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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페북 ㅡ장문 주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2096179303773150&id=100001433028701
성남시민들에게 있어 "시립병원", 지금의 "성남의료원"은 2000년대 초부터 거대한 화두였다. 오랫동안 성남에 살았고 성남에서 결혼했으며 아들 둘을 다 성남에서 낳았던 나도 시립병원 설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백만 시민 규모에 비해 너무 미흡한 의료 시스템 때문이다.
이재명이 성남시민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도 시립병원 설립운동 덕분이었다. 시립병원 설립추진 시민단체에서 대표를 역임했고, 시장 당선 전 몇번이나 낙선했던 선거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운동 경력을 적극 활용했다.
성남시장 재임중이던 2015년엔 그는 자신이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성남시립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이재명이 좋건 싫건 성남시립병원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화두다. 실제로 그는 성남시장으로 당선되고 얼마후부터 시립병원 설립을 추진했고, 결국 이루어졌다. 2013년 "성남시의료원"이 착공되었고, 2017년 개원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성남시의료원, 아직 개원 못했다. 현재로선 2019년 개원 "예정"인 상태다. 성남시의료원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올해 개원한다며 인력 공채를 시작했는데도. 왜 이렇게 됐는지, 좀 빙 둘러서 배경을 설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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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의 선전포고는 "표준품셈" 방식을 배제하고 "표준시장단가"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얘기가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표준품셈이란 공사를 함에 있어 각 공정마다 투입되는 인력, 자재 등의 원가를 다 조사해 세부적으로 표준 비용을 정해두고, 공사 입찰 예정가를 정할 때 그 합산으로 정하는 것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란 이전의 동종 공사 사례들로부터 예정가를 정하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의 공공공사에서 예정가는 표준시장단가 일색이었는데, 몇년전부터 일정액수(현재 100억) 이하의 소규모 공사에 한정하여 표준품셈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정부 규정이 바뀌었다.
이재명은 이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100억 이하도 표준품셈 말고 표준시장단가 방식으로 강제하면 몇% 정도 더 싸게 발주할 수 있으니 우리는 표준시장단가 방식으로 하겠다, 라는 거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라면서.
표준시장단가 방식은 2004년에 처음 도입된 것인데, 공사 낙찰가가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묶어두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공건설 입찰에서 예정가는 사실상 상한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그보다 낮게 낙찰이 이루어진다. 그러면 그 낮아진 액수가 또다른 전례가 되고, 그런 전례들이 쌓이다보면 계속적으로 표준시장단가가 낮아지거나 적어도 최소한의 물가인상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모든 부문에서 다 그렇지는 않을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때이긴 하지만, 정부가 표준품셈 방식을 소액 공사에 한해 도입한 이유도 그런 부작용을 일부나마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재명이 표준품셈을 무시하고 완전히 표준시장단가만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곧, 건설사의 원가 따위는 무시하고 무작정 싼 가격으로만 발주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건설사가 산정된 원가대로 노동자들에게 다 지급할 리도 없겠고 더 떼어먹고 있을 개연성도 크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예가로 상정하고 그보다 낙찰가가 낮아지도록 한다는 건, 건설업계의 악습을 사실상 인정, 방치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는 거다.
특히 정부가 이미 산정해놓은 표준품셈이라는 공종별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건, 당연하게도 그만큼 부실공사의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이런 지극히 당연한 의문에 대해, 이재명은 너무나 무책임하게도 "성남에서 몇년 적용해봤는데 부실공사는 없었다" 였다. 믿기 힘들지만 그게 다였다. 불과 몇년 되지도 않은 사례 몇건을 가지고.
이건 마치, 세월호가 아직 물위에 떠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상식적인 리스크를 무시하고 '아직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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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은 2013년 착공 이후 무려 지금까지 4번이나 공사가 중단됐는데, 그중 두번은 시공사 문제였다. 놀랍게도 두번 다 공사중이던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울트라건설, 다음으로는 삼환기업. 현재는 또다시 변경할 수가 없었는지 법정관리중인 삼환기업이 공사를 재개했고, 올해초 SM그룹에 인수됐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가낙찰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성남시에서 책정한 예정가는 1436억이었는데 울트라건설은 무려 300억이나 낮은 1131억에 낙찰받았다. 물론 이재명시장때. 우와, 1000원짜리를 900원에 살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다는 이재명식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초대박이다. 표준시장단가 기반으로 산정한 예정가보다 무려 21%나 깎은 거다. 이재명 만세!
