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초년생이던 옛날, 처음으로 친구랑 일본여행 갔을 때가 생각나서 써봐요. 남친 없으므로 음슴체. <div><br></div> <div>* 남한테 티끌만큼의 불편도 끼치지 않으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div> <div>사이다가 아니고 불편한 글이 될 것임. </div> <div>나도 내가 도덕적으로 100% 올바랐다고 생각하지 않음. 근데 속은 시원했기 때문에 사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1.</div> <div>대학생이던 나랑 내 친구는 빠듯한 예산 쪼개고 쪼개느라 숙소를 정말 싼 곳으로 잡았음.</div> <div>1박에 삼만원 약간 넘는? 그런 진짜 싼 호텔을 찾고는 좋다고 2박 예약.</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왜 그렇게 가격이 싼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ㅎㅎ</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도착한 호텔은 진짜 끔직했음. 호텔도 아님 여관 수준.</div> <div>담배냄새 쩔!어!있는 다다미 세쪽짜리 방. 침대 없음, 얼룩덜룩한 침구. 화장실은 복도의 공중 화장실을 써야 했음. 사람이라도 죽은 듯한 분위기와 부족한 조명.</div> <div>빚지고 야반도주한 아저씨들이 재기 혹은 자살을 꿈꿀 듯한 으 여튼 그런 꿉꿉하고 짜증나고 눅눅한 분위기였음.</div> <div><br></div> <div>'숙소는 잠만 자면 돼~'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끼고 아껴서 해외여행 온 여대생들로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음.</div> <div>기분이 끝도 없이 가라앉고, 후회됨.</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제는, 싼 가격 하나만 바라보고 이 호텔에 온 게 우리뿐이 아니었음.</span></div> <div><br></div> <div>우리 층에 묵고있는 백인 20대 애들, 4~5명쯤 되는 애들이 낮부터 복도에서 엄청 떠들기 시작함.</div> <div>얘들이 존나 일뽕에 단단히 취한 애들이었음.</div> <div>"나루토! 닌쟈! 싸무라~이!" 이러는 소리가 뻥안치고 1분마다 한 번씩 들림. 진짜 뻥 안치고 '나루토~~~~'이러면서 복도를 활보함.</div> <div>어디 관광지에서 사온 거 같은 가짜칼로 복도에서 칼싸움도 함. 심지어 유카타도 입었는데 띠도 안 묶고...안에 속옷....시1발....</div> <div><br></div> <div>작성자는 심각한 덕후임.</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루토~~~~ 코노야롯~~~' 이러면서 일뽕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그 애들의 마음이야 뭐 껄껄 문제될 게 없음 껄껄</span></div> <div>근데 그 녀석들은 심각하게 시끄러웠음. </div> <div><br></div> <div>나루토가 미1친 분명 내가 읽을 때까지만 해도 닌자만화였는데, 물건너온 저 나루토덕후들은</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존나 시끄럽게 복도를 우다다다 뛰어다니면서 이ㅑㅇ아아ㅏ~~~!!!! 하면서 쿵쾅쿵쾅거리고 있었음 </span></div> <div>이건 원작을 너무나도 존중하지 못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서 복도로 나갔음.</div> <div>시끄럽고 존나 방음도 안 되니까 좀 조용히 해줄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물어봄. 영어로. </div> <div>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본 호카게꿈나무들은 올ㅋ 오케이ㅋ 하면서 받아주더니,</div> <div><br></div> <div>내가 들어가자마자 더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함. </div> <div>진짜 더 시끄러웠음. 내 친구랑 난 빡치기 시작함. 안그래도 숙소도 엿같은데...</div> <div>근데 다시 한 번 나가려는데 쿵!! 하고 우리 방 문이 부딪히더니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남. </div> <div>그 때 감이 옴. </div> <div>아 얘들이 조용히 해줄 생각이 없구나. 오히려 날 존만이로 보는구나.</div> <div><br></div> <div>고민끝에 문을 다시 걸어잠그고, 노래를 진짜 크게 틀었음.</div> <div>작성자는 그때 락뽕 팝뽕 미국노래뽕에 단단히 취해있는 상태였음.</div> <div><br></div> <div>첫 노래는 레이디 가가의 포커페이스. </div> <div>아이폰 최대 볼륨으로 틀어놓고, 문은 잠그고, 친구랑 일어나서 춤을 춤. 뽀뽀뽀 뽀꺼페이스...