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력 vs 촛불정부' 대립, 위기의 서막
[최창렬 칼럼] 집권세력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다음 달 치러진다. 제1야당의 원내지도부가 구성되고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면 21대 총선을 향한 여야 대결구도는 본격화할 것이다. 물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과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한반도 패러다임에 의해 국내정치 지형도 바뀌겠지만 집권세력과 보수야권은 한층 가파른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는 바야흐로 선거 국면의 상호공방의 프레임으로 바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개혁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고, 집권세력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은 이러한 상황을 응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는 자영업과 50대, 경남 부산 등에서 민주당 지지율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중도층이라고 답한 계층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보다 부정 평가가 높았다.
진영과 관점, 입장에 따라 분석은 정반대다. 보수진영의 시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명시적 포기의 부재, 경제라인의 캠코더 인사와 돌려막기 인사, 미온적으로 비치는 규제개혁,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 부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0대와 40대 남성 등 화이트칼라의 경제적 어려움 등이 원인이다.
반대로 진보적 관점에서 본다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후퇴, 탄력근로제 확대 시도 등 자본의 이해의 반영, 재벌과 검찰 개혁의 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부족 등 사회 전반적인 혁신 의지의 부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두 관점을 조율하거나 접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국회 내 조정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고, 이는 정치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과의 개혁연대를 통한 사회개혁은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지지율에 안주한 결과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숙명처럼 마주해야 할 부분은 기득권과 사회적 약자 사이의 딜레마의 조율과 사회경제적 가치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정치의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OECD 국가 중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칠레, 터키, 미국에 이어 4위라는 통계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편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의 '촛불세력'과 '촛불정부'가 대립하는 구도는 부정적 조짐의 서막이다. 노무현 정부 때 화물연대 등 노동계와 정부와의 대립 이후의 민심 이반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 기류로 선회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토' 의견을 밝혔지만 권역 내에서의 의석과 정당득표의 연동이라는 당론이 바뀐 것은 아니다. 거대 양당 체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사와 소수 의견을 정당체제에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적대적 공존 구도의 정당카르텔을 타파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에 여야 모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거대양당은 의석과 정당득표를 100% 연동하는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정당의 선거공학적 발상을 마냥 나무랄 수 없지만 이 역시 민주당 등 집권 측의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은 반등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촛불시민이 지향했던 기회의 평등과 절차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담보할 수 있는 개혁 동력의 실종이다. 고용 부진과 자영업 소득 악화 등 경제 난맥 상황에서 개혁 의제가 추동되기 어려운 현실이 집권 측의 고민이다. 21대 총선이 블랙홀이 될 내년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어느 정책도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은 집권의 원천이었던 촛불의 소망에 천착하고 평등과 개혁 지향의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20년 집권론, 친문 권력 핵심에 의한 주도권 장악 등의 정치공학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 이유다. 왕도는 없다. 사심 없이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경제도 제자리를 잡아 갈 수 있을 것이다. 틈새를 노리는 수구야당의 반격과 이른바 '중도보수 통합'도 명분과 전의를 상실할 것이다. 정치공학은 그 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