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손혜원 의원 관련 뉴스가 언론사마다 빠짐없이 보도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오보와 왜곡 보도,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습니다. 언론의 '손혜원 보도'가 보여준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1. 보도 가치에 비해 과열된 언론의 보도
한국기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처음 의혹을 제기한 SBS는 메인 <8시뉴스>를 통해 손혜원 보도를 하루에 4 꼭지에서 많게는 7 꼭지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 톱만 3차례, 사설은 5일 연속으로 손혜원 보도를 했습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도 1면과 사설을 통해 매일 보도했습니다.1월 15일부터 1월 22일까지 네이버에서 '손혜원 의혹' 검색 결과로 나온 기사만 무려 1만 1612건이었습니다. 과연 손혜원 보도가 한국의 언론이 모두 나서서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설사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해도 만 건이 넘을 정도라면 과잉 보도라고 봐야 합니다. 여론을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라, 여론을 만드는 언론이라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된 셈입니다.
2. 축소, 왜곡 보도로 이어진 언론의 행태
"집 세 개 합쳤을 때 1억 6천이 너무 싸길래 충동구매했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제 앞에서 기사를 내보내면서 그랬어요. 여기 앉아서 기사들을 다 올렸거든요. 그것도 참 웃겼죠." (손혜원 조카 언론 취재시 "입장을 밝혔지만 누락했다" 목포MBC)
왜곡 보도에는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는 것도 있지만, 반론이나 해명 등을 충분히 보도하지 않음으로 시청자들이 오해를 하게 만드는 부분도 포함됩니다. 그런 면에서 SBS는 처음 보도 당시 관련자였던 손혜원 의원 조카의 발언을 제대로 뉴스에 반영하지 않고 보도했습니다.SBS의 보도가 편집 상의 문제인지, 속칭 '야마'(주제)를 정해 놓고 만든 고의적인 누락인지는 명확히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발언을 충분히 담지 않음으로 왜곡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3.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부실한 보도
SBS의 보도 이후 목포MBC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 연속으로 보도했습니다. 목포MBC의 보도를 지역의 목소리만을 담아 보도를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SBS가 보도하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가 유일하게 목포MBC를 통해 전달됐다는 점입니다. 지적하고 싶은 건 SBS보도가 목포라는 도시에서 이익 충돌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사실확인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목포시민은 '손혜원 의혹' 보도에 왜 화가 났나. 목포MBC 김순규 PD 'PD 저널')
4. 언론사의 실수를 시민 탓으로 몰고 간 기자
지난 1월 21일 SBS는 빙상계 성폭력 문제를 다룬 '젊은 빙상인 연대' 기자 회견을 보도했습니다. 최초 보도 당시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손혜원 의원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로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고의적으로 손혜원 의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SBS 이성훈 기자는 페이스북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적이 없다'라며 '이미지를 조작하고 유포한 사람에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이미지는 조작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SBS 내부에서 손 의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성훈 기자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무조건 조작이라는 기자의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줬습니다.
5. 자유한국당의 주장만 받아쓰기하는 언론
1월 21일 <중앙일보>는 '단독'이라며 '김정숙 명의 文 홍은동집, 매입자는 손혜원 前보좌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인 홍은동 빌라 매입자가 김재준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조선일보>가 1년 전에 보도했던 내용입니다.
정치부 기자가 김 행정관이 보좌관 시절 문재인 의원실에 있다가 손혜원 의원실로 옮겼다는 사실을 과연 모를 수 있을까요? 고의적으로 청와대와 손혜원 의원 사이를 강조하는 의도로 엿보입니다.
언론의 보도 행태는 자유한국당의 '초권력형 비리'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보면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이 친구라는 사실 이외 사적 이익을 얻거나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초권력형 비리'라고 말했다고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받아쓰기'입니다. 기자라면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검증하고 보도해야 합니다.
'손혜원 보도'는 정치권 공방이라기보다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난 사건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자들 스스로 보도에 대한 책임 의식과 취재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