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계획코리아에 어줍잖은 후원을 하고 있었는데 방글라데시 소녀였습니다.
가급적 종교색이 없는 후원단체를 고르고 골라 이 계획코리아를 처음 후원 시작할 때 원하는 아동의 국가, 연령대를 고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상대 아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인연에 맡겼다가 이어진 아이지요.
여섯 살 꼬마가 어느 새 열살이 됐는데 오늘 한 통의 전화가 오네요.
"후원자님, 그 동안 후원하시던 아동의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그 지역 사무소가 이번에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동을 후원하셔야 하는데 원하시는 국가나 나이가 있으신가요?"
아, 전 은연중에 제가 키다리 아저씨나 되는 줄 착각했나 봅니다. 자동이체 문자만 보고 방심하다 변변한 선물 하나 못 보내줬는데 이렇게 이별의 인사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인연이 끝나네요.
온라인상으로만 시작되고, 진행되고, 끝나게 되는 사무적인 관계에 놓여있던 걸 은연중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더 쓸쓸하기만 하네요.
아마 다음 주 쯤엔 새로운 나라의 아이가 정해지겠지요.
이 헛헛한 마음 때문이라도 그 아이에 대한 후원과는 별도로 근간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보려고 합니다. 같이 고치고, 같이 놀고, 제 아이와 함께 같이 웃는 걸 직접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우리 동네 어딘가에도 있을거라는 걸 잊고 있었네요.
제가 그다지 선인이 아닌 걸 스스로 잘 알기에 지금 이 마음 오래도록 같길 비는 마음 간절한 새벽입니다.
담배 끊은 돈으로 시작한 게 제 평생 가장 잘 한 일 같네요.
(걸스데이가 홍보대사가 된 건 제가 시작한 다음이에요. 절대 그녀들 때문에 선택한 게 아니란 말이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