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학여행비를 안 낸 사람 앞으로 나오도록.
매우 불쾌하신 표정이셨습니다. 애들 몇몇이 앞으로 나가자...
선생님: 다른 반은 한 두명 빼고 다 돈을 냈는데 우리반만
무더기네 무더기... 허참...
수학여행비가 아마도 50000원쯤 되었을 겁니다.
선생님: 니들 가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라!!
선생님이 나가시자 마자,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나: 야! 이 쉬방스들아!! 니덜 때메 애매한 우리까지 공포분위기에
쫄자너!
결국, 수학여행 당일이 되었고, 모두들 서부역에 집합을 했습니다.
그런데, 인원을 파악해야 할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부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반장: 선생님! 우리 담임 선생님은 왜 안오세요?
부담임: 글쎄다? 연락이 없으셨는데...?
우리반이 수학여행 못가는 애들이 젤 많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화가 많이 나셨나...?
선생님 댁에 전화를 했지만 [모른다]라는 말만 들었을 뿐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선생님은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기차안에서 춤도 추고, 선생님들을 골탕먹일
작전을 짜느라 분주했습니다.
반장: 야! 너희들은 양심도 없냐?
나: 어쭈리~ 반장. 왜 소리를 지르냐?
반장: 선생님도 안 오시고, 같이 못가는 애들도 많은데 그렇게 신나?
나: 그럼 어떻게 해!! 수학여행 가는데 인상 쓰고 한숨 쉬면서 가야 하냐?
내편인 애덜: 야 형철아 참아라 참아. 반장이라고 뻐기고 싶은가 보지 머.
반장편인 애덜: 야 반장 참아라 참아. 재덜 원래 못 말리자너...
눈싸움이 오고 갔고 막 싸움이 벌어질 찰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학생주임 선생님께서 소리를 꽥 지르셨습니다.
학생주임: 니덜 기차에서 다 밀어 버린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우리는 모두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밥을 먹고, 드디어 선생님들을 골려줄 장난에 착수했습니다.
나: 히히~ 야 준비됐지?
불이야~! 하는 고함과 함께 우리는 난동을 부렸습니다. 화장실에
계시던 선생님들과 양치질을 하시던 선생님들이 후다닥 뛰어 나오셨고
여관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주동자인 저와 친구들은 무진장 맞았습니다.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디스코 타임~!!!
나: 아싸 가오리~ 이게 닭춤이다! 아싸!!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던 중, 갑자기 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잉? 음악이 꺼졌넹? 이 무신 변괴일꼬...?
토끼눈을 하고 두리번 거리던 저는 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 저저저저저....저건? 담임선생님????
이럴수가??? 아니 어떻게...?
선생님은 피곤하신 모습으로 디스코 타임 도중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곁엔 수학여행을 못 올 형편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고, 선생님은 우리반 애들을
불러, 마당에 집합을 시키시고는,
선생님: 수학여행은 고등학교 시절 가장 큰 추억이다.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간 다는건 있을 수 없다.
오늘, 선생님이 늦은 건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놈들 집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으니까...
선생님은, 봉고차를 빌리셔서 애들을 모두 데려 오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동안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 하다가
모두 박수를 쳤고, 뒤늦게 합류한 애들도 그제서야 조금은 어색한
기분을 풀은 듯 멋적게 웃었습니다.
먹을 걸 준비한 애들은 먹을 걸 나눠주었고, 우리반은 때아닌
모금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기념품이라도 살 돈을 모아 친구들에게
주기 위함이었죠. 3박 4일의 수학여행은 그렇게 훈훈하게 보냈습니다.
반장: 형철아, 아까 기차에서 참 미안했다.
나: 쉬방스... 내가 미안하지... 그나저나 울 선생님 넘 멋지다 그치?
스승의 날은 선생님들의 생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몇해 전 스승의 날
서울과 부산등의 초등학교는 등교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몇몇의 돈 밝히는 선생님들 때문에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피해를
본 것 같아 한쪽으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뺨을 맞았다고 선생님을 신고하고, 선생님을 집단으로 폭행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제자를 대하며 인격을 무시하는 일부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보면서, 또, [스승]의 참 의미를 배워야 할 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스승을 대하지 못하는 희한한 광경을 보면서 쓴 웃음만
나옵니다.
[스승]을 떠올리면 항상 [감사]가 먼저 나오고 [제자]를 떠올리면
항상 [미소]가 입가에 흐르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묵묵히 스승의 본분을 다하고 계실 선생님들과 제자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학생들이 대다수일거라 믿으며...
다요기의 미소하고 찡하고에서 업어온 글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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