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지난달 21일이었다. 서울 코엑스 메가웹 스테이션에서 온게임넷 4강전을 치렀다. 상대는 POS팀의 프로토스 유저 박지호 선수.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무서운 게이머다. 그는 8강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자를 2대1로 눌렀다. 나는 대 프로토스전을 준비했다. 팀 내 프로토스 유저들과 밤을 새우며 토론과 실전 훈련을 거듭했다.
드디어 첫 경기. 엄청난 관중이 경기장을 메웠다. 경기 맵은 '815'였다. 초.중반은 내 의도대로 풀렸다.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그러자 나는 조급해졌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었다. 서두르는 기색이 보이자 상대는 내 공격을 척척 막아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은 불안함으로 변했다. 결국 나는 첫 경기를 잃었다. 두 번째 경기. 속으로 다짐했다. "첫 번째 경기를 잊자, 잊자." 그러나 초반에 술술 풀리던 경기는 중반에 딱 막혀버렸다. 입구를 틀어막은 내 전술에 상대는 옵서버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박 선수는 셔틀과 리버로 내 본진을 때렸다. 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고, 나는 결국 손을 들었다.
두 경기를 연거푸 잃었다. 감독님은 "준비한 대로만 하라"고 주문했다.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맵은 '라이드 오브 발키리'. 나는 기습 센터로 '투 배럭'전략을 세웠으나 상대는 이를 간파했다. 나는 재빨리 전략을 바꿨다. 그리고 연습 때처럼 역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상대의 강력한 초반 질럿 푸시를 막아냈다. 박 선수의 플레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탄탄한 수비가 이어지자 상대는 계속 병력을 잃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 러시만 막자. 이번 러시만 막으면 된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다. 기다림 끝에 나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적의 앞마당까지 점령하자 상대는 무너졌다. 2패 후 거둔 귀한 1승이었다.
네 번째 경기에서 상대는 조급했다. 그게 보였다. '실전은 연습처럼'은 프로게이머에게 만고의 진리였다. 나는 네 번째 경기를 얻었다. 2 대 2.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나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는 '815맵'이었다. 나는 일꾼을 통해 상대가 초반에 질럿과 드라군을 드롭할 것이라는 정보를 캐냈다. 덕분에 초반 드롭십을 어렵잖게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력을 확장했다. 20여 분에 걸친 숨막히는 전투 끝에 나는 드롭십 골리앗 플레이로 적진을 무너뜨렸다.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나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리고 박 선수에게도 인사를 청했다. 그날의 승리는 지난해 8월 15일 패러독스에서 도진광 선수에게 거두었던 역전승보다 짜릿했다. "임요환! 임요환!"을 연호하던 팬들의 목소리에 나는 전율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팬들과 팀 동료에게 그날의 승리를 바치고 싶다.
임요환 프로게이머
-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요환형님 화이팅!!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요환형님 팬으로써..
개인적으로 제가 꼽는 최고의 역전승은..
도진광선수와의 815대첩..ㅎㅎㅎㅎ
그때 진짜 죽는줄 알았어요^^
요환형님 화이팅!ㅋㅋㅋㅋㅋ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