옵니다.
시력은 점차로 좋아질꺼라 하시고는 눈에 렌즈를 핀셋으로 슬쩍 들어올려서 뺍니다.
눈이 시큰 합니다. 아픈건 아니고 눈이 시려운 느낌? 이 납니다.
간호사분이 의자에 앉아서 약 10분쯤 있다 눈이 시려운 느낌이 사라지면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잠깐 앉아있다가 집으로 옵니다. 사람들이 막 쳐다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긴 한국 길거리에서 썬그라스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보기 힘들죠...ㅠㅠ
그렇지만 내가 잘생겨서 그런거라 생각하면서 꿋꿋히 끼고 집으로 옵니다.
역시 잘생긴건 어쩔수 없는거라 생각합니다.
수술 8일차(금요일)
출근해야 합니다. 몸이 천근만근 발걸음이 움직이질 않지만 회사로 갑니다.
가는길에 썬그라스를 끼고 있으니 사람들이 역시 또 막 쳐다보는 느낌이 듭니다.
하긴 한국 출근시간에 길거리에서 썬그라스 끼고 출근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겠죠..
역시 잘생긴건 어쩔수 없는건가 봅니다. 쿨하게 생까고 사무실까기 끼고 들어갑니다.
일을 하기 위해선 모니터를 쳐다봐야 하는데 본들... 뭐 보이남?;;;
하얀건 배경이요 검은건 글씨니 뻘건건 주석이라 투명이로구나.... 를 외우며
하루종일 월급 루팡질을 하다 퇴근합니다.
역시 집이 좋습니다.
수술 11일차(오늘 월요일)
아직은 여전히 눈이 잘 안보입니다.
그렇지만 글쓰는게 가능할 정도로는 나오네요
출근해서 대충 일처리도 할 수 있습니다. 안경썻을때보단 조금 답답하지만 뭐 일을 할수 있는게 중요한거니깐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보이길 기대하면서 이만 자러갑니다.
잘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