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div>어디에선가 분명히 나를 향해 비추리란 희망의 빛이</div> <div>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으리란 실망감이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의 존재여부에 대한 회의는 항상 남을 향해 투영하여 알아내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발생하는데,</span></div> <div>우리는 그것을 사랑으로, 그리고 책임감으로 감싸안는 거대한 비극을 가져가게된다.</div> <div><div>일반적으로 어떤 부모도 자기 자식이 자신을 향해 비추는 희망의 등불을 마저할 사람은 없다.</div></div> <div>예외는 있겠지만, 사랑하는 연인도 서로를 향해 비추는 이 등불을 마저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모든 시작은 즐겁고 유쾌하지만, 모든 중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div> <div>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비극'만이 기다리지만,</div> <div>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 그것은 느껴지는 가치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div> <div><br></div> <div>아무튼 서로가 서로를 향해 비추는 이 희망의 등불이 우리를 몹시나 가엾은 사람으로 만든다.</div> <div>나도 남들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는 기대감을 만들어주고,</div> <div>그 기대감은 당연히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div> <div><br></div> <div>생각해보면 모든 자식은 모든 부모를 위해 존재하는 등불이다.</div> <div>나쁘게 말해서, 모든 자식은 모든 부모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div> <div>연인들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향해 비추는 이 거대한 불빛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모든 사랑은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나에게 거대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주며</div> <div>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가치가 되기도 하지만,</div> <div>그것은 반드시 '시작할 때' 뿐이다.</div> <div><br></div> <div><div>사춘기 소년은 부모에게서 벗어나려는 것으로,</div> <div>갱년기를 맞은 여성이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것으로,</div> <div>연인들이 흔히 헤어지는 이유를 빌미삼아 말해조바면 그렇다.</div></div> <div><br></div> <div>익숙해지면 모든 것은 지겹고 불쾌감을 안겨준다.</div> <div>새로운 낯선 것을 찾아 기대감을 잔뜩 부푼 채로 우리는</div> <div>미지의 것을 탐험해나가는 여행을 꿈꾼다.</div> <div><br></div> <div>다시금 자기가 느꼈던 열정적이고 희망적인 '시작'을 바란 채,</div> <div>다시는 그것을 느낄 수 없다는 (자신을 빛추는 저 희망이란 이름의 등불이란) 거대한 책임감 덕분에</div> <div>우리는 그저 아니꼽게 깔려있는 아스팔트 도로를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div> <div><br></div> <div>국적, 혼인으로 시작해 소속팀이나 학교, 단체같은 '속박'된 틀 말이다.</div> <div>구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러나 그것이 되려 속박하게 만드는.</div> <div>어느 것이던 장단점이 존재하고 단점만 부각시키니 나쁘게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div> <div>나는 물론 할 말이 없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단점은 너무나도 취약하며 거대한 모순을 지니고 있기에</div> <div>장점에 파묻혀서 잊혀버리기에는 작고 단순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div> <div>바로 삶에 있어서 절망이란 이름처럼.</div> <div><br></div> <div>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을 비추기 위해서,</div> <div>그리고 내가 주는 그러한 에너지를 받으며 그들의 미소를 위안 삼는 소소한 행복을 바란 채 사는 삶.</div> <div>더불어 나를 비추는 저 작은 불빛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div> <div>어쩔 수 없이 떠밀려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야속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div> <div><br></div> <div>나의 존재의미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계속 희망이란 이름으로 조명되고 있었다.</div> <div>기대감은 배신으로, 고된 노력은 책임이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했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길 반복했다.</div> <div>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지구가 둥근 것처럼,</div> <div>그 이유가 둥글다면 설명이 가능할까?</div> <div><br></div> <div>겨우 납득할 만한 대답은 "인생은 원래 그런 거니까."</div> <div>왜 인생이 그래야만 하는지 묻는다면, 우리는 침묵할 뿐이다.</div> <div><br></div> <div>이런 인간에게 주어진 문제의 해결은 너무나도 손쉽게 이루어진다.</div> <div>무미건조한 삶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이</div> <div>일단 뛰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하는 삶.</div> <div><br></div> <div>성공한 사람이 말하길, 그것이 곧 삶의 원동력이며 목적이 되는 바로 열정이란 이름.