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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 두개의 종교를 심층있게 체험해 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무교였고 지금도 무교지만 교회랑 절은 참 많이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의 아버지는 저희 시에서 가장 큰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님이셨고
자연스레 교회앞마당에서 놀고 예배드리는걸 생활화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대충 어떤구조로 되있고 어떤식으로 예배를 진행하는지를 다 알게되었죠.
어릴 때 느꼈던 교회의 느낌은 포근하고 따뜻하면서도 신비롭고(고딕양식의 건축물이라 그랬던 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너무도 친절하고 먹을게 풍족한 그런 천국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교회신자로서 교회를 다니진 않았죠. 이상하게도 어릴때부터 제 가치관과 판단력은 확실했거든요.
어머니는 절에 다니셨는데 여스님(비구니)들만 있는 정사에 다니셨습니다.
물론 저는 어린마음에 밤늦게 멀리 절까지 가는 엄마가 걱정되 매일 밤 절에 가서 법당에 예불을 드리고 왔습니다.
교회와 절을 동시에 다녔죠.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그러면 큰일난다고, 천벌받는다고.
솔직히 전 그 천벌 우스갯소리로 흘렸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만약 진짜 신이 있다면 불순한 목적이 아닌 순수한
목적으로 하는 이중종교가지고 처벌 내릴만큼 소심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어릴때 교회와 절을 6년 정도 꾸준히 왔다갔다 했습니다.
불교는 교회와는 다른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교회가 밝고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라면 불교는 고요함과
정전속에서의 편안함, 그리고 물질적으로 포근한 교회와달리 정신적인, 심적으로 편안함을 줬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분위기의 두 종교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서로가 싸우고 헐뜯는것을 이해할 수 없었죠.
물론 대부분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절을 다니는 아이들을 헐뜯었습니다. 지금과 다를바가 없었죠.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는 제가 초등학교때 한창 '태조왕건'드라마가 대히트 중이었는데 아침체조시간에 기독교를믿는
한 친구에게 '야 너어제 왕건봤어? 엄청재밌지않았냐?'라고 했더니 갑자기 친구가 정색하더니 '난 그런거 안봐. 기독교
믿으면 그런거보면 안되'라고 하는겁니다. 처음엔 뭔말인지 몰랐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동양사상이고 동양의역사라서
보면 안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친구 스스로 생각한건지 부모가 그렇게 교육시킨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고등학교를 특성화고로 갔는데 하필 그 학교가 미션스쿨(기독교학교)였습니다.
전 그래도 제 전공쪽에선 최고로 알아주는 학교여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녀야 했고 매주마다 꼭 하루는 수업시간에
'예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간 미션스쿨을 다니며 기독교 친구들과 같이 기숙사 생활도 하고 저의 가치관때문에
마찰도 참 잦았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슬슬 기독교 사람들이 대부분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기독교를 믿는 신자들 사람자체는 정말 착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믿는 교회에 대한 어떠한
조금의 부정이라도 있으면 거의 90%이상이 사람이 돌변합니다. 저와 정말친하고 너무 착했던 한 친구는 모태신앙이었는데
주말에 항상 같이 더 놀고싶었는데 일요일만되면 항상 자기가 다니던 교회를 가야만 했던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루는 무교인 다른친구와 작정을하고 친구를 못가게 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 전화로 한시간 가까이 훈계듣는거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렇게 9년이 넘는세월을 교회와 함께하며 교회의 교리, 사도신겅, 성경내용, 성가들도 수없이
많이 알게됐죠. 지금도 사도신경 외우라고하면 한국어로, 영어로 자동반사적으로 다 외워집니다.
그래도 역시 저는 기독교 신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동양사상과 서양사상 둘 다 사랑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바쁜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이 됐을때, 절에서 느꼈던 편안한 향수와 제 개인적인 심신수련을 위해
절에서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때가 2009년 저는 집에있던 개량절복을 입고 이전에 배웠던 검도수련도 다시 할 겸
목검하나 챙기고 제법 큰 절인 xx사로 갔습니다. 주지스님을 뵙고 어떠한 사정으로 오게되었는지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절에 머무르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법당 아래에 위치한 지하건물에서 빈 방을 하나 얻어 tv나 그 어떤
전자기기도 없이 절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머리도 완전히 삭발했던 상태였죠.(절가려고 한건 아니였구요)
매일 새벽4시에 종이 울리면 일어나 씻고 법당으로 가 4시 30분부터 예불을 드렸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각 불상에 삼배를 하고
참선을 한 후 108배를하고 경을 읽고 마무리로 다시 각 불상에 삼배를 하는걸로 예불은 끝났습니다.(저는 조계종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새벽4시30분, 아침 10시30분, 저녁 5시 30분 이렇게 하루에 3번의 예불을 매일 드렸고 공양(밥)은 하루에 두끼로
