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 당원 중심 정당을 위한 혁신안 등등이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의 중요한 쟁점들 중 하나죠.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모두 최재성에게 러브콜을 하고
시스템 공천이랑 혁신안을 어떤 식으로든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김어준이
시스템 공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아시나요?
전 김어준이 시스템 공천 얘기를 자기입으로 들먹이는 것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혹시나해서 일부러 최재성 의원이 지선/재보궐에서 이긴 후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유툽비됴를 한번 더 봤습니다.
최재성 의원은 다스뵈이다에서도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이 정말 위대한 말입니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하시던 시절 도입한 시스템 공천의 위대성에 대해서 역설합니다.
그런데 김어준의 반응은 시무룩하네요.
그가 흔히 잘하는 추임새 넣기라든가 한걸음 더 들어간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턱을 손으로 괴고 약간 지겹다는 듯이 듣고만 있죠.
시스템 공천의 도입 때문에 문프가 받은 "친문패권"공격이
언급되었을때야 "친문패권 지겨워" 라고 추입새를 넣지
시스템 공천의 의미라던가 내용 자체에 대해선 무덤덤합니다.
김어준은 왜 시스템 공천에 관심이 없을까요?
"재미가 없으니깐"
김어준은 정치적 포지션이 무엇이든 간에
그에게 정치는 예능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것이 그의 공이기도 하죠.
정치를 예능처럼 재미있게 전달해서 많은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것.
그런데 그것이 그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무용담이나 인물평(인물까기)입니다.
깨놓고 말해서 김어준이 보는 정치는 게임 삼국지랑 비슷합니다.
게임 삼국지엔 전쟁/전투는 있지만 통치는 없습니다.
최재성을 소개할 때도 선거의 달인, 문재인의 호위무사로 표현합니다.
삼국지의 조자룡같이 능력치 쩌는 "장수"로만 보지
시스템 공천, 정당 혁신안을 완성시킬 문재인의 사무총장, 즉 "관료"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정치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즐겨쓰는 말이 "판세"입니다.
그 결과 최재성 의원에게 던지는 질문은 판세에 대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으로 정치가 어떻게 변화했냐?
지선에서 주목을 받은 김경수, 이재명, 박원순 미래는 어떻게 될까?
보수의 재편은 어떻게 이뤄질까?
앞으로 민주당 다음 집권 플랜은 뭐냐?
당대표 나갈 거냐?
정치를 이렇게 게임처럼 보다 보니깐
어떻게 보다 공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인가?
어떤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것인가?
라는 질문은 김어준에게서 부재합니다.
새누리/자미당 패거리들 vs. 범민주계열 (민주, 정의, 민평) 구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적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합니다.
뉴스공장 등에서 잠시 보이는 최저임금인상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도
적들이 공격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에 방어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룰 뿐입니다.
문재인 정권 2년차임에도 김어준의 관심은 새누리 패거리들과의 "전쟁"이지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통치"가 아닙니다.
민주당의 새 당대표도 문재인 정권의 통치를 보좌할 재상/관료 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적폐들과의 전쟁을 이끌 "총사령관"을 선호합니다.
이해찬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이재명을 아직도 살려두는 것은
이해찬이야말로 날카롭고 경험 많은 총사령관이라고 보기 때문이고
이재명은 잘만 쓰면 동탁을 죽인 여포처럼 쓸데가 있는 칼잽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총사령관이 독재를 하든 칼잽이의 도덕성이 개판이든 싸우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이해찬의 "적폐청산이 먼저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해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라는 주장도 김어준에게 크게 어필했을거구요.
문제는 문프가 집권 2년차에 원하는 당대표는 통치를 입법부에서 거들 "재상/관료"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2년차에서 가장 큰 정치적인 도전은 민생과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1-2년 내에 민생과 경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대승하기 어렵습니다.
총선에서 대승하지 못하면 국회에서 해결할 공수처 신설, 사법부 개혁 같은 굵직한 적폐청산도 어려워질 거구요.
김진표 의원이 주장한 대로 다음 총선은 경제 총선이 될 것입니다.
기레기들이 문정부를 물어뜯기에 사활을 걸어 문정부를 흔들긴 하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체감하는 경제를 기반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김어준이 반쪽짜리 문파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이라는 은둔고수가 강호에 나와 눈부신 대활약을 하는 것에 환호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 가치관, 정책에 대해선 진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반쪽짜리 문파.
김어준의 어처구니없는 김진표 디스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그는 아직도 통치보다는 전쟁이 좋고
시스템 공천이라는 정당 민주주의 매뉴얼보다는 신나는 무용담이 듣고 싶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