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사는 아니구여.. 친구가 두 마리를 키우는데 명절이나 그럴 때 제가 가서 봐줍니다. 4일나 5일정도...?
첫째는 다 컸고 둘째는 한창 놀 때입니다.
처음 갔을 때 낮에 자고 새벽엔 자꾸 궁디를 들이밀거나 제 배 위로 뛰어다니길래 내일 일어나면 두고보자 아주 숨 차게 놀아주마, 라며 잤습니다.
다음날 낮에 저는 할 걸 하고 저녁을 먹어 체력을 보충한 뒤.. 펜을 하나 들고..(오뎅꼬치가 없어서...)
두 마리 앞으로 가서... 휘모리장단에 맞춰 현란하게 펜을 흔듭니다. 잡혀줬다가 뺏었다가 책상 아래 들어가서 내밀었다가 숨겼다가 아주 쌩난리를 칩니다.
냥녕이들이 펜에 흥미를 잃으면 운동화끈을 꺼냅니다.
일어나서 미친듯이 흔들어줍니다. 거울에 비친 저를 보니 야차 같았지만 그래도 밤에 자야하니까 혼신의 힘을 다 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영혼 없이 흔들면 반응도 안 합니다.. 얘들은 쥐돌이도 안 가지고 놉니다.. 무조건 사람이 놀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한참 운동화끈을 가지고 놀면 슬슬 냥녕이들이 철푸덕 눕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죠. 작은 공을 꺼냅니다. 탄성이 아주 약간 있으면 베리베리굳! 던져줍니다. 튕겨주고요. 숨겨도봅니다. 고양이는 어지간해서는 공을 물어다가 제 손이 닿는 곳에 가져다 놓는 법이 없습니다. 저의 노동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그렇게 놀아주고 공이 어디론가 굴러가서 안 보이면 숨바꼭질 시작합니다. 하.. 이게 제일 힘듭니다. 저도 같이 네 발로 우다닥합니다. 그러다가 셋 다 숨이 가빠지면 잠시 쉬다가 펜이나 운동화끈을 다시 꺼내서 마무리놀이를 해줍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낭녕이들이 바닥에 누워서 눈만 움직이거나 발만 툭툭 내밀면서 숨을 몰아쉬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떳다 합니다. 그럼 성공입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조심조심 놀이기구를 다 숨깁니다. 불을 끄고 잡니다.
다 큰 녀석은 좀 덜 놀아줘도 오케이이지만 어린녀석은 두 시간 넘게 놀아줘야 꿀잠합니다. 그렇게 빡세게 놀아주면 다음날 아침에 밥 달라고 할 때까지 저를 깨우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이불 속에 들어와서 내내 잡니다. 가끔 자다 깨서 밥 좀 먹고 물 좀 마시는 거 말고는 아주 평화로운 밤입니다.
개묘차이 있을 수도 있구요, 저는 집사가 아니기에 이렇게 놀아주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그 뒤로 저만 보면 냥뇽냥뇽 하면서 놀아달라고 난리를 치는 걸 보니 이렇게 놀아주는 게 냥뇽이들은 썩 즐거운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