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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는 왜소하며 성정은 교활하고 잔인하다. 겉과 속이 달라 본심을 알 수 없으며, 도의를 따지지 않고 이익만 쫓는다.” 지난 수백 년간 한국인들이 어떤 ‘인간집단’에 부여한 ‘이미지’입니다. 체격이 아무리 장대하고 성격이 아무리 호방해도, 한국인들에게 일단 저 ‘인간집단’의 일원으로 인지되면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뒷유리에 ‘모 선교봉사단’이라는 글자를 새긴 자동차가 난폭 운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성은 운전자 개인 탓이라는 걸 알았지만, 감정은 그 선교봉사단 전체를 향했습니다. 어떤 집단의 성격을 ‘이미지’로 전환하여 인지하고 그 ‘이미지’를 구성원 각자에게 덧씌우는 건, 인간의 속성 중 하나입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반면 자한당 지지율이 25%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려운 경제사정, 지지부진한 북미관계, 악의적 가짜 뉴스 범람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겠으나, 총체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자한당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때 80%까지 치솟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전임자들이 워낙 한심했던 점,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비전이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던 점 등도 작용했지만, 그 ‘개인’의 ‘겸손하고 따뜻하며 신중한’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거리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는 모습, 5.18 희생자 유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 등에서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제 선배 중 한 분은 “평생 처음으로 ‘우리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믿고 의지할 만한 따뜻하고 포용적인 대통령이라는 의미였죠. 그 분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지사를 출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민주당내 싸움을 보고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중도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지만, 박근혜 정권에 대한 대중의 ‘학습효과’나 언론의 프레임을 생각하면, 뒤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보입니다.
박근혜가 유승민을 내치면서 ‘진실한 사람’ 운운했을 때, ‘중도층’ 지인 중 한 사람이 박근혜더러 ‘암상궂다’고 했습니다. 박근혜에게서 독선과 옹졸함을 느낀 건 그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새누리당은 유승민과 가깝거나 가깝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뒤이은 4.13 총선에서 패배했습니다. 박근혜와 친박의 '암상궂은' 이미지가 '중도층'을 등돌리게 만든 결과였습니다. 이때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면, 박근혜가 저렇게 몰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족벌언론이 이번 사태에 대해 ‘친문 대 비문의 집안싸움’이라는 프레임을 짜는 건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외부자의 눈에는 민주당 지지자들끼리 서로 ‘원수처럼’ 싸우는 모습이 가감 없이 보입니다. 한 편에서는 “민주당 내에서 찢묻은 자들을 다 축출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다른 편에서는 “이재명 수사는 정치 탄압이다”라고 맞섭니다. 대중은 이런 상황을 보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요? 가까운 과거의 유사한 사태와 ‘현재진행형’인 상황을 비교하여 ‘유사성’을 찾고 ‘동일시’하는 것도,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속성입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이른바 ‘이재명 사태’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이번 사태를 ‘친문의 비문 찍어내기’로 인지하고, 그 점에서 현 정권과 전 정권이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정한 문파’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내 숙청’ 주장을 선도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예전의 ‘유승민 사태’와 지금의 ‘이재명 사태’의 본질은 전혀 다릅니다. 앞의 사태는 순전히 ‘정치적’인 문제였고, 지금의 사태는 본질상 ‘사법적’인 문제입니다. 앞의 사태는 국회를 박근혜 친위대로 채우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일어났고, 지금의 사태는 이재명 지사 개인의 혐의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자칭 ‘진정한 문파’라는 사람들이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치환하고 개인의 문제를 당내 ‘거대세력’의 문제로 확대하면, 대중은 그들 뒤에 누구의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까요? ‘겸손하고 따뜻하며 신중한’ 대통령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할 때,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가 ‘진짜’라고 생각할까요?
요즘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SNS에 써 대는 글들을 보면, 저게 사람이 쓴 글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과거 일베의 글에서 느꼈던 섬뜩함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이런 글들을 이른바 ‘중도층’이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이런 반인간적 저질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들이 지지하는 사람의 이미지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치환하고 개인의 문제를 세력의 문제로 확대하는 건, ‘정치적 자살 행위’입니다. 그 자살 행위가 반인간적 저질 언어로 이루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난폭운전을 하고 싶으면, 먼저 자동차 뒷유리에서 ‘선교봉사단’이라는 글자를 지워야 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먹지 않고 민주당을 욕하고 싶으면, 프로필에서 ‘진정한 문파’라는 글자도 지우는 게 맞을 겁니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100001868961823/posts/23361059564616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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