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div> <div>여튼 여긴 분위기만 끔찍한 게 아니라 방음도 하나도 안 되는 곳이었음. </div> <div>노래 틀자마자 복도의 닌자꿈나무들 싸우는 소리가 뚝 그침. 그리고 뭔가 말소리가 들렸는데 개무시함.</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럴 게 아니라 아예 플레이 리스트를 짰음.</span></div> <div><br></div> <div>다음 노래는 Greenday의 American idiots(미국 병신들). 최대 음량으로 틀어놓고 폭소함.</div> <div>미국산 꼴통이 되고 싶진 않아~~라고 외치는 빌리 목소리가 들리니까 복도의 웅성거림이 엄청 커지기 시작함.</div> <div><br></div> <div>문을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림. 개무시함.</div> <div>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영어가 들림. 개무시. </div> <div>쾅 치면서 '콰이엇!!'이러는 소리도 들림. 개무시. 방문 튼튼 개이득!</div> <div><br></div> <div>화난 닌자꿈나무들이 우리 문 앞에 웅성웅성 모여있을 때,</div> <div>그 다음으로 나온 노래가 Eminem의 I'm not afraid였음. 난 무섭지 않아~ 당당해~ 넌 날 못 막아~ 이런 가사였다고 기억함.</div> <div>복도의 닌자꿈나무들 본격적으로 예열 마침. 문을 스타카토로 두드리면서 소리지르기 시작함.</div> <div><br></div> <div>그래서 다음노래로 넘어감. MIKA - Blame it on the girls(여자애들을 비난해).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인생이 거지같지?ㅇㅇ깔려면 다 까! 여자애들도 남자애들도 다 까!! 으휴 찌질 왜 그렇게 살아!!!' 이런 메세지는 뿜뿜 전달됨.</span></div> <div>이정도 되니까 문 밖에서도 막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함.</div> <div><br></div> <div>이 이후에 나인인치네일스(많이 시끄럽고 노골적임) 노래로 넘어갔던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은 안 남. </div> <div><br></div> <div>다른 손님들이 보였거나 밤시간이었으면 우리도 그러진 않았겠지만,</div> <div>그 때가 오후 3시쯤이라서 호텔에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이었고,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으려 왔다가 닌자꿈나무들을 만난 거라 (복도의 다른 손님은 마주치지 못했음)</div> <div>잠시 이성의 끈을 놓았었음. </div> <div><br></div> <div>그렇게 춤추면서 텐션업되고 기분도 좋아져서 내 친구랑 눈누난나 놀러다녀옴. 복도의 닌자꿈나무들은 노래가 짜증나서 그랬는지 어느새 없어져있었음.</div> <div>그리고 밤늦게 들어왔는데, 호텔 주인한테 이거보다 더 좋은 방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다른 층에 여성전용방이 있다고 함. 올ㅋ</div> <div>우린 그 방으로 잽싸게 옮겼고, 그 백인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2. 이렇게, 숙소에는 돈을 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다른 도시로 이동함.</div> <div>근데 여기는 여름의 교토였음. 일본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다 오는.... 숙소에 묵은 사람들이 서양인 7:동양인3 정도였음.</div> <div><br></div> <div>저녁에 숙소 아래층에 작은 칵테일 바가 있다길래 감.</div> <div>분위기 유쾌하고 좋음. 친구랑 나는 테이블에 앉음. 그냥 시시부리한 얘기 하면서 여행 기분을 만끽하는데</div> <div>옆테이블에서, 또 백인 남자애들 두 명이 볼륨 대따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듬. </div> <div>ㅇㅇ 술집이니까 ㅇㅇ 이러면서 한 번 보고 무시함.</div> <div><br></div> <div>근데 나랑 눈 마주친 남자애가 갑자기 픽 웃으면서 지 친구보고,</div> <div>'ㅋㅋ이 여자애들 일본인 같음? 내 눈엔 아닐듯ㅋㅋㅋ'</div> <div><div>이러면서 낄낄댐.</div> <div><br></div> <div>뭐 이새1끼가? ㅡㅡ</div></div> <div>옆테이블 얘길 할 거면 그냥 할 것이지...... 검지손가락으로 손가락질까지 해가면서....</div> <div>근데 그 친구도 'ㅋㅋㅋ한국인이나 중국인이겠지ㅋㅋㅋ생긴거 보면 말야~~ㅋㅋㅋ' 이러면서 한술 더 뜸.</div> <div><br></div> <div>작성자는 여기서 빡이 침. 인성바른 성인군자라면 안 그랬겠지만... </div> <div>몽고인족 유전형질을 그대로 이어받아 조선시대 미인 얼굴로 태어난 작성자에겐 저 말이 스트레스였음.