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조사 대통령 지지율이 45%로 나왔다.
19대 대선당시 홍준표를 지지했던 24%는 고스란히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안철수와 유승민을 지지했던 28% 대부분은 정권초기 문대통령 지지로 바뀐듯 했는데,
이제 이 중 1/3만 남고, 2/3는 유보나 비판으로 돌아섰다.
문대통령을 지지했던 41%중 5% 정도는 애당초 진보정당 지지자였으나 당선가능성을 고려해서 전략적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결과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권 2년차 중후반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서 여전히 최고점이기도 하며,
앞으로 10% 정도가 더 빠져도 딱히 이상할 게 없다.
그냥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70%를 훌쩍 넘는 폭발적 지지의 시간이 많이 길었다.
정권초기의 기대심리에 의한 지지는 6개월 안짝이다.
이상적으로 길었던 높은 지지도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국가의 위험성을 평화국면으로 전환시킨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결과였을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남북문제의 진전만으로 이정도의 지지율을 회복하진 못할 것이다.
0점 짜리를 70점으로 회복해 놓을때 폭발적 박수를 보냈지만, 70점에서 80점으로 향상되는 점수에 그만큼 박수를 기대할 순 없다.
사실 정권 1년반,
국민 하나 하나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났다는것 외에 내 삶에 현격한 변화가 왔다고 느낄만한 지점은 없었다.
촛불을 들어 전임대통령을 끌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국민일반은 실망하게 되어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상대적 격차는 미약하나마 더 커졌다.
그나마 이정도의 지지율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정권이 전정권보다는 상대적으로 도덕적이며, 보편적 민주주의와 경제정의를 실천하려 노력은 한다고 생각해서다.
고민의 지점은 두 가지에 있다.
진보적으로 화끈하게 질러볼 것인가.
최소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정권을 등진 사람들이 5%는 되는 것 같다. 진보정당의 지지율로 추산하건데 그렇다.
뭐 따지고 보면 등졌다기보다 원래 자리로 롤백한거라 보는편이 맞다.
두번째는 땟갈은 좀 안맞지만 타협하고, 협상하며 갈 것인가.
아직도 더 타협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한국당 지지자를 빼고도 30%는 될 것이다. 이 중 1/3은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2/3는 지지를 철회했다.
정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돌아서는 진보층보다 돌아서는 중도층이 더 크게 보였을 것이고, 실제로도 훨씬 더 크다.
경사노위의 발족, 광주형 일자리, 2019 경제정책 방향등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걸 쉽게 인지하겠다.
나는 이 정권이 실력이 뛰어난 정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설프고, 부족하고, 심지어 쌈팍하게 도덕적이지도 않다.
언행은 자주 불일치하고, 규율없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잦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 나라에서 이 정권보다 더 잘할 것같은 정치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용납안되는 수준으로 부도덕하고, 반대편 다른쪽은 미사여구만 무책임하게 화려하다.
그나마 채찍질해가면서, 티격태격하면서라도 국가를 맡아 끌고 갈만한 유일한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아직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한 병목에서 온갖가지 이해가 충돌한다.
절대파이는 아직 적은데, 불공정은 한계수준에 이르렀으며, 국민의식과 기대치는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는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울고, 안올리면 수백만의 노동자가 운다.
재벌을 때려잡으면 투자가 위축되고, 안때려잡으면 경제정의가 바로 안선다.
카드수수료를 내리면 자영업자는 환영하지만, 카드사 노동조합은 데모를 한다.
부자들이 돈을 써야 돈이 돌아 경제가 나아질텐데, 사람들은 모닝타는 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백조에 이르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내버려두지 말라면서,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은 일단 적개심부터 드러낸다.
똑똑한 국민들의 다양한 철학과 이해를 접하면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당부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강점은 확고한 어떤 방향의 신념이 아니라 철저한 실용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단호한 정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점돌파하는 고집 쌘 정권이 되어서는 안된다.
파이는 여전히 작고, 복잡한 이해관계는 넘쳐나는 세상에서 누군가 열 명이 크게 웃으려면 누군가 스무명은 폭망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가장 좋은 정권은 가장 어정쩡한 정권이다
누구에게도 화끈하게 칭찬받지 못하지만, 누군가가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최소화 하는 정권.
아직은 이 나라 공적시스템의 실력이 부족한데, 정의감과 신념이 넘쳐흐르면 나라가 크게 망한다.
우리는 공적 시스템의 실력이 안되는데 화끈하게 질러서 화끈하게 망해버린 21세기의 나라를 알고 있다.
석유재벌을 때려잡고, 기득권 노동조합도 때려잡고, 미국과도 쿨하게 절연해버리면서 국민 절대다수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은 이 화끈한 나라가 종국에 어찌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끝까지 어정쩡하길,
끝까지 노심초사 하길,
끝까지 차선이 안되면 차악이라도 선택해 가는 정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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