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맨날 오유 구경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남기는 게시판이 고민게시판이네요;
저는 이번 해에 고3이 되는 특목고 남학생입니다. 벌써 대학입시가 코앞에 닥쳐왔네요
사실 저는 요즘 진로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국제반에 속해있는 관계로 요번 1월달에
미국 고등학생들한테는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 뭣하러 이런 소위 말하는 '공부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더더욱이, 왜 1학년때부터
국외에 있는 대학교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 다니고 있는 특목고에 오게 된 계기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별 생각 없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중학교때 '이 학교 좋아보이네?' 하고선 고등학교 졸업 후, 미래의 직업까지는
생각도 못해보고 그냥 여기 아니면 안된다 하는 심정으로 결국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1학년때부터 외국 대학교에 절반 이상의 학생을 보내는 학교의 분위기를 타고
왠지 국제반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넘은 지금까지 그럭저럭
국제반을 위한 커리큘럼에 맞춰 학교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1월, 저로서는 수능 시험이나 다름없는 SAT시험이 있는 중요한 달인데
왜 이렇게 하루하루 힘이 빠지고 화가 나고, 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을까요...
사실 저는 중학교 3학년 말에, 그러니까 이 학교에 들어오기 직전에 처음으로 밴드라는 걸
접했습니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합격도 했는데,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드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끼리 밴드도 만들어서 공연도 했습니다.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로 소문난 고등학교였지만 밴드를 하고 싶어
음악을 그만두질 '못'했습니다. 정말 밴드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또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에는 드럼 대신 기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학교에도 밴드부가 있더군요.
당연히 '여긴 내가 있을 자리다' 생각하고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공연도 많이 했습니다.
하다보니 다른 밴드들이 공연하는 것만 보는 건 지겨워져서 작곡도 했습니다. 밴드부 친구들와
별개로 마음이 맞는 다른 친구들끼리 저만의 밴드도 만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대학갈 때
필요한 시험이다, 대회다 할 때 저는 '기초만 하면 됐지~'하는 마음에 정말 필요한 공부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기타치고 제 밴드의 노래를 만드는 데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상 시험과 대학 입시가 성큼 다가오니 자꾸 답답합니다.
대학 어디 갈 지는 정했니, 무슨 학과를 가고싶니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질문에도
-아직 못 정했습니다- 라고밖에 대답을 못 하니 그 때마다 저도 어른들도 답답해 하십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었던 과목인 역사를 전공하고 싶다고 하면 더; 답답해 하십니다.
반대로 이제 곡을 완성하고 녹음을 앞두고 있는 제 밴드 계획을 보면 그보다 더 달콤하고 매력적인
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음악 학원도 안 다니고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로
독학한 뒤 이제껏 이뤄낸 결과니까요. 하지만 이 계획은 대학, 대학, 시험, 진로 하는 잔소리 앞에서
그저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그런 말 하죠? "1년만 참아라"
그런데 저는 1년동안 저 자신을 속일 자신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제 대학을 희망해왔기 때문에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 앞에 대학교들이 보이는 국내반 학생들과는 달리
지금 제 마음은 이 시기가 될 때까지도 가고 싶은 대학은 모를뿐이거니와 가고 싶은 학과마저도;;
부모님이 원하시는 경영학과나 다른 매력적으로 보이는 학과와는 달리 역사학과를 가고싶다고 하거든요.
미치겠습니다. 정작 시험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방학때마저 다니는 학원은 저를 더 미치게 합니다. 안 그래도 기숙학굔데, 방학때마저 어딘가에
갇혀 산다는게 저한테는 전혀 달갑지 않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만약에 영어학원 말고
기타 학원에 다니고 있었어도 이번 방학이 이렇게 짜증만 났을까?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차라리 기타를 아주 어릴 적에, 7살 때쯤부터 알았더라면...
아니면 아예 내 인생에 밴드라는 게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잘 병행해왔던 음악과 학업이 큰 시험과 대학 입시가 다가오니 모두 뒤엉켜버린 기분입니다.
이렇게 힘들다가도 불 끄고 침대에 누워 인디 레이블에 들어가서 홍대 공연 뛰는 제 모습을 생각하면
그 때만큼은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충고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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