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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과 객관적이고 고급스러운 입맛으로 서술되었으므로
비판은 절대 삼가합니다.
그럼 시작.
2012년 8월경. 친구들과 맛집기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인원 5명, 여행경비 100여만원.
전라북도 군산~전라남도 벌교까지 1박2일의 코스였죠.
그동안 먹어본 음식들을 대충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서울에서 차를 렌트한 후에 친구들과의 첫 목표지는 전라북도의 입구. 군산이었습니다.
군산항을 대충 둘러보고 이번 여행의 목표인 먹거리를 향해 눈과 인터넷 레이더망을 거쳐서
바이럴마케팅따위의 함정을 제치고 신속하게 이동했습니다.
열심히 인터넷을 찾던중 군산은 게장이 유명하다는것을 깨닫고는(예. 저희는 대책없이 여행다닙니다.)
모 게장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여기서 알려드릴 모든 맛집의 법칙 하나.
진정한 맛집은 기사식당 혹은 터미널 근처에 있다.
예. 그렇습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기사식당 혹은 기사분들이 자주 애용하는 식당은 맛이 없는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인 즉슨, 택시나 혹은 특히나 고속버스 기사분들은 8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섭렵한 상태.
왠만큼 먹을만한 집이 아니면 가지 않습니다.
여튼 게장 전문점에 들렀을때 사람수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넓은 식당도 아닌데 (대략 주방포함 30평정도로 보였습니다.)사람이 가득 차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시간은 2시경. 다른식당같으면 사람이 거의 없어질 시간에도 불구하고, 1~2개 테이블 제외하고는 거의 꽉차있는 상태.
친구들과 저는 예감했습니다.
'아. 이곳에서 전설에나 나오던 음식을 먹겠구나'
주문한 메뉴는 간장게장정식5인분.
기다리는 동안에는 다음 코스를 정하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대충 다음 목표지는 새만금 방조제 도로를 따라가며 경치를 구경하고 난 후
바로 목포로 향하는것. (원래는 영광이었습니다만, 시간이 촉박해서 변경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밑반찬들이 등장하기 시작.
전라도 왠만한 식당에는 다 나온다던 꼬막. (이건 왠만하면 맛이 비슷합니다. 물론 혼자서 한접시 비우는건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간단한 반찬들(의외로 전라도 치고는 반찬 종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나물류.
저는 충청도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나물류에 대에서는 입맛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나물의 맛을 본 순간의 평가를 점수로 매기자면 (6/10)
나쁘지 않은 평이었습니다. (물론 6점이 높아보이지는 않겠지만 저는 10점을 함부로 매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물의 기본인 채소 그대로의 맛과 식감을 살려 적절히 데쳐내고, 적정량의 참기름과 소금간. 너무 지저분하지 않은 고춧가루.
재료 자체의 품질 또한 8/10. (앞으로의 채소재료에서의 10점은 산에서 직접 생으로 뜯어먹는것을 말합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평가의 집이었습니다. 다만 배가고파서, 나머지 반찬의 맛은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밥이 나오긴 했지만, 이런 반찬따위에 밥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반찬으로만 간단한 요기를 하고있던 중
드디어 대망의 게장이 나왔습니다. (feat. 순두부찌개)
대략 직경 40~50cm급 접시에 게 등껍질 5개가 정확히 올려져있었습니다.
보통의 게장이라면 게 5마리는 엄청 작은양일테지만
이집의 경우는 판이하게 달라 단지 5마리의 게로 2단을 쌓아 접시가 꽉 차버린 상태.
실로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게. 그리고 등껍질 주변으로는 화려하게 알을 배어있는 게 다리토막들.
나오자마자 무섭게 다리토막을 하나 집어들고 베어물은 그 순간의 느낌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천"
그 이외의 단어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음식이 존재한다는것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음식이 분명했습니다.
27년동안 먹은 게장중에 으뜸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부풀어오른 살과 함께 깨무는 순간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주황빛 알들이 혓바닥을 통해 감기는 그 느낌을 이루 말하기 힘들정도.
그렇다고, 너무 짜지도. 너무 싱겁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최합의 간.
옆에 게장을 싫어한다는 친구가 게 한마리를 다 먹었습니다. 그정도의 위력.
그리고 게딱지에 비벼먹는 밥과,
게장과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순두부찌개. 새우젓으로 맛을 내 더욱 시원해진 순두부찌개가 바로 정답.
5명의 공통된 의견이 떨어졌습니다. 최고의 맛.
게장의 평점은 무려 8.7/10
가히 최고의 음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먹은지 2년이 다되가는 그 게장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건 아무래도 그때의 기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음 목표지는 목포. 점심식사를 마친 시간은 4시가 다 되었었고, 우리는 목포로 급하게 내려가야 했습니다.
