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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tion_110717
    작성자 : 포스테크
    추천 : 15
    조회수 : 1983
    IP : 121.180.***.218
    댓글 : 117개
    등록시간 : 2013/09/07 21:35:43
    http://todayhumor.com/?animation_110717 모바일
    라이트노벨은 중동에 차린 맥도날드같은 존재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라이트노벨은 패스트푸드입니다. 애초부터 문학성은 버리고 들어간 장르입니다. 라이트노벨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카도카와 서점은 라이트노벨을 '지하철에서 읽고, 내릴 때 쓰레기통에 버리는 소설'로 광고했죠. 머리 아프고, 철학적이고, 무게감 있는 소설은 애초에 라이트노벨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설을 찾는 사람들은 애초에 라이트노벨에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나무에서 물고기 찾는 격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라이트노벨 시장이 성장하면서 괜찮은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작품에 불과합니다. 마치 햄버거가 패스트&정크푸드의 영역에 갖혀있는걸 탐탁지 않게 생각한 크라제버거같은 수제버거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라이트노벨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2000~2010년 사이에는 흔히 말하는 '모에물'이 메인스트림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본과 한국의 공통사항이고


     한국에서는 한 가지 특성이 더 들어갑니다. 바로 라이트노벨이 일본산이란거죠. 일본산인게 왜 문제가 되냐고 진심으로 물으신다면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한국 사회에서 일본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언정 사람들의 심리적으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소지가 큰 것이죠.

     마치 중동에서 미국 문화를 적대하는 것처럼, 한국 역시 일본산 문화를 경계하는게 사회적 통념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중동의 맥도날드는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맥도날드를 먹어본 소수의 사람들이 아무리 맛과 편리성을 아무리 주장해도 맥도날드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습니다. 왜냐? 그들에겐 맛과 편리성이 문제가 아니라 반미 감정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라이트노벨이 받는 대우가 이와 비슷합니다. 라이트노벨 소비자가 아무리 라이트노벨의 재미와 소수의 크라제버거같은 뛰어난 작품을 소개한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그게 문제가 아니었던거에요. 일본산 모에물이 메인스트림인 장르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겁니다.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이 라이트노벨처럼 작은 책으로 나왔다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3권부터는 일반적인 책 사이즈로 출판하는걸 보세요.)



     그렇다면 라이트노벨, 더 나아가 서브컬쳐 유저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가만히 있는게 좋습니다. 서브컬쳐라는 단어 자체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사회의 메인스트림에 올라갈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물론 억울한 점도 많지요. 한때 유행했던 '해리포터는 되는데 왜 이건 안되느냐'와 같은 질문은 애초에 별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싫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들의 취존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취향 또한 인정해야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가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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