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지정학적인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에서나 내외부적으로 끊임없는 외우와 내환에 시달린 땅입니다. 혹 역사가는 지난 몇 천년 동안 한반도땅에서는 평균적으로 3년마다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다고 하기도 한것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숫자가 과장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풍파를 반만년의 기간동안 겪어온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史實)이라고 봅니다.
가장 가깝게 겪은 외환의 위기는 역시나 일제 강점 수탈의 역사와 한국 전쟁의 역사이겠지요. 그 역사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고요. 대외적인 국제정치 상황과, 강대국의 내정 간섭이라는, 어쩌면 치욕적이고도 비참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격은 분들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우리 스스로를 피해자로 바라보는 의식이 우리에게 매우 강합니다. 우리가 피해자였던 것도 물론 사실이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평화로 상징되는 백의민족이라고 하는 민족주의적 사고가 이를 더 강하게 만들었기도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하지만 지독하게도 주변 나라들의 괴롭힘을 받은 피해자라는 것은 우리 인식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로서의 역사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들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서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었으며, 외세를 침략하지 않는 온순한 민족이라고 자평하기엔 뭔가 꺼린칙한 구석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는 삼국 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여러 국가들이 일어났는데, 다들 알다시피 발해니, 고구려, 신라, 백제니, 삼한이니 하는 나라들은 외세의 침략때문에 사라졌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같은 언어권과 문화권에 있는 다른 부족국가에 의해 사라졌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세에 의한 영향도 없다고 볼 수 없겠지만, 한반도 지역의 소국들간의 서로 먹고 먹히는 전쟁의 역사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인간과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한편에 내재하고 있는 좋게말하면 호전적인, 좀 나쁘게 말하면 파괴적인 면이 한반도에서는 대륙을 차지한 세력에 막혀 실은 외부적으로 이를 발현할 기회가 소수려 시대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건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외부로의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스스로 미화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우리가 인정하과 싶지 않은 인류의 보편적인 특징을 예외없이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내부에서 있었던 수천 수백년전의 영토 싸움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베트남 파병 당시에 있었던 한국 군의 여러가지 만행에 대한 기록과 증언들을 볼 때,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라고 하는 생각보다는, 우리 역시도 다른 문화, 민족, 국가와 다르지 않게 인간의 악한 면 역시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소리를 높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현대사 가운데서 저지른 월남전에서의 만행은 다른 외세에 의해 더 큰 피해를 더 긴 시간에 받았던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 되거나 무시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월남전에서의 남한이 가진 역사적 사실들은 우리 근대사에 있어서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아픈 부분인 거죠.
하지만 우리는 과거 한일 관계의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우리가 월남에서 저질렀던 일을 항상 떠올려가면서 일본을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인간 사회의 속성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대상에 대해 비판할 때 마다, 자기 자신의 과오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끊임 없이 들추지는 않습니다. 부끄러운 부분을 끊이 없이 들추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입장으로 볼 때, 자존감을 크게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과오를 인정해야 하냐 말아야 하나라는 당위적인 질문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은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모든 사회의 본성이지요.
물론 사회의 일부에서는 우리의 치부에 대해 꾸준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사회에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런 우리의 과거 모습이 부끄러워 월남전에 대해 언급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내부적으로 비난 할 자격이 한 개인 혹은 집단에 있습니까? 스스로 자책하고 자아비판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잘못을 부정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자신의 감추고 싶은 과오를 꾸준히 드러내놓고 사사건건 자아비판을 노골적으로 하는 국가나 단체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적어도 그것을 집요하게 드러내려고 하는 집단은 없습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전범 국가가 보이는 반성의 가장 모적인 예인 독일의 경우에도, 정례적으로 세계 만방에 자아비판을 하는 광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인정을 하고 미래에 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이냐에 대한 내부적인 교육과 인류애적 사고의 문화를 의식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죠. 그렇다고 부끄러운 과거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왜 너는 자아비판을 하지 않느냐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과거가 아픈 역사라는 것을 서로 이해하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일본 극우 진영의 행태와 그들의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우리의 다른 과오로 인해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도 반성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르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우리 과오를 드러내놓고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가 일제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우리의 과오만을 집중 조명하는 것도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공감을 받을 만한 사고는 역시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개인이든 사회이든 자신의 치부를 인정은 할지라도 집착적으로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는 행위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건 아픈 부분이니까요. 이미 마음 속에서 반성하고 있는데, 왜 그걸 굳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 앞에 꺼내어 놓고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어떤 분들에게는 매우 쌩뚱맞은 이야기의 전개일 수도 있겠지만, 시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이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이 다 민주당원은 아닐것이고, 모두 민주당 지지자는 아닐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분들이 적어도 문대통령 정권의 성공을 기원하는 분들이 절대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자한당을 위시한 적폐 정치 세력, 적폐 재벌 세력, 적폐 사법농단 세력의 청산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 역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유는 내부적으로 보나 외부적으로 보나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평가받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왜 이 곳에서 그런 더 중요한 일이 샇여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픈 부분이 지속적으로 드러내어지고 까발려져야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그 아픈 부분을 인정하고 말고를 떠난 문제입니다. 아픈 부분을 왜 자꾸 드러내려고 하는건가요? 심지어는 자아비판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침묵하면 불의에 동조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말은 너무 폭력적입니다. 이는 개개인의 양심에 대한 폭력입니다. 어떤 사고방식에서 나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부끄러운 부분을 왜 너는 드러내어놓고 이야기 하지 않냐라며 비난하는 것은 왜 우리는 베트남에서의 우리의 만행에 대해 드러내어 놓고 이야기 하지 않냐고 같은 사회의 구성원에게 비난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저는 그 사고 구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려고 하는 것은 그걸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부분이 스스로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건가요?
우리의 잘못, 혹은 우리의 아픈 부분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 이야기 합시다라과 하는 것이 과연 아픈부분을 부정하는 일인가요? 그건 너무나극단적인 흑백사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 유저들을 하나의 프레임에 폭력적으로 가두는 일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우리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자해적인 행위에 열심이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게에 이재명 지사에 대해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는 분들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재명 지사에대한 치부를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게 지금 상황에서 그 분들게 설득이 되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싸우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말이죠. 이는 굳이 이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시는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양비론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안에서 건강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오히려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데, 이재명이 좋으냐 나쁘냐하고 하는 논쟁은 정말로 영양가 없는 자해적인 논란입니다.
제 기억엔 문대통령을 그렇게 괴롭히던 이종걸, 박영선, 박지원, 기타 국민당, 민평당 의원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의 행태가 이렇게 까지 길게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이나 이종걸 의원은 기분은 나쁘지만 우리는 그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많은 분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내부 총질을 했던 저들은 내부의 아픈 손가락들 같은 존재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왜 계속 그들을 까지 않냐고요? 그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같은 진영에 있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자존감과 외부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게 정상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의라는 가치의 입장에서 볼때 옳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거죠.
억지로 그걸 드러내어야 하는 비자연스러운 다른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지금 시게에서 일어나는 끊임 없는 논란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가 동지 의식을 같은 사람들이라면 이 상황이 자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 편으로는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논란이 자꾸 올라오면, 긍정의 의견이든 부정의 의견이든 그와 관련된 이야긴 그만 하자고 서려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저리 주저리 글이 길어져서 얼마나 읽으실진 모르겠지만, 이재명과 관련된 피로감은 이제 그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