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황으로 치닫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평양정상회담으로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시 난기류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2017년의 전쟁위기 이후 엄청난 평화의 반전을 이루었던 2018년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분위기는 조금씩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한반도 ‘평화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정상회담들과 급진전으로 합의가 이어졌던 것과 상대적으로 속도가 비교돼 현재의 난기류가 더 불안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일단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다. 전형적 ‘강짜 부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레짐을 약속했음에도 여전히 대북 불신은 변함없다.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한다. 북한은 이미 이례적으로 양보를 했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추가 양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만 무한반복하고 있다. 트럼프도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한 것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조건에서 어떤 양보를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침묵하면서 북한의 전적인 굴복만 요구한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앞서선 안된다고 압박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있는 위치를 밝히지는 않으면서 앞서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논리의 오만일 뿐이다. 로드맵이나 계획을 한국과 의논하는 것이 공조의 본질이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 워킹그룹을 공조를 위해 만들었고, 쌍방향 논의의 틀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려는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인식이 부담이 됐는지 남북 공동철도조사를 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조사를 넘어 철도 연결까지 인정해야 비로소 여론 무마를 위한 제스처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아마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완성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구두약속만 믿고 모든 카드를 내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리비아에 대한 약속 위반을 목격한 북한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의 불신상황에서 핵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미국에 폭격리스트를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불가하다는 말이다. 미국은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해법이 없다. 트럼프는 해법을 모르고, 강경파는 해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핵화는 사실상 북한이 굴복하고 핵을 포기해야 해결되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의 포기를 유도하고, 특히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처럼 포장해줘야 한다. 북한에 자존심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체제 유지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모르거나 또는 알고도 패권의 힘을 보여주며 제압하려 한다. 여기에는 트럼프와 강경파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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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맨 마지막의
"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것이고, 이 기회를 놓치면 민족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맞습니다 우리 시대의 절박한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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