</div> <div>그들에겐 그만큼 좋은 동기부여도 없을 뿐더러, </div> <div>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강렬한 믿음을 통한 자기합리 혹은 부정 뿐이라고 말해준다.</div> <div><br></div> <div>항상 실패한 사람들은 말한다. 사실 인생에 있어 모든 사람들이 결국 실패한 패배자로 남을 뿐이지만,</div> <div>여기서 실패자란 '여전히 많은 여부를 남겨둔 삶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그 상태에 빠진 자'로 칭할 수 있는데</div> <div>실패라는 단어를 이용해 마치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란 환상에 젖었던 사람들이 부르짖는 오만이 아니던가?</div> <div>사실 어떠한 믿음도 결국 믿을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거짓에 불과하니까.</div> <div><br></div> <div>말은 달라도 맥락은 같은, 그러나 그 뜻은 천지차별인 모순은 일상에 너무나도 많이 적용된다.</div> <div>언어라는 이름이 아마 삶을 파괴하는 가장 큰 주범이 된 것일 수도.</div> <div>그러면서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되는 아이러니.</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빛은 우리에게 삶의 비참함을 비춰주지만, 그 이유만으로 빛을 바라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선택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비록 물가에 비친 한낱 가로등 불빛이 거짓된 희망에 불과하더라도</span></div> <div>그것을 믿어야만 한다고 요구한다.</div> <div>누가 요구를 했는가? 나 자신인가?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div> <div><br></div> <div>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로 타인에게 비춰질 목적으로 시작됐지만,</div> <div>비춰줄 대상이 없어지자 나는 방황했다. </div> <div>'도대체 무엇을 향해 등불을 켜고 있는가?'</div> <div>그리고 이제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빛을 비춰주기 시작한다. 아니 꺠달았다는 것이 맞을지도.</div> <div>'아마도 누군가가 나를 등불로 비춰주듯, 나도 누군가를 비춰주는 그런 삶을 살아야 되는 가보다.'</div> <div>그 마저도 없었더라면 이 어두컴컴한 세상에서 존재의미를 잃어버렸을 테니까.</div> <div><br></div> <div>고작 그런 작은 믿음 하나로 살아가는 우리가 우습지 아니한가?</div> <div>거울 앞에 선 나는 누군가를 향해 비추던 불빛이 나 자신에게 비추는 모순을 겪을 수 있었다.</div> <div>"괜찮아." 오직 그 말 한 마디만 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은 어렵다.</div> <div>아니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div> <div>그녀의 어두운 표정에는 여러가지가 담겨있었다.</div> <div>자신에게는 그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div> <div>동시에 자신이 그랬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하는 생각들을 정리해두는 것.</div> <div><br></div> <div>"도대체 내가 뭐라고 해주길 바라는데? 내가 대신에 그 책임을 져줄까?"</div> <div>아마도 내가 그녀에게 주구절절 떠들어 댔다면 그녀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div> <div>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것들 때문일 것이다.</div> <div>삶이라는 것도 그 기반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탄탄하게 세상을 다져나가는 것이기에,</div> <div>결국 우리들의 운명은 나비가 될 애벌레가 아니라,</div> <div>이 등불이 얼마동안 지속되느냐에 대한 기묘한 장치에 걸려 허우적대는, 결국 증발되어버리는 물과 같다.</div> <div><br></div> <div>흐르는 대로 흐르다가, 거슬러보지만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강에서</div> <div>인정할 수밖에 없어 인정하며 다시 흘러내려가는</div> <div>그렇게 깨끗한 강을 만들고 죽어 없어지면, 다시금 또 다른 누군가가 반복하겠지.</div> <div>적어도 그녀는 그것이 옳은 삶이라고 말하니까 수긍할 수밖에.</div> <div>나 또한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수긍할 수밖에.</div> <div><br></div> <div>하나만 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div> <div>그렇다고 둘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더 가혹하다.</div> <div>'요구'의 늪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div> <div>내가 나라면, 그것이 당연하단 이유로 합리화되는 것인가?</div> <div>내가 나가 아니라면, 그것은 당연하게도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div> <div>그런데 원래 불합리한 거라면, 그게 당연한 것이 되는 건가?</div> <div><br></div> <div>모처럼 비가 오길래 밤거리를 걷다가 문득 인도에 고여있는 물가를 만났다.</div> <div>옆에 놓여진 텃밭에서는 정체모를 냄새가 나는데,</div> <div>항상 비내리는 날 흙에서 나는 냄새는 이상하게 달콤하게 느껴진다.</div> <div>그곳에 서서 나는 생각해봤다.</div> <div><br></div> <div>희망이란 이름이 얼마나 산산조각 났는지 테이프로 제아무리 비슷하게 붙여보아도</div> <div>처음 보았던 그 기쁨을 다시 찾을 수가 있으랴.</div> <div><br></div> <div>아... 도대체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멍청한 내 잘못인지 약삭빠른 그자식 잘못인지</div> <div>아니면 정체모를 신을 탓해야 하는지 태어날 때부터 갈리는 운명을 탓해야 하는지 말야.</div> <div>심히 의심될 수밖에.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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