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끔찍했던 미세 먼지 오염이 어제는 재난 수준까지 갔다. 초미세 먼지의 전국 측정이 공식 시작된 2015년 이래 최악 농도였다. 수도권에 처음으로 미세 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연무(煙霧) 뚜껑에 갇힌 국민은 어디 도망갈 곳도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한 사태다.
13일의 미세 먼지는 중국 요인이 강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은 우리에 앞서 11일부터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0㎍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 탓을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기오염 방지 5년 계획을 실행해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베이징만 해도 초미세 먼지가 2013년 공기 ㎥당 89㎍이던 것을 2017년 58㎍까지 떨어뜨렸다.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 입에서 "중국은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은 최근 몇 년 되레 나빠졌으니 서울 미세 먼지는 중국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물론 중국이 아직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중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7일 "미세 먼지의 50%, 60% 이상이 중국 영향이라는 분석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결사적으로 미세 먼지 감축 대책을 펴왔다. 2016~17년 무려 474만개의 석탄보일러를 가스나 전기보일러로 교체했다. 4만위안(약 660만원)짜리 보일러 비용의 90%를 정부가 대줬고, 안 바꾸면 2만위안의 벌금을 매겼다. 노후 차 2000만대를 폐기 처분했다. 2016년 한 해 폐쇄된 공장이 1만곳, 영업정지가 5600곳이었다. 이런 중국을 놓고 우리가 "당신들 탓"이라 하니 당장 "그쪽이나 잘해" 소리가 나온다.
미세 먼지는 호흡기를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 건강도 해친다. 치매 발병률을 높이고, 아이들 신체와 머리에 큰 해를 끼치고, 국가적 자살률까지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 폐 발육을 늦추고 어른 주름을 늘리고 정자 질을 나쁘게 한다. 미세 먼지는 에이즈·폐병·말라리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다. 미세 먼지 오염은 후진국은 아주 나쁘고 선진국은 깨끗한 편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 224개국 가운데 나쁜 순서로 12번째에 해당된다.
작년 11월 8일 국무총리 주재의 대책 회의에선 '미세 먼지에 재난(災難) 수준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 저감 조치'라고 해봐야 공무원 차 2부제, 도로 청소,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 화력 출력 제한 정도다. 올해 미세 먼지 예산 8800억원은 전기차 보급(4500억원), 수소차 보급(800억원)이 압도적이다. 전기차·수소차도 장기적으로는 도움되겠지만 어디까지나 기 업 도와주는 산업 보조금 성격이다.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노후 경유차보다 11배나 미세 먼지를 뿜어낸다는 덤프트럭, 레미콘트럭, 포클레인 등 노후 건설 기계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이다. 10년 이상 된 노후 건설 기계 17만대 가운데 저감 장치가 달린 것은 1.7%밖에 안 된다. 중국의 절반만큼이라도 대책을 시행했으면 미세 먼지는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