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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 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농단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24일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인정된 뇌물의 액수가 1심 72억9427만원에서 항소심 86억8081만원으로 13억8654만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으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이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2015년 7월25일 독대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연관됐다고 본 게 1심 판결과 달랐던 핵심이었다. 이같은 판단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이 부회장 사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최순실씨(62)가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무죄로 봤던 부분이다.
이 혐의는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준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최씨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죄가 성립한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고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재벌 총수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두 사람 사이에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후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삼성그룹 지배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사실이 삼성그룹 내·외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이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처럼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부회장 남매에게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하려는 작업을 삼성이 과거부터 해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최근 들어 금산분리 원칙 강화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인해 이 부회장 지배권에 심각한 위협이 제기될 수 있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추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개별적 현안으로 인정됐다.
핵심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판단이 갈린 대목은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관련성이다.
1심 재판부는 합병이 독대 전에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독대 때 청탁이 있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이 결정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는 독대 전인 2015년 7월17일 열렸다.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하지 않고 단순히 합병과 독대 날짜의 선후만 따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독대가 합병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합병 성사 이후에 독대를 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애초부터 합병에 우호적 입장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삼성을 도왔으며,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도움이 계속 필요했기 때문에 독대 때 합병 등 승계작업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하게 됐고 투자위에서 비합리적인 합병비율, 급조된 합병시너지 분석 결과 등으로 찬성 결정이 나왔다”며 “가장 핵심적인 승계작업으로 평가되는 합병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우호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말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합병을 잘 챙겨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대통령비서실이 적극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 등을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찬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엘리엇의 공격으로 삼성 합병이 제대로 될지 우려했다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진술도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했다.
개별적 현안 중에서도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투자 유치·환경규제 완화 등 바이오 사업 지원에 대해 도움 요청’ 등 2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됐다.
독대의 목적이 대기업 총수들의 애로사항 청취였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승계작업이 삼성의 현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도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근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승계문제와 합병이 기재된 독대 말씀자료를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았고, 앞으로의 승계작업에도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한 이 부회장은 독대 때 승계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삼성이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원금 액수에 대한 검토도 없이 지급했다는 점까지 종합해보면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금은 뇌물로 볼 수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다만 같은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후원금은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뇌물에서 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금 액수가 정해졌고 다른 대기업들이 모두 후원을 하는 상황에서 삼성만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이른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여러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업무수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이 부회장 항소심 판단과 배치된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과 달리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에서는 36억3484만원만 뇌물로 인정되는 등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의 판결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241407001#csidxb2958e14778c72baee1f1ccf576e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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