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증샷이다 그런데 댓글 수 엄청나네?' 하고 무심코 클릭한 글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74074&page=1&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74074&member_kind= 댓글들을 읽어 내려가며, '하하 재미있는 아가씨네, 술 한잔 하고 용기를 냈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라는 댓글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가 오유에 남긴 많지 않은 글들을 보면서 나는 슬퍼졌다.
http://todayhumor.co.kr/board/list.php?kind=member&mn=123902 2011년 8월 8일 그녀는 4년 째 열애 중이었고... 그녀의 글에는 설렘과 행복과 사랑이 가득했다.
1400 여 회의 조회수와 5개의 추천과 4개의 반대... 평범한 자랑글...
그런 그녀의 글 마지막 문장은 나중에 사연을 다 알고 나니 굉장히 서글프게 다가왔다...
"오유는 안생긴다는데... 저흰 둘 다 오유인인데도 잘 사귀지롱요 ㅋㅋㅋ
26살 동갑커플 잘 되라고 추천해주세요 헤헤"
그녀의 벙개글과, 피아노 교재 요청 글을 보면 그녀에게 우울증세가 있고,
우울증 때문인지 다른 질병 때문인지 모르지만 약을 복용 중이고,
투여량이 세 배로 늘어난 그 약 때문에 살이 찐다는 걸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녀는 벙개 자리에서 호탕하고 즐겁게 잘 놀았던 것 같다.
혼자 있으면 많이 우울해 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욱 활달하게 행동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약 6개월 가까이 그녀는 글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쏠로부대 입성'이란 제목으로 누구나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글이 남겨진다.
2012년 4월 12일 그녀는 5년 동안의 뜨거운 사랑을 어떤 이유로 끝내게 되고...
그녀에게 남은 건 59kg이라는 연애계산서.... 라고 보통은 그렇게 표현하겠지만
이 경우는 우울증과의 싸움에서 필연적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상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노와 실의에 빠진듯 한 그녀의 상태는 당시 그녀의 글 꼬릿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벚꽃 구경가서 커플들한테 썩은 계란이나 신나게 던져주고싶다]
그리고 2012년 5월 2일 처음 자신의 술상을 사진으로 찍어 오유에 올린다.
베오베 입성에도 성공한 그 글 제목은 <겨드랑이 냄새가 좋아!!>
이 글을 통해 그녀에겐 오유 내에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오프라인에서 본 적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5월 23일에는 아예 술상이 메인 테마인 게시글을 처음 올린다.
헤어진 지 40일 정도... 5년의 세월을 당연한 듯, 숨쉬는 듯 느껴오고 함께 했던
'사랑' 또는 그 대상의 상실을 점차 실감하며 '술'에 더 의존하게 되는 건 아닐까?
6일 후인 5월 29일 그녀는 또다른 술상 사진을 올린다.
6일 만에 마시는 술이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맨 첫줄에서 깨졌다.
"매일 소주만 마시다가"
아이러니 하게도 그날의 꼬릿말은 '다이어트중이므로 매일 술마십니다'
그녀는 이별 후, 변화된 자신의 상황과는 상관 없이, 언제나 그렇듯 한결같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적응을 위해, 일단 과거의 모습을 찾기로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겠지.
하지만 이미 사랑에, 둘에 익숙해져 버린 그녀의 마음은
그 사랑의 빈 자리를 술로 채우려 하고 있는 것이리라.
불과 이틀 후인 5월 31일.
또다른 술 상 사진과 꼬릿말 '매일 마시는 술 ㅋ 튀김만두는 파삭파삭 아오 맛있어 ㅠㅠ'
역시 매일 술을 마시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눈물 표시 '맛있는데 눈물이나... 너와 함께 였다면 더 맛있겠지...'
그리고 6월 2일 밤
그녀는 자신의 옛 사진들을 정리해서 올리며 자신의 세월을 다른 모르는 이의 눈을 통해 보려 한다.
그녀의 댓글들을 통해서 본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고 풋풋했던 사랑스럽던 여인이
20대 후반으로 시들어 가면서 실연, 우울, 술 등으로 망가져 버린 모습인 듯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이들의 댓글에 의하면 그녀는 아직도 충분히 젊고 아름다운 20대 여인이다.
많은 남자들에게 반 농담이긴 해도 '사귀고 싶은 여자' 이다.
그녀가 술을 그만 마셨으면 좋겠다.
그녀가 술 말고 다른, 좀 더 자신에게 유익한 마음 붙일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물론 심성 곱고 건강한 남자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그녀가 다시 피어났으면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비슷한 고민이 있는 나에게도 희망이 있을 테니...
글쓴이 '새우껍질' 양은 혹시 이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다면 이해해주세요.
제가 한 건 그냥 당신이 오유에 남겨놓은 발걸음을 되짚어 보고
혼자 상상한 것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