반끼만 먹었습니다. 한달가량 매일 예불을 드리니 예불을 할때 읽는 경을 절반을 외울정도가 되더라구요. (약 40페이지)
나머지 시간은 절에 쌓인 눈을 마당빗자루로 쓸고 관광오는 손님들을 구경하다가 절 뒷쪽 동굴(스님들이
면벽수련 하는 장소입니다) 옆에있는 풀밭에 가서 운동을 했습니다. 눈이 많이오는날은 새벽부터 눈이 그칠때까지 계속
눈만 쓴 적도 있습니다.(관광객이 꽤 많은 곳이고 절이 워낙 커서 잘 쓸어줘야 하거든요. 동양 최대의 법당이 여기입니다)
매주 한번은 스님들이 다같이 소담방에 모여서 절에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설날이 됐고 설날 역시 스님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주지스님과의 윷놀이
결승전 대결 ㅎㅎ. 은근히 주지스님 승부욕이 강하더군요. 맛있는 과자들과 과일, 떡을 먹으며 넓은 방에서 스님들과 윷놀이를
하고 한쪽에는 우승상품들이 쭉 늘어져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우승자는 운좋게도 제가 됐고 저는 상품을 고를수있는
우선권을 쥐게됐죠. 제가 가지고싶었던 동양화가 하나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너무 그걸 가지고 싶어하길래 딴 걸 골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한달 보름정도의 절 생활이 끝날 때 쯤 혜인스님이 내려오셔서 강의도 하시고 그 혜인스님이 머물
선방을 하루종일 빡빡 닦고 청소했던 기억이납니다. ㅎㅎ 군인들처럼 이불들도 각 딱딱잡고 주지스님이 절도 군대라고
하시면서 ㅋㅋㅋ. 아 참 그리고 신년행사도 있었는데 그 때 3천배 행사를 했었습니다. 저는 여러사람사이에서 절하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혼자 법당 2층에 가서 방석깔아놓고 9시부터 저녁6시까지 5천배를 했습니다.(쉬지않고요)
그 다음날은 소원을 쓴 종이들을 가지고 바닷가 부두에 가서 불에 태우며 양식으로 기른 생선들을 바다에 풀어주며 덕을 쌓고
제를 지내는 것도 했습니다. 생활이 끝나는 마지막 날 주지스님께서 선물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다른 스님분들도(여기 스님이
약 7분 계셨습니다.) 선물을 하나씩 주셨는데 덕담을 주신분, 좋은 글귀를 써서 주신분등 정말 감사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받았던 금색 먹으로 칠한 달마도는(달마로 매우 유명한 스님이 그리신 것이라 합니다) 지금도 액자에 넣어 집에 두고 있지요.
법명도 받았습니다. 법진거사(法進 진리로 향해 나아가는 자). 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한 법명이었습니다.
주지스님에겐 항상 감사하고 연락을 못드려 죄송한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실질적으로 교회와 절을 수없이 많이 직접 체험하고 살아보면서 느낀것은 확실히 절이나 교회나 사람사는건
다 똑같다는 거였습니다. 절 사람들이 매우 온순하고 착할거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절에도 성질있는 사람 태반이고
억센 분들 많습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구요. 대신 기독교는 확실히 타 종교 특히 불교를 많이 기피하는데 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탄절때는 교회에서 예수님 태어나신 날이라고(절에선 예수님도 성인으로 봅니다) 맛있는것도 주시고 나무에 소소하게 트리장식
도 하고 그랬습니다. 스님들이 메리크리스마스 하면서 장난도 치시더군요 ㅎㅎ(비꼬는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독교보면 참 썩어빠진 짓들을 많이하는데 절은 확실히 기독교보단 많이 덜한편입니다. 그렇다고 또 절생활 하시는분들이
검소하게사시는가? 그건 또 아닙니다. 물론 식사는 오신채를 쓰지않고 채식위주라 검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신자인 친구가 하루는 저를 자기의 교회에 초대이벤트를 한다고(교회에선 신도들에게 친구나 주변 지인들 대려오라고
행사 같은걸 일년에 한두번씩 하더라구요)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부페식으로 음식도 맛있게 나오고 참 좋더라구요.
예배당에 갔는데 예배당에도 맛있는 과일과 간식들이 한가득 ㅎㅎㅎ. 지인초대 행사라 그런지 워십(기독교에서 춤추고 노래하는거)
도 화려하고 장기자랑도하고 여러가지 평소 예배와 다른 특별 이벤트들을 많이 하더군요. 그때까진 좋았습니다.
근데 목사님이 마지막에 나오고 설교를 하는데 아랫층과 윗층에서 듣던 신자들이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설교가 점점 극에 달하며
목사님도 스스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소리가 높아지는데 우는사람들 감정에 북받쳐 온몸을 떠는사람들 대성통곡하는사람들
교회가 완전 울음천지가 되버리더라구요. 전 설교도 다 듣고 이해도 했지만 전혀 그런감정이 피어오르지 않아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고개숙이고 손깍지끼고 울며 감동하는데 저혼자(아니 초대받은 사람들 대부분)멀뚱멀뚱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교회에 있는지 다 볼수 있게됐죠. 교회믿으라고 초청한 행사였는데
오히려 그 행사덕분에 교회에 더욱더 가기 싫어졌습니다 -_-. 그래도 전 여전히 기독교가 좋습니다. 예수의 가르침과 성경의
말씀은 배울게 참 많거든요.
제가 하고싶은 말은 사람자체가 나쁜곳은 없다는 것이고 불교에는 불가의 가르침이, 기독교에는 예수의 가르침이 있고
그 모두는 배우고 실천할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걸 가지고 어느쪽 종교의 교리가 맞다고 싸울 필요도 없고
제가 성경과 불경을 둘 다 공부해 본 결과 그 둘의 가르침의 본질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든것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이렇게 오랜시간 절과 교회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도 어느한쪽으로 치우치지않고
여전히 중립적인 사상과 무교를 지탱하는 저 처럼 배울건 배우고 버릴건 버리는 마음으로 양쪽의 종교 다 수용한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좋은 교훈과 좋은 사람관계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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