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MS '윈도사업 철수 운운'에 담긴 뜻은
[아이뉴스24 2005-10-28 16:59]
<아이뉴스24>
마이크로소프트가 미 정부에 제출한 재무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전해지면서 국내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한국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계속 문제삼으면 방 빼겠다"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외에 다른 사업도 많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윈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것이 없기에 '윈도 사업 철수'란 아예 지사를 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우리나라 공정위에 직접 대고 한 말은 아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거래 조사관련 미 정부에 보고한 내용이긴 하지만, 철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니 놀라운 일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공정위에 직접 한 말이라면, 그냥 '협박성 발언'이라고 쉽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재무보고서를 통해 미 정부에 신고한 영업전략이기에 더 심상치 않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대신 전해준 본사의 입장은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우리는 계속 한국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게 전부다.
이번 외신 보도와 관련 한국MS가 대신해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은 이렇다.
"금일 모 외신 보도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미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대한 내용이 국내에도 보도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정부에 매 분기마다 보고하는 재무 보고서의 일부분으로 미국 증권법에 따라 이러한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에도 계속적으로 한국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이상 밝힐 내용이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건과 관련,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 시장 및 한국 내 협력사, 특히 한국의 소비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 여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한국 IT 산업 발전을 위한 견실한 동반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첨단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해 나갈 것이며 관련된 투자를 지속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진짜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해명도 아니고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도 아니다.
그렇다 저렇다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진짜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해도 "그렇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냥 가능성만으로 해본 말이라면 더더욱 그 속내를 드러낼 수야 없으니 말이다.
그들의 속까지 헤집고 들어가 볼 수 없으니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번 보고서 내용은 '전략'적 계획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혹 유럽연합과 비슷하게 나온다면, '협상'보다는 전략적으로 '압박카드'를 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에서 내린 결과를 유럽연합과 같은 무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오만이 드러난 것으로 보여 심히 유감스럽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선의'를 주장한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얘기들을 종합해 기자가 정리한 해석은 이렇다.
"기업인 이상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윤은 늘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거둬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소비자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정당하게 이윤을 얻고 있다. 그렇기에 전세계 수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좀 더 많은 기능과 편의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에 부응한 결과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도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따를 것이다. 보라,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과 작은 중소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적 기술개발 노력에 따라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그들에게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이나 제품을 못쓰게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지. 이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의를 잘못받아들여 전근대적인 '독점'의 안경으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피해는 아무 죄없는 수많은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의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늘 '소비자'를 볼모로 삼기 때문이다. '괜히 우리에게 딴지를 걸어, 애매한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해서야 되겠냐'는 근엄한 훈계가 영 거슬린다. 우리가 수긍한다하더라도 수많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비자와 수혜자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억울하다'고, '선의를 왜곡하는 시선을 이제 그만 거두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 내용을 보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선의'를 확인하게 된다. 소비자와 수많은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언감생심 '사업 철수'를 운운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실제 사업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이 비록 그들의 눈에 작은 시장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한국만의 고립된 경제구역이 아니다.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며 세계 경제는, 작은 구멍 하나에도 휘청대는 거대한 네트워크 아닌가.
그들도 그것을 모를리 없을 터, 그렇다면 분명 전략적 노림수로서 '멋모르고 유럽연합 흉내내려는 작은 나라'의 기를 꺾어보겠다는 심산이 분명하다. 제2, 제3의 버릇없는 코리아가 나오는 것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느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선의'는 결국 '오만'일 뿐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하루였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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