'안할 이유가 없어서' 한 건데, 그로 인해 성남시의료원 건설은 개차반이 됐다. 당장 울트라건설은 엄청난 저가수주의 여파로 겨우 터파기밖에 못한 상태에서 불과 1년만에 망해버렸고, 이런 상황에 공사를 다시 재수주한 삼환도 공정률 55%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또 망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저가수주로 인한 자금압박으로 중견건설사가 둘이나 나자빠져버린 건축물이 과연 하자 없이 제대로 지어지고 있을까 아닐까. 2017년에서 2018년, 다시 2019년까지 연기된 개원은 더 연기될 가능성이 있을까 없을까. 이미 지난해 채용된 의료원 전문인력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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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말하자면 성남시의료원은 표준품셈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공사비가 1천억이 넘어서 표준품셈의 대상이 애초부터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재명이 장담한 것은, 1. 표준시장단가로 산정해서 공사비를 떨어뜨려도 부실의 가능성은 없다 라는 것과, 2. 싼 거면 안할 이유가 없다, 라는 거였다. 현재 시점에서 봐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쏟아냈던 이 호언장담들은 둘다 분명 틀렸다고 보인다.
스스로 성남의료원 건립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였다고 말하는 이재명, 의료원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고 이재명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본인의 말대로라면 정치를 관두고서라도 성남시의료원 건립에만 매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은 그렇게까진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대선출마를 위해 성남시장직을 떠나지는 말았어야 했지 않는가.
그러니, 성남시립병원 건립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그의 무명시절도, 성남의료원 건립을 위해 정치 시작했다는 그의 자랑질도, 사실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다. 이재명이 주도했던 성남시립병원 시민단체의 후신 시민단체는 이재명에게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는 대선에 출마와 도지사 출마로 성남을 떠나버렸고, 이재명이 벌이고 단물 다 빼먹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굿판을 정리할 책임은 성남에 온지 몇년 되지도 않은 은수미가 뒤집어쓴 것이다.
덧글 추가 내용
공유하신 페친님의 페친분으로부터 지적된 내용과 관련, 부연 설명을 좀 더 붙이겠습니다. 원래 원문에 보충하려고 했다가, 안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상황이고 맥락에는 별 차이가 없어 쓰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성남시의료원의 첫 계약 시공사였던 울트라건설의 경우, 성남시의료원 공사 저가입찰로 인해 재정부담이 커져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가능성 외에 애초에 경영상황이 안좋은 상태에서 입찰했을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실제로 살펴보면 그렇게 보이는 정황도 있고, 반대로 계속 흑자를 내고 있을 정도로 경영상황은 나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설사 울트라건설이 원래 부실했기 때문에 자빠졌다고 해도, 그런 부실사업체가 안그래도 낮은 표준시장단가 방식의 예정가보다 300억이나 낮은 액수를 던져 낙찰받고 계약하기까지 아무런 견제장치도 없었고 이재명의 성남시는 그대로 계약을 했다는 점입니다. "1000원짜리를 900원에 살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으니까".
또한, 울트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에, 발주자들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 현장도 여러곳이고 반대로 계약을 그대로 이어간 곳도 여러곳인데, 성남시의료원 공사의 경우 특이하게도 성남시가 아닌 울트라건설이 계약해지를 선언했습니다. 다른 현장들보다 심하게 저가 입찰한 여파로 계속 이어가기에 부담이 너무 컸다는 방증이죠.
