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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몇몇 보수지와 경제지는 공신력 있어 보이는 통계나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틀지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요지는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 경제 큰일 났다’, ‘소득주도경제는 우리 경제 체질과 맞지 않는다’ 같은 것들이죠. 11일 KDI가 월간 경제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역시 언론들이 달라붙어 나름의 해설 기사를 내보냈죠. 소비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소매판매 증가폭은 다소 확대되었으나,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향후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은 상존”. 쉽게 풀어쓰면 실제 소비는 늘었지만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져 소비가 적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심리는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론입니다.
o 특정한 의도 또는 의지가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기사량은 폭증했습니다. 이를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 ‘조중동’으로 불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2대 경제지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기사생산량을 조사했습니다. 다음은 5개 언론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저임금’을 언급한 기사를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해 7월, 2018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최저임금 언급 기사량이 급증했습니다. 2017년 하반기 5개 언론사가 최저임금을 언급한 기사는 3763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개 언론사 기사량은 7108건으로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5개 언론사의 최저임금 언급 기사량(2944건)에 비해 2.4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2017년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아래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5개 언론사 기사량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2017년부터 기사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수치는 단 8개월 동안의 수치이지만 2017년 수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2017년부터 최저임금이라는 이슈를 크게 다루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2018년 그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슈와 연동해서 등장했던 이슈가 ‘자영업자 타격론’입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거나 이미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5개 언론사의 자영업 언급 기사량 그래프입니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5개 언론사의 기사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5개 언론사의 기사량은 808건 이었지만,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기사량은 150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사량이 7월에 정점을 찍고 8월에 감소했지만 올해에는 8월까지도 대체로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2018년 수치가 8월까지 기사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7부터 올해까지 자영업을 언급한 기사량은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의 경우 2014년 718건 관련 기사를 생산했는데 이 중 199건은 ‘성공 자영업 길라잡이’라는 섹션으로 생산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부터 존재한 섹션인데 현재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자영업 기사로, 특정 프렌차이즈 업체 소식이나 성공 노하우, 전문가 칼럼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2014년 수치는 500여 건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5개 언론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 언급 기사 생산을 대폭 늘렸습니다. 그러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를 앞둔 5월경부터 관련 기사량을 다시 늘렸습니다. 이에 발맞춰 올해 6월 ‘자영업’ 언급 기사량이 급증하는 양상입니다.
o 최저임금 인상은 갑툭튀?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작스럽게 추진한 것이 아닙니다. 대선공약이었죠.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런 약속을 했던 것은 문재인 후보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4명의 주요 후보들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습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는 2022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모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주는 해법이 지지를 받은 것이죠.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습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려면 최소 매년 15.6%씩 인상해야 했죠. 반면 2022년으로 시기를 늦출 경우 9.1%씩 올리면 됩니다. 이쯤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률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5년간 평균 4.98%, 박근혜 정부는 4년간 평균 7.43% 최저임금을 인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약 2.45%p 더 인상했는데요,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압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계산으로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 때보다 2.45%p 인상률을 높인다면 인상률은 9.87%가 됐을 겁니다. 이 경우 4년차에 최저임금이 9428원이고 5년차에는 1만358원이 됩니다. 이명박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률이 유독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말은 그다지 주목할 만한 공약은 아닌 셈입니다. 주요 대선후보 사이에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사회구성원들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가능하다고 인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16.4% 인상됐습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려면 3년간 매년 15.6%씩 올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 0.8%p 초과 인상된 셈입니다. 과연 5개 언론은 0.8%p 차이가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그림4>에서처럼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5개월차 정도까지는 괜찮다가 6개월차부터 갑자기 툭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일까요.
o 물량공세가 결국 고용 억제 시그널로 작용?
통계청의 8월 ‘산업별 취업자’ 통계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G,I) 취업자는 5월 596만7000명, 6월 598만9000명, 7월 602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8월로 넘어가며 7월에 비해 10만7000명 줄어든 591만3000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최저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연령대인 10~20대, 60대 이상의 실업률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습니다. 15~29세 실업자는 5월 46만명에서 6월 38만8000명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7월 40만9000명, 8월 43만500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60세 이상 실업자는 5월 11만2000명, 6월 11만300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7월 10만명으로 감소합니다. 하지만 8월로 접어들며 10만6000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양상이 다릅니다. 지난해 7~9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수는 증가세였고 15~29세, 60세 이상 실업자수는 감소세였습니다. 물론 기간을 기준으로 일대일 비교한 것이 충분한 근거는 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5개 언론사의 기사가 쏟아졌던 올해 5~7월 이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업종과 연령대의 고용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업장이나 노동자들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형태가 노동자에게 불리할수록 단기 경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입니다. 가령 대기업은 신규 채용 로드맵을 수년 전부터 고민할 수 있지만, 하루 매출을 고민하는 소규모 점포, 사업장은 매달 채용상황을 점검합니다. 만약 어떤 소규모 음식점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향후 몇 달 경제 상황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여부일 겁니다. 그런데 경제 전망이 암울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 채용하려는 계획은 없던 것이 되겠죠.
5개 언론사는 이번 정부 최저임금이 적용된 지 채 반년이 지나기 전부터 위기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리고 경제 분위기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업종과 연령대에서 상황이 나빠졌습니다. 단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할까요. 특정 언론사의 물량공세가 영향의 전부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보통 사람에게 경제는 어렵습니다. 수많은 숫자, 전문용어는 높은 문턱입니다. 그런데 경제 기사도 어렵습니다. 사회구성원들에게 경제 문제를 해설하는 것이 언론이죠. 그 중에서도 글에서 다뤘던 5개 언론사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이들 언론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독자들은 보통 중상위 소득자들입니다. 언론은 쉬운 설명에 미온적이고 독자들은 경제기사를 멀리하는 악순환이 지속됐습니다. 경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정치, 경제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언론사라고 자임한다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회구성원들도 어떤 경제 기사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배경지식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책임을 나눠질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의 양심을 걸고 사회구성원들과 동행함으로써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경제 문제는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문제니까요.
(언론사별 기사 생산 수치는 온라인을 통해 유통된 기사 기준입니다. 오프라인 일간지 지면 기사와 온라인판 기사를 포함합니다.)
(관련자료)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액 현황”
https://www.minimumwage.go.kr/stat/statMiniStat.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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