</div> <div><br></div> <div>게다가 대놓고 손가락질 + 낄낄거리면서 + 쩡쩡거리는 우렁찬 목소리로 얘들 생긴 게 어쩌구 저쩌구??</div> <div>= </div> <div>1. 자기랑 똑같은 서양인 앞에서라면 눈 앞에서 쉽게 못했을 무례한 태도.</div> <div>2. 게다가 아시안 국가에 와놓고 아시아 여자 외모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짜증남. </div> <div>3. 일본여자 외모는 어떻고 한국여자 외모는 어떻길래? </div> <div>뭐 왜 뭐?? 내가 이렇게 생긴 거지, 한국 여자들 진짜 예쁘거든? 아 좀 눈물 좀 닦고...</div> <div><br></div> <div>이런 애매~한 인종차별, 게다가 대놓고 낄낄거리는 태도가 핵 짜증났음. </div> <div><br></div> <div>그때 작성자는 마침 미국 교환학생 가려고 영어 맹연습하던 때라서,</div> <div>'만약 미국에 가서 이런 애들을 만나면 내가 뭐라고 대답하지? 뭐라고 조져야 잘 조질까...' 하고 머릿속으로 쏘아붙일 말들을 준비함.</div> <div><br></div> <div>근데 얘들은 내가 다 알아들었다는 걸 알 리가 있나 ^^ </div> <div>그냥 지들끼리 낄낄거리고 끝냈으면 우리도 빨리 술 비우고 나갔을 텐데,</div> <div><br></div> <div>엄청 무시하는 듯한 '영어 개못하는 동양인이 처음 영어하는 것 같은' 발음으로 말을 검.</div> <div><br></div> <div>'헤이^^ 너희! 어느 나라 사람? ^^' 이렇게.</div> <div><br></div> <div>보통같았으면 '프롬 코리아^^'이랬을 텐데, 이 때는 솔직히 짜증났음!!</div> <div>그래서 아까 머릿속으로 열심히 준비한 말을 3초만에 우다다 쏘아붙임.</div> <div><br></div> <div>'뭘 묻고 난리야? 니네 이미 니네들끼리 답 다 내리고 결정 다 내린 주제에 뭘 물어?'</div> <div><br></div> <div>이 말 들은 인종품평단 표정 = ( '0') ('0' ) </div> <div>내가 영어를 할 줄은 1도 생각못했나봄. 그래서</div> <div><br></div> <div>'야, 아까부터 니네가 외모가 어쩌구 국적이 어쩌구 그랬잖아. 다 들었거든? 셧업하고 술이나 마시지글애??'</div> <div><br></div> <div>하고 끝까지 쏘아붙여줌. 준비해둔 말이라서 그런지, 발음이며 라임이 내가 생각해도 완벽했음.</div> <div><br></div> <div>인종품평단 동공지진. '우리가 그랫나...?' 하면서 서로 쳐다봄. 저새끼들이 정신을 못차렸네 싶어서 </div> <div>핏줄속에 흐르는 몽고 전투민족의 눈빛으로 쏘아봄. 얘들 대꾸 한 마디 안 하고 묵묵히 잔만 비움. '미친;; 별 희한한 빗치 다 만나네;;' <- 이런 표정이었음.</div> <div><br></div> <div>그러다가 우리 반대편 옆쪽에 잘생긴 남자가 앉았음. 아니면 이쁜 언니. 근데 그쪽 테이블에서 술 엎질러서 바닥 엉망됨. 막 사과하심.</div> <div>너무 공손하잖음!! 이딴 인종품평단이랑 대화하고 난 직후라서 더 반갑고!!</div> <div>그래서 내 친구랑 나는 일본드라마에 나오는 수동적인 여자애들처럼 </div> <div><br></div> <div>'아라아라~ 큰일이네요!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앗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괜찮아요 이쯤이야!'하면서 찰진 일본어로 대답하며 생글생글 웃음. 덕후한테는 일본어 식은죽먹기데스네~~</div> <div>이거 보고 있던 백인들은 더욱 동공지진함. 인간이 바뀐 줄 알았을거임.</div> <div>우린 안 떠는 애교까지 떨고 호호 웃으면서 내 가게인 것마냥 성심성의껏 치워주고, 인종품평단 쪽은 째려봐준 뒤 가게를 나옴. </div> <div><br></div> <div><br></div> <div>작성자는 이 때의 여행으로 깨달은 게 많았음. 이 때의 멘탈을 고스란히 보존해서 미국으로 가져감. </div> <div>기본적으로 상냥하되, 얌전하게 참고만 있지 말고, 조질 놈은 조지자는 멘탈로.....미국으로 가서 꿩강하게 잘 살다 옴.</div> <div><br></div> <div>적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막 새학기를 맞이한 대학생 여러분에게 인생의 팁을 추천드리고 싶음. 꼰대질이면 죄송...</div> <div><br></div> <div>* 여행을 갈 때. 평균적인 숙소들의 가격보다 엄청 낮은 곳이 있다면 그 곳은 가지 말아야 할 곳임.</div> <div>작성자는 저 때 이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 미국에서 두 번 더 시도하다가...후....하지 마라면 하지 마세여....</div> <div><br></div> <div>살다 보면 인생은 돈 아끼든 안 아끼든 어차피 생고생을 하기 마련임. </div> <div>여행도 똑같음. 사서 고생하지 말았으면 좋겠음.</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