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온 3일. 사실 조금 지쳤다.
괜히 마을에서 노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연주하는 것도 구경해본다.
연주를 구경하는데 익숙한 이야기가 들린다.
'그 부길마 어떻게 됐지? 사과문...'
응? 이것은 <마게대전 2nd - 길터> 이야기가 아닌가?
어쩐지 근처에 오징어 짠내가 진동하더라니..
티르 코네일의 촌장 할아범 옆에서 합주를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오징어들이었던 것이다.
그들과 약 10분 정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악기연습 감상도 하고 얘기도 듣다가
문득 내가 해야할 일을 깨닫고 미련없이 돌아섰다.
그렇다.
모험담을 쓰려면 모험을 해야하는 것이다.
모험을 해서 모험담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험담을 써야해서 모험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다시 모험을 떠난다.
우선 새로이 알게 된 지식, 정령무기 만들기에 도전해본다.
정령석을 캐오라며 입장권을 5천원에 파는 사기꾼 할아범에게서 덜컥 입장권을 사버린다.
하지만 5천원은 작은 돈이 아닌데....
입장권이 5천원이면 여타 지출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된다.
결국 마게에 정령무기에 대한 검색과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나는 당해버렸다.
말로만 듣던 강제나눔마에게 나눔을 당해버렸다.
난 일단 줄꺼니까...필요없으면 버.리.시.던.가? 크큭....
정령석과 검 외에도 나중에 수리를 위한 약이라든가 어울리는 옷과 신발이라든가....
차인표 신애라인지 정혜영 션인지 모를 두 아이디로 심지어 [신발은 염색 못해줘서 미안해요]라는 내용으로 구호물자가 전달되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쭤봤다.
[황송하지만 이 정력석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지나가는 이가 물끄러미 내려보다 정령석을 두들겨 보더니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제야 안도한 나는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티르라크에게 가본다.
떨리는 손으로 정령석과 검을 건낸다.
[뭐야 이 뉴비는? 가서 리무버를 가져와라]
제기랄
리무버를 사러 간다. 혹시나해서 상점주인에게 다시 한번 여쭤본다.
[이것이 정말 정령석입니까? 가짜는 아닌가요?]
상점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 정령석을 어디서 훔쳤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단 말이냐?]
[누가 이렇게 귀한걸 빠뜨립니까? 남의 물건이라고 주워지지도 않아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상점 주인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주었다.
다시 티르라크에게 가니 아침이다. 곰탱이가 서있다.
제기랄
다시 밤이 되길 기다려 티르라크에게 정령석과 검과 리무버를 건낸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티르라크가 물었다.
나는 그의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나는 멀건히 있다가 티르라크에게 말했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던전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어떤 보스가 저 같은 뉴비에게 정령석을 줍니까? 장비 하나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도끼 하나 주시는 보스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게시글에서 몇 댓글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댓글을 우편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정령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돌을 얻느라고 40분이 더 걸렸습니다."
내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정령석을 얻었단 말이오? 그 돌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나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정령석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GET★ 한 귀여운 정령이 돼지같이 쳐먹으리라는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검에게는 리어왕이 가장 사랑했던 막내딸 코델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금은 돼지처럼 먹기만 하고 안 먹이면 형편없이 약해지지만..
종국에는 최고의 내 편이 되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고수님의 도움으로 정령무기를 얻은 나는 바로 다음 목표에 도전하려 했다.
그러나 그 무렵 게시판에는 하프서버 나눔글이 3개나 리젠되었고..
나는 오징어들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나는 무서운 일을 당하고야 만다.
말로만 듣던 뉴비납치
나눔받으러 온 뉴비보다는 뉴비구경 온 고수가 더 많아서 망한 나눔이 될뻔한 나눔이었다.
그리고 나는 거짓말처럼 납치를 당해서
어선을 타고 벌벌 떨게 된다.
괜히 한 번 거들었다가 한방에 짜게 식어버리고 휴식을 취한다.
육지에서 시작된 납치는 물을 거쳐
하늘까지 이어지게 된다. 벌벌벌.....
그러나 뉴비들이 납치당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넥슨 측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야 만다.
[시스템을 종료합니다.]
[긴.급.점.검!!]
우리는 넥슨이 내린 특단의 조치 덕분에 납치범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대신 강제로 4일차 모험을 종료해야했다.
그런데....
헤어지고나니 납치범의 품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말로만 듣던 스톡홀름 증후군이란걸까.....?
이래서 여자들이 차 있는 오빠를 만나고 싶어하나보다..
안락한 비행밥차가 그립다.
그래도......
안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