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기니까 시간 없으신 분은 다음 줄만 읽으시고 나머지는 뛰어 넘고 마지막만 읽어 주세요
앞으로 xx가 강간 당했다 라는 표현 대신
ㅇㅇ가 강간 했다 라는 말로 대체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제 생각은 아니고
어느 미국인 남성이 한 강연의 내용인데요
우리 사회는 권력에 충성적이어서
권력을 가진(기득권층이라고 할꼐요) 자들을 보호하는
은밀한 방법을 고안했다고 해요
누가? 기득권층과 그에 붙어 이익을 얻는 사람이요
정치적인 이야기는 뺄게요, 성 범죄에 관해서 쓰고 싶은 글이니까요.
오랜 세월 동안 남자가 여자보다 기득권을 많이 가졌죠
역사적 사실이니까 인정합시다.
현대 문명에 영향을 준 근대 시대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졌고
현대 문명도 그 영향을 이어 받아 대부분의 사회에선 아직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권력을 누리고 살죠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자가 다른 여자나 남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경우보다
남자가 남자나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이를 보고 사람들은 성별 대결로 가서
남 (가해자) -> 녀 (피해자) 로 인식하려 하는데
그건 또 다른 편견을 낳을 뿐이예요
그 인식에 따르면
남 -> 남
여 ->남
여자->여자
의 경우가 성립되지도 않고 최근 문제가 되는
여성 상사에 의한 남성 직원에 대한 성폭력도 설명 되지 않아요
하지만 권력 관계만 놓고 따지면 좀 더 설명이 쉬워지죠
남 -> 남 성폭력의 대부분은 남성이 자기보다 약한 남성, 연령적으로는 미성년자, 사회적으로는 피고용인이나 계급관계 등에서 벌어지고
여 -> 남 성폭력의 대부분도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권력이 많을 때 발생해요
여 -> 여 역시 마찬가지죠 다른 한 쪽이 주도력을 갖을 때 발생합니다
그러니 우선 성폭력은 성별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권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과
성폭력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덜 가진 사람에게 저지르는 폭력의 일종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글 맨 처음에
권력층들은 보이지 않는 사회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죠?
그게 예전에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방법이었으니까요
지금도 같은 이유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곁에는 항상 보안 요원이 있죠
문제는, 성폭력의 경우에도 이 미묘한 보호가 적용되는 거예요
이 미묘한 보호 탓에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지만
너무 미묘해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고 일상적으로 쓰고 있어요
바로 문장 순서죠
(제가 본 강사는 미국인이라서 영어를 기반으로 설명했는데
한국어로 해도 말이 될 것 같아요)
보통 편의점 강도 사건이 생기면 이런 헤드라인이 뽑혀요
(나이) 편의점 강도, 경찰에 검거
포탈에 치기만 해도 나오니 한 번 쳐 보세요 저도 포탈 검색 결과 베꼈어요
그리고 기사를 자세히 보면
범죄행위에 대해서 이렇게 쓰여 있어요
강도범이 몇 시쯤 어느 지역 편의점을 어떻게 털어 얼마의 손해를 입혔다.
경찰은 검거를 위해 -----하고 있다 (혹은 검거했다.)
기사마다 차이는 나겠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죠.
뭐가 제일 먼저 언급됐나요? 범인 신상이죠
그런데 성폭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쓰여지냐면요
DVD방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한 10대 n명 검거
역시 포털 기사 제목에서 사람 수만 수정한 겁니다
평범해 보이죠?
그럼 이제 여쭤 볼께요
어떤 정보가 가장 먼저 왔나요?
범행 장소죠
그럼 두 문장의 차이를 비교해 보실께요
(나이) 편의점 강도, 경찰에 검거 vs. DVD방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한 (나이) n명 검거
문장 구조를 파악하면
강도 사건의 경우 범인 신상이 제일 먼저 언급 됐고,
다음이 범행 내용이네요
성폭행의 경우는 장소가 제일 먼저 언급 됐고
그다음이 피해자의 신상
그리고 범행 내용
맨 마지막으로 언급된 게 범인 신상이죠
갑자기 문장 구조를 왜 파악하냐구요?
왜냐하면 사람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어서
말의 첫 부분에 가장 집중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언어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문장 첫 부분에 집중 시키고
글을 읽을 때 문장 제일 처음에 주제가 있으면 이해하기가 쉬워 지며
심지어 대화할 때 중요한 이야기가 맨 뒤에 나와서 이야기가 늘어지면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까지 해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문장 끝으로 갈 수록 덜 중요한 정보라고 인식하게 되는 거죠
성폭행 사건의 경우 한국이고 미국이고(다른 나라는 모르겠어요 가 본 적이 없어서)
대부분 이렇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누가 강간 당했다. or Someone is raped.
하지만 이 문장을 잘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행위자는 빠져 있어요.
그러니까 본래 문장은 이렇게 되어야 하죠.
라가 마를 강간했다. or A raped B.
한 문장 안에 가해자가 누군지 피해자가 누군지 어떤 범행이었는지 한 번에 드러나죠?
하지만 우리는 이 문장을 두고 굳이 바꿔 씁니다.
마가 라에게 강간 당했다. or B is raped by A.
이 문장에서는 문두에 있는 피해자 마와 B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행위자 라와 A에게는 관심이 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말은 한 번 더 바뀌지요.
마가 강간당했다. or B is raped.
이젠 행위자인 라와 A는 생략되서 문장에서 보이지도 않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셈이 됐어요.
처음부터 제일 첫 문장으로 말했으면 모든 정보를 알았을 텐데
왜 우리는 이런 명쾌한 말을 두고 "누군가가 강간 당했다" 라는 불분명한 말을 할까요?
글 앞 부분에 말씀 드렸죠
사회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자 층을 미묘하게 보호하며
언어도 그 수단이 된다고요
그리고 성폭력은 권력 관계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게 행하는 폭력이라고요.
즉 우리는 우리가 눈치채지도 못하고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피해자에게만 관심을 집중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고
성폭행범의 은신과 사건 축소에 조력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부디
"누군가가 강간/성폭력/성희롱 당했다" 가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강간/성폭행/성희롱 했다" 라는 표현을 써 주세요
작은 표현 하나가
성폭력 가해자를 명확하게 밝혀 2차 피해를 막으며
사회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로 고려 되지도 못하고 방치된 특정 집단(성인 남성말예요!!!)에 대한 편견을 없애 줍니다
PS 1)아이디 걸 용기가 없어서 고게에 익명으로 쓰는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2)이 글의 아이디어는 모두 Jackson Katz 로 부터 나왔습니다. 저는 조금 변형만 했습니다.
http://www.ted.com/talks/jackson_katz_violence_against_women_it_s_a_men_s_issue
여기로 가셔서 오른쪽 하단 부분의 subtitle 을 한국어로 바꾸시면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3)생각할 게 많은 동영상이예요 많이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