성남시의료원과 거의 같은 시기에 울트라건설이 수주한 대형사업으로 홍준표의 마산로봇랜드가 있는데, 이 현장의 경우 사실 전체 사업비도 성남시의료원보다 훨씬 더 크고, 게다가 경남도의 지분보다 울트라건설의 지분투자가 압도적으로 큰 민자참여사업으로 울트라의 재정부담이 엄청났을텐데도 발을 빼지 않고 마냥 버티다가 경남도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는데요. 반면 성남시의료원은 공사비 부담이 훨씬 적었음에도 울트라건설이 법정관리를 핑계로 계약해지를 선언했던 거죠. (홍준표가 이재명보단 그나마 나은 점일 수도 있겠네요)
세세하게 설명하자니 말이 역시 길어지고 복잡해지는데, 울트라건설의 애초 재정상태와 무관하게, 성남시의료원 건립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저가발주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거죠.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종합적으로 보자면 울트라건설은 재정상태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 계약을 이어받은 삼환기업은 아주 나쁜 상태였습니다. 삼환기업이 계약을 이어받은 것은 일단 울트라건설에 이어 컨소시엄의 두번째 지분을 가진 시공사였기 때문인데, 착공시점인 2013년 바로 전해에 법정관리 상태인 부실기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부실기업이 낀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도 문제가 있고, 더욱이 주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한 후 판을 뒤엎지 않고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부사업자 삼환기업을 무리하게 주사업자로 바꿔 그대로 강행하면서, 삼환기업이 또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단초가 됐습니다.
한가지 더 있습니다. 애초 성남시의료원 입찰 당시엔 태영건설만 입찰해 무려 3차례나 유찰이 됐었는데,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하지 않았던 이유가 "공사비가 너무 박해서"라는 이유와, 병원시공실적 등의 제한조건 때문이었습니다. 4차 입찰마저 유찰되면 성남시가 예정가를 높여야만 할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4차에선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입찰참여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울트라건설과 우미건설이 입찰에 참여한 것인데요.
세 업체의 입찰에서, 1차로 설계평가에서 태영건설이 압도적으로 높은 92점을 받은 반면 울트라건설은 80점에 불과했습니다. 원래는 설계평가가 60%였기 때문에, 40%에 불과한 가격평가에서는 웬만해서는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울트라건설이 예정가보다 300억이나 낮은, 예정가 대비 78.8%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던지면서 뒤집었던 겁니다. 반면 태영건설은 98.5%를 써냈고 우미건설은 94.5%를 써냈는데요. 그 결과 종합점수에서 태영건설은 87.3점, 울트라건설이 88.49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울트라건설이 선정됐습니다. (우미건설은 한참 낮은 79.5점이었습니다.)
역산해보면, 울트라건설이 300억 대신 250억 정도만 낮췄더라면 선정이 안됐을 거란 겁니다. 꼭 300억이었어야 했던 거죠. 설계점수에서 차이가 워낙 커서죠. 여기서 생각하보면, 애초에 공사비가 너무 박해 자격요건을 갖춘 건설사들 대부분이 입찰을 기피했던 사업에다가 300억이나 낮춰 던진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기 어려운 문제고요. 그 액수가 압도적으로 앞서있는 경쟁사를 근소하게 이길 액수였다는 점에서, 입찰과정에서 성남시측과 울트라건설의 관계에 대해 의심이 들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자꾸 부연부연하게 되는데...
태영건설이 언급되면서 SBS-태영건설-이재명 음모론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까봐 말씀드리면... 그 음모론에서 주요 근거로 거론하는 성남시청사 하자 소송 건은 개연성이 대단히 낮습니다.
이재명의 성남시가 성남시청사 '부실공사' 건으로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에게 소송을 걸어 승소한 것은 팩트이지만, 그 배상액수가 겨우 7억 4천만원에 불과했습니다. 1천6백억이 넘는 대형 건설사업에서 7억대의 하자는 사실상 미미한 하자이고요. (모든 건축사업에는 크던 작던 하자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86%에 달하는 6억4천만원은 건설사가 아니라 설계사에게 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성남시청은 세군데의 설계전문업체가 설계한 것으로 태영은 시공에만 참여했을 뿐 설계엔 참여하지도 않았습니다. 즉 건설사들은 겨우 1억을 나눠 낸 데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시공 부문에서도 태영은 주사업자도 아닌 부사업자였고 현대건설이 주사업자였으므로, 태영건설의 하자배상액은 기껏해야 2,3천만원에 불과했을 겁니다.
1천6백억대 공사에서 설계하자를 제외하고 건설사들의 책임분 시공하자가 1억이라면, 하자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게다가 성남시가 주장했던 내용의 가장 핵심적인 논점이었던 시청사가 통유리로 되어있다는 점은 법원이 아예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상 이재명의 성남시가 패소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성남시가 주로 문제삼았던 통유리 부분은 설계업체들의 책임이라 태영건설과는 전혀 무관했고요.
요약하자면, SBS-태영-이재명 음모론은 그 시작 근거부터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공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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