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소시간이었다.

청소???? 물론 안 한다.... ㅡㅡ;;;;;

걍 씰래씰래 돌아다니다가 우리반에 어떤 특이한 녀석과 시비가 붙었다.

그녀석은.... (편의상 해킹이라고 하자.) 컴퓨터와 서양 윤리에 무지 관심이 많은 녀석이었는데...

또 어디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

허생전은 독과점을 미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어 교과서에 실려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청소시간엔..... 노니라고 별로 생각을 안 했었는데....

그 담 시간.... 일반사회 시간에 슬슬 심심해 지니까....

갑자기 그 의견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되었다.

'반사회적인 한 인물의 교화를 위해서....' 는 단연코 아니고....

단지 안 자려고.... 

아주 친절하게..... 허생전이 교과서에 실리는 이유에 관해 쪽지를 보냈다.

'고등학생에게 '독과점'이라는 소재를 제공하여-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습의 질과 목표 달성 여부가 크게 좌우되지만- 독과점의 폐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이쓴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일케 열심히 써 줬드니만 해킹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럼 허생전은 일반사회로 옮겨야 하네 ㅡ＊ㅡ^
ㅡㅡ;;;;;;;;;;;;;;;;;;

그래서 다시 답장...
"일부의 언어학적인 소재를 다룬 지문을 제외한다면,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문들은 소재면에서 타 교과의 관심대상인 부분을 다루게 됨.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특질'은 윤리교과서로 가야 하고, '수난이대'는 국사로 가야 하게? 특히 허생전은 '문학은 시대상황을 반영한다.'라는 명제를 비교적 납납하게 가르칠 수 있는 쉬운 TEXT라는 점에서 국어 교과서에 실릴 가치가 있다고 보네용....."

답장.... 

인석 답장을 보고 난 할말을 잊었다.

'걍 빼라....'

녀석의 답장은?

"허생전은 불량한 TEXT 라구!
10년공부 때려치고 사업(그것도 불법 독과점)으로 성공한 이야기가 주 소재임.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까. 또한 허생 자신은 불법 독과점으로 떼돈을 벌었음에도 자신의 불법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않고 조선의 물류시스템이 후진적인 것만 개탄하였지.... 도둑이 금고를 털어놓고선 '보안이 허술한 게 문제라니깐요.'하는 상황 아닐까. 또한 도둑들에게 돈 100냥을 주며 소 한마리, 여자 하나 데리고 오너라. 함으로써 인신매매 사주에 직접 영향을 끼쳤지.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 ㅠ.ㅠ 또한 자신의 개혁 성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피한것은 사회에 무책임한 지식인의 양상을 보이지. (은둔사상) 급진 좌파들이 갑신정변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듯이 개혁은 시대 상황을 고려해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닐까?"

이상으로 일반사회 시간에 오갔던 쪽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