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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치소 선배로서 양승태 후배에게 보내는 애정의 조언 ]
양승태 후배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가운 철창 소리를 들으며 구치소 깊은 곳으로 끌려 올 때 아마 이런 생각을 하셨겠죠. ‘내가 이 길을 다시 돌아 나갈 수 있을까’
네 걱정 마십시오. 틀림없이 구치소를 나가실 겁니다. 그게 산체로 일지, 죽은 체로 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언젠가는 나가시는 것은 확신하니까 걱정마십시오.
교도관이 ‘탈의하고 옷 갈아 입으라’고 할 때 황망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박근혜도 거쳐 간 과정을 후배님이라고 비껴갈 수야 없죠. 몸에 문신이 있는지, 종기가 있는지, 항문에 담배를 꽂아 숨겨 오는지 교도관이 훑어 보는 것에 상당한 치욕을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대법관을 하는 7년의 기간 동안 국민들은 사법의 폭거 앞에 그렇게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을.
관복(죄수복) 갈아입고 고무신 지급 받아 신고 나서 그 어둡고 긴 복도의 통로를 교도관 따라 더벅거리며 걷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나치는 교도관들과 재소자들의 시선을 감당하기도 버거우셨겠죠. 독방 배정 받은 후, 영장실질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밤새 뜬눈으로 지새셨을 겁니다. 부하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도 대부분 기각 되었으니 양승태 후배님도 별일 없이 나갈 것이라 생각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을 떠올리며 밤새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복도로 교도관이 지나는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 앉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일명 ‘저승사자’라 불리우는 교도관이 ‘서류에 도장 찍으세요’라고 인주를 건넨 순간 직감하셨을 겁니다. 그 만의 하나의 가능성이 실현 되었음을 말이죠. 그 인지가 구속결정 확인서 임을 말이죠. 터널 속에서 빛을 찾아서 허우적 거리다가 저 앞에 보이는 출구의 빛이 무한데로 멀어져 가는 황망함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그 희망의 빛은 멀어졌지만, 후배님의 방을 환히 비추는 현광등 빛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그 밝은 현광등은 밤중에 취침 때에도 환히 후배님을 비춰줄 것입니다. ‘취침시에도 수용자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게 소등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관리 방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밤중에도 꺼지지 않는 빚 아래에서 희망을 되뇌이십시오. 역전의 용사들을 규합해서 다시 투쟁할 기회를 엿 보십시오. 박근혜 가카에게 비둘기 날려(교도소 내 쪽지) 거사를 도모해 보십시오. 물론 그러다 공범 박근혜에게 비둘기 날린 것이 발각되면 징계를 받는 사실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하루에 세 번 틀어주는 TV도 뺏어가고 책도 못 읽고 편지도 못쓰게 볼펜까지 뺏어갑니다.
전직 대법원장이기에 구치소 배려로 방에 온돌이 들어오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써금써금하고 복도쪽으로 나 있는 배식구 등이 항시 열려 있어야 하는 이유로 찬바람이 심하게 들어올 것입니다. 하지만 춥다고 가족들에게 명품 내복 사오라고 해봤자 반입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외부 물품 일절 반입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그래도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보내는 따듯한 솜 내복 등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했는데 이명박 정권 때 부터는 ‘교도소 선진화’ 방침에 따라 내복 반입이 불가능해진 터입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 부터 후배님이 대법관 하셨으니 그러한 교도소 선진화 노력에 일조하셨 겠군요.
화장실 갈 때는 항시 바지 벗고 들어가시고,,. 똥싸고 나서는 환기를 충분히 시키세요. 오줌쌀 때는 앉아서 싸면서 변기 벽면을 조준해서 물 떨어지는 소리 안 나게 해야 합니다. 혹여나 밤중에 비몽사몽으로 서서 싸다 옆방 사들의 잠 깨우면 욕 바가지로 얻습니다.
특히나 하루 30분 운동시간 동안에 인상 살벌하게 생기고 몸에 문신하신 분들 지나칠 때면 웬만하면 눈깔 까세요. 그냥 쳐다봤다는 이유로 주먹이 날아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수용자들이 법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 판사들은 동네 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후배님은 박근혜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 정책에 따라 별 죄도 아닌 것 가지고 무조건 구속 방침을 내린 수장이십니다. 심하게는 교도소 150% 포화 상태를 만든 장본이 이라 수용자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밤중에 누워 잘 때, 어깨가 부딪히는 참혹한 현실을 경험해야하는 수용자들입니다. 그런데 그 고초를 제공한 후배님은, 수용자 6~7명이 누워자는 공간에 혼자 왕처럼 생활하고 있으니 얼마나 분노스럽겠습니까. 물론 특별대우로 후배님을 최대한 격리시키겠지만, 의료 진료, 목욕, 운동, 출정(배판 받으로 나가는 일)등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용자들과 접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화를 안당하려거든 무조건 눈깔 까십시오.
매 끼니의 식비는 천사백원 남짓하니, 소지들이 밥 조금 준다고, 반찬 덜 준다고 함부로 투덜대지 마세요. 그랬다가는 밥 퍼주는 소지들이 밥과 음식에 침 뱉어서 드릴 수 있으니까요. 아. 그런 말씀 안하셔도 사법부의 수장였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밥과 음식에는 이미 침 버무려져 있을 듯 합니다. 주어진 운명을 어쩌겠습니까. 아무쪼록 송로버섯과 캐비어 드시던 옛날의 부귀는 다 잊으시고 ‘인생 종쳤다’는 마음으로 견디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구치소 생활 중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기괴한 울부짓음에 감정적으로 너무 격앙되시지도 마시고, 하루에 한번씩은 살을 난도질하는 듯한 찬물로 한번씩 목욕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주시기를 당부합니다. 혹여나 건강 악화로 유명을 달리하시면 후배님이 그 안에서 지은 죄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기를 바라는 이들의 기도가 의미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괴로움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수도 있는데, 혹여 탈옥을 시도하려고 숟가락으로 화장실 벽을 파려는 무모한 짓은 절대로 하지 마시고요. 수저가 프라스틱 재질이라 시멘트에 닳아 없어지면 그만큼 국 떠 먹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리고 바깥에서 하던 버릇 고치지 못하고, 안에서도 사람들 등쳐먹고, 사기치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짓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그런 꼴은 못 보는 결벽증을 가진 분들이 구치소 안에 종종 계신데(주로 폭력 전과자) 그분들은 형량 늘어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십니다. 잘 못 걸렸다간 뒈집니다.
끝으로 구속된 것에 대해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박정희 때부터 ‘유신의 개’ 역할을 했던 이가 필연적으로 다다를 종착역 이었습니다. 박소연 대표에게 안 보낸 것을 다행으로 아십시오.
--- 구치소 선배 둥글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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