스피드하게 새만금 도로를 따라 중간에 세워 구경따위를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것은 풍경? 그런 우스운것이 아닙니다. 바로 입과 위를 즐겁게 해줄 목포의 해산물.
목포에 도착한 시각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모두 오랜시간 운전에 지쳤고, 해는 져서 이미 깜깜해진 시각.
근처에 모텔을 잡고 최대한의 숙박비를 아낀 후. 우리는 다시 음식을 찾아 떠난 하이에나가 되어 주변 식당을 직접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2명은 모텔에서 마실 술과 기타 음료들을. 3명은 식당 탐색중
마치 다급하게 울려대는듯냥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를 받는순간 친구의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찾았어. 식당 옆에 택시 3대가 서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곳은 맛의 고향 전라도. 그중에서도 기사들이 애용하는 식당이라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맛을 가진 준수한 식당이리라.
5명 전원에게 문자를 날리고 목표 장소로 향했습니다.
의외로 작은 백반집. 테이블 6개가 전부. 그것도 좌식.
일단 들어가자 마자 나는 퀴퀴한 청국장냄새.
하지만 메뉴 어디에도 청국장은 없었습니다.
식당 사장님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제 눈에 들어온것은 친구의 축축한 양말.
네. 냄새의 정체는 친구의 발냄새. 제가 배가 고파 착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여튼 5명 전원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대충 보아하니 4인테이블같았지만, 7명이 앉아도 넉넉할 사이즈.
잠시후에 왜 그렇게 테이블이 커야만 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메뉴는 백반5인분. 1인당 8천원.
가격이 꽤나 비싼식당. 백반 1인분주제에 8천원이라니.
왠지 들어온것이 후회되는 식당인 기분.
다들 늦은 저녁에 피곤했는지 얼른 먹고 들어가려는 표정이 대부분의 상황.
아무말없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온것은
3개의 쟁반 가득한 반찬들.
반찬의 가짓수가 무려 38가지.
저는 제가 무엇을 시킨지도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찌개1개, 국(각자1그릇씩), 빨갛게 볶은 돼지불고기. 그리고 각종 반찬들...
일일히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정도의 사이즈.
반찬과 밥 만으로도 상이 꽉차게 되어 수저를 그릇과 그릇 사이에 숨겨야 할 애매한 상황.
일단 맛을 보기 시작했으나, 일일이 점수를 매기기 힘든 관계로 평균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8천원 백맛의 맛. (6.5/10)
맛도 괜찮으며, 무엇보다 양이 "미친"듯한 반찬들.
반찬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데 그 사이에 버티고있는 된장찌개와 돼지불고기. 그리고 가지런히 5토막 올려져있는 갈치구이.
갈치구이가 메인이 아닌 반찬으로 나오는 사이즈의 식당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8천원. 절때 싼 가격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우리들은 폭풍흡입을 시작.
1명을 제외하고 전부 공기밥 2공기씩 흡입. 본인은 3공기.
밥3공기를 비우고서야 반찬의 양이 사라진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반찬 재활용하는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양의 반찬이 나오는지. 무엇보다 목포는 땅값이 싼 지역도 아닌데.
대충 보아하니 그 비결은 야채.
야채를 C급수준의 야채를 공수. 단가가 맞아 떨어지는것.(참고로 C급 야채라 함은 마트품질의 야채와 비슷합니다. 보통 마트의 야채가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마트에서 사온 야채를 상온에다 한 3일 둬보시면 금방 차이가 납니다. 기온이 가을철 정도 될때에는 대파같은경우 땅에 뿌리심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곳에만 놔둬도 3주정도 유지가 가능. 파프리카 혹은 피망은 1주일정도. 상온에서 이정도 보관이 가능해야 신선한 야채입니다.)
거하게 한상 먹은 우리는 모텔로 돌아가게 되고, 저는 남아 식당 아저씨와 몇가지 인터뷰 아닌 인터뷰(라고 쓰고 잡담이라고 읽습니다.)를 했습니다.
'반찬 이렇게 많이 내시면 남는거 없으시겄어요~허허'
지나가는 말로 질문을 던지자 아저씨의 솔찍한 답변과 비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사람 보여? 여기 내가 아내랑 직접하니께 이정도제. 가게도 내가게라 가게세 안빠지고. 그리고 많이 줘야 손님이 많이 오지'
'그럼 하루에 손님이 얼마나 많이 오시나요?'
'글쎄. 대충은 모르겄네. 밖에서 줄서서 먹을때도 종종 있고. 세보지는 않어서 모르겄소'
사장님의 별거 아니라는 말투. 말속에서 왠지모를 거만함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저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모텔로 오는길에 담배를 한대 길게 태우며 생각했습니다.
'이 식당. 내일 점심에 또 와야겠다고. 백반이 아닌 갈치찜을 먹으러.'
그리고 저와 친구들은 소주파티를 벌이며 모텔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사진없이 써보는 맛집기행 이야기 上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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