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주말 전ㆍ현직 판사들을 무더기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며 철벽 바리케이드를 치자, 검찰이 의혹의 당사자들을 직접 불러 조사하며 우회 공격에 들어간 모양새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1일과 2일에 걸쳐 김종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 임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유모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2014년 1월~2015년 1월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 전 비서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주는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2014년 10월 7일 작성된 ‘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이 바로 다음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고용부를 거쳐 대법원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당시 고용부 관계자 및 고용부 소송 대리를 맡았던 변호인들을 불러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개입 경위와 사실관계 등을 추궁했다.
2014년 9월19일 서울고법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고용부의 노조 자격 박탈 처분을 우선 멈춰달라”는 취지로 전교조가 제출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주력하던 2015년 6월 대법원이 고용부 재항고를 받아들여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검찰은 또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했던 임 부장판사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낸 유 전 부장판사도 조사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6년 불거졌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관련한 법조비리 사건에 일부 판사들이 연루되자 이와 관련해 대응 문건을 작성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을 가진 재판 관련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문건 작성자가 관련 사실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유 전 부장판사는 문건 작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시모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도 불러 조사했다. 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으로 근무하던 2015년 7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청와대 설득방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 문건을 작성하고,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고의로 삭제한 의혹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