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아들에 군이 이러면 안 된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울 힘도 없다던 노춘석씨. 그러나 위암 말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물은 계속 떨어졌다. "내 아들은 죽지 않는다고, 다시 일어선다"고 수없이 되뇌고 있지만, 의지와 무관한 눈물은 환갑을 넘긴 아버지의 뺨을 적신다.
군 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청년 노충국(28)씨의 아버지 노춘석(62)씨. 아버지 노씨는 지난 23일 오전 담당의사로부터 "아들 장례식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다. 이 때만 해도 울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에 있는 친척들을 덕유산 주변의 병원으로 불렀을 뿐이다.
그러나 "빨리 건강해져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희미한 아들의 말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들은 아직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지를 모르고 있다. 그런 아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아버지의 "희망이면서도 가슴을 마구 찢어놓는 모습"이다.
노춘석씨는 지난 9월 30일 아들과 함께 덕유산 자락으로 내려왔다. 이미 서울의 큰 병원에서 아들이 길어야 2~3개월밖에 살지 못 한다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였다. 그렇다고 치료와 희망을 포기해서 산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민간요법을 써보기 위해서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노춘석씨를 23일 덕유산과 병원에서 만났다.
"아들이 제대를 한 달만 늦게 했으면 어떠했겠는가. 나는 아마 아들 얼굴도 못보고 한 줌 재로 변한 아들을 안고 통곡했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걸 다행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노씨는 24시간 아들과 함께 지낸다. 종일 누워있는 아들이 몸을 뒤척일 수 있게 도와주고, 대소변까지 받아줘야 한다. 잠은 하루에 3시간 정도 잘 뿐이다. 잠든 사이 아들이 어떻게 될까봐 불안해서 그마저도 설친다.
"가만히 있으면 난 가슴이 아파 살 수가 없다"
23일 오후, 노씨는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을 다른 가족에게 잠시 맡겨두고 급히 산골 거처로 향했다. 갑자기 간 기능이 떨어졌다는 아들을 위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노씨는 순식간에 산에 올라 나무를 하나 베어 왔다. 간 기능 회복에 좋다는 나무였다. 노씨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약초 나무를 손질하고 가마솥에 넣어 달였다.
"가만히 있으면 난 가슴이 아파 살 수가 없다. 계속 몸을 움직여 일을 해야 아픔이 잊혀진다. 아들과 함께 이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새벽부터 산에 올라 나무를 해온다. 약초는 소나무로 달여야 좋다고 해서 모든 땔나무는 다 소나무로 구해왔다."
약초를 손질하는 노씨 옆에 땔나무가 높이 쌓여 있다. 그의 말대로 아픔을 잊고, 아들과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한 월동 준비였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아들을 돌봐도 잊혀지지 않는 건 군 당국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다.
"위궤양이 어떻게 보름만에 위암 말기로 될 수가 있는가. 아들이 군대에서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이런 일이 내 아들만의 문제이겠는가. 군대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국방부, 해당 부대, 보훈처 등 모든 곳을 가봐도 별 거 없었다. 정말 아쉽다."
노춘석씨는 지난 7월 아들이 진료를 받았던 군 광주통합병원부터 찾았다. 아들의 진료기록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병원은 거부했다. 군 보안상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씨는 "내가 간첩이라도 되는가, 위암 걸린 아들의 진료기록을 부모에게도 안 보여주는가"라며 분노했다.
노씨는 보상을 받기 위해 군 당국을 찾았던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저 아들을 살리는 길에 군 당국이 최소한의 노력을 보태길 원했다. 그러나 현재 모든 기대를 접고, 자신의 힘으로 죽음 문턱에 있는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내 아들은 국가를 지키다가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그런 아들에게 군 당국은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내 아들은 아직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을 군 당국은 왜 모르는가. 누가 내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고통은 나와 내 아들로 끝났으면 좋겠다"
덕유산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아들 노충국씨가 생활하는 방에 들어가 봤다. 바닥에는 쑥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대나무 장판이 덮여 있다. 특별한 살림살이는 없다. 다만 성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간이 대소변받이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를 해치거나 보복하고 싶지는 않다. 더 이상 내 아들과 같은 장병들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고통은 나와 내 아들로 끝났으면 좋겠다."
위에 좋다는 칡차를 기자에게 내밀며 노씨는 담담히 말했다. 마당에 쌓여있는 소나무 땔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의 바람대로 아들은 소나무의 온기를 받으며 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들을 둔 노춘석씨. 그래도 노씨는 여전히 산을 헤매며 장례식 대신 아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줄 소나무를 준비한다. 그런 노씨에게 아들에게 했던 똑같은 질문은 던졌다.
"아드님 건강해지면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
"…. 착하게, 다른 사람 위해서 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박상규 기자-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사 보고 눈물날 정도로 속상하고 안타깝네요.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가면 도와줄 방법이 있습니다.
또 네티즌들이 국방부와 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책임은 없다고 발뺌하는 국방부 책임이 없다니?
사회에서 오진했다면 병원 몇군데 더 다닐수나 있지만 군대에서는 군병원 이외에 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 즉시 국방부는 책임지고 노군을 국내 최고의 의료시설에 입원시켜 치료받게 해야 합니다.
노군이 헹여라도 죽는다면 국민들은 자기 자식이 죽은것 같은 충격과 상처를 받을것입니다.
노충국씨의 쾌유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