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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립유치원 지원금 유용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그 사립유치원들이 지원금을 자기에게 주지 말고 부모들에게 주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 말이 약간 의외였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부모는 유치원비를 더 내는 것처럼 해서 다시 그 돈을 유치원에게 주겠죠. 지금과 그런 상황의 차이는 일단 그렇게 돈이 들어가면 그건 그냥 사립유치원의 수입이므로 그걸로 모피를 사입든 성인용품을 사든 자기 마음대로라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듣다보니 현재의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을 그냥 자기돈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파헤치고 더 좋은 정책을 연구하는 것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의 진짜 뿌리는 보통 말해지지 않고 보통 무시되거나 혹은 알면서도 포기되는 부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어떤 머리좋은 사람이 만들어 낸 정책도 그럴싸해 보일 뿐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돈을 부모에게 주면 부모가 그 돈을 엉뚱한데 쓸 것같아서 사립유치원에 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사립유치원을 못믿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럼 전부 공립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런데 공무원 부패가 싫어서 민영화하자는 논리도 존재하지 않습니까? 결국 돌고 돌면 인간을 믿을 수 없다라는 문제가 근본에 있고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이 그럴싸해 보여도 사실은 다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곳이 썩거나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감시를 해야 하는 바람에 부대비용이 증가해서 지원금이 지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관리비용으로 다 나가는 식이 되버릴 수 있습니다.
그럼 잊혀진 것은 무엇이고 문제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지역공동체의 붕괴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결국 대부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러는 것인데 사람들이 다 외로운 별처럼 고립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같은 지역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끼리도 거의 관계가 없으니 같은 동네에 살아도 서로 아무 관련이 없고 이게 결국은 윤리적 붕괴로 갑니다.
그렇게 되면 그냥 모든 관계가 냉혹한 시장거래관계입니다. 한쪽은 더 싸게 사려고 하고 한쪽은 더 비싸게 팔려고 하죠. 나쁘게 말하자면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더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갑질을 해가면서 유치원 서비스를 거저 먹으려고 하고 유치원은 어떻게든 극단적으로 운영을 이상하게 해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표현이 안되는 유치원생들만 피해자가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과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뭐가 문제인지 좀 더 명확히 알게 됩니다. 예전에는 전국 곳곳에 집성촌이 있었죠. 온동네 사는 사람들이 다 일가친적이던 그런 동네. 그런 곳에서 유치원을 열면 장사를 지금처럼 하게 될까요? 오히려 시장논리를 인간관계가 압도하게 될 것입니다. 서로 서로 그냥 애를 공짜로 봐줘버려서 유치원이라는 개념자체가 성립이 안될지도 모르죠.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 지역공동체의 부활같은 이야기는 너무 장대하고 빨리 되는게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이 빠지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인간이 빠져도 시스템을 짜면 답이 나온다고 믿는 것은 틀립니다. 왜냐면 결국 인간은 그 시스템의 헛점을 기가막히게 알아내거든요. 그래서 시스템을 계속 바꾸느라고 돈들고 거기에 적응하는데 고생만 할뿐 인간이 빠지면 상황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질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이런 지적을 듣고 나면 우리는 한가지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사립유치원과 학부모라는 이런 지역 개념을 무시한 일반개념으로 사태를 제대로 판단하게 되는 걸까 하는 겁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도 지역 개념을 무시하고 나오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돈을 다 학부모에게 준다던가 모든 사립유치원은 다 어떤 검사를 받게 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그런데 지역공동체 붕괴가 핵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발상이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답은 지방자치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왜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수도 있는데 답이 하나여야 합니까? 왜 서울 강남이 이런 대책이 나오면 제주도나 전라도에서도 같은 대책을 써야 합니까? 우리는 사립 유치원과 학부모라는 보통 명사를 쓰면서 어느새 그런 쪽을 잊게 되기 쉬운 겁니다. 그냥 각자 답을 찾고 노력해라라는 답도 있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럼 각 지역이 자기 동네에 맞는 방법을 찾겠죠.
맞습니다. 이것도 결국은 인간을 못믿으면 못합니다. 지역자치를 하면 지역이 더 썩는다면서 중앙에서 다 똑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왠지 논리가 자꾸 순환됩니다. 그러나 결국은 인간을 믿는 것에 답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 교육문제는 그 지역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이니까 자기가 신경써서 키우게 해야죠. 그게 거꾸로 지역 공동체를 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나 유치원은 지역공동체에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의 운영에 대한 것을 중앙에서 다 관리하면 할수록 지역공동체가 죽습니다. 동네마다 자기 아이들은 자기가 잘 키우게 하면 지역공동체는 강화됩니다.
게다가 지역자치라는 것은 지역공동체가 문제의 뿌리라는 말이 내놓는 한가지 답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말싸움으로 가면 끝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사립유치원들이 욕을 먹지만 학부모들은 다 피해자라는 프레임도 과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생을 위해서는 논리가 아니라 인간관계가 필요합니다. 다른 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안되면 관계가 점점 극단적이 되고 강경파가 그룹을 대표하게 되어 점점 더 파렴치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 질겁니다. 괴물학부모 이야기하면서 유치원 운영의 어려운 점을 호소하기 시작하면 또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죠.
결론적으로 말해 저는 전국의 문제를 통째로 다루는 것 그리고 인간관계, 지역공동체 이런 문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킬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한대립이 오면 결국 모두 피해만 보겠죠. 문제가 잘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를 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지지하는 현정권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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