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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우익/보수/친재벌 진영에서 찬양하는 것이 독일의 하르츠 개혁 (Hartz reform)입니다. 다음 기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獨 노동시장 기적을 이끈 '하르츠 개혁' http://news.mt.co.kr/mtview.php?no=2012020214295248942
하르츠 개혁에 대한 보수파의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2000년대 중반까지 독일은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신음하는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진보당이자 집권당이던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의 주도하에, 노동 시장 개혁을 했고, 그 위원장이 전 폭스바겐 이사 출신이던 페터 하르츠였으므로 이 개혁을 하르츠 개혁이라고 한다.
- 이 개혁의 골자는 복지 축소와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였고, 그 목적은 노동 시장의 효율화와 실업률 감소, 그리고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이다.
-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이다. 실업률은 대폭 감소되었고 독일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향상되었으며, 독일 경제는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르츠 개혁 이후 눈의 띄게 줄어드는 독일의 실업률)
위의 평가에 왜곡이나 허위 사실이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르츠 개혁에 어두운 면이 없느냐 하면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이, 보수층이 별로 강조하고 싶지 않은 부작용들이 있습니다.
- 독일의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대 말까지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유일한 EU 국가입니다.
- 이는 단순히 복지가 축소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언급할 이유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노동 유연성"이 좋아지고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들어든"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 보수파들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 수가 늘어서 결국은 노동자들에게도 이익' 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약간 사실과 어긋납니다. 노동 시장 규제 완화 덕분에, 소위 'mini-job' (한달에 400 유로 이하의 수입을 올리는 대신 세금과 사회보험료에서 면제되는 일자리)이 대폭 늘어나고, 또 노동자들이 과거보다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도 억지로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즉, 과거보다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해졌습니다.
- 과거 독일에서는 실업자들이 직장을 잃더라도 실업 수당을 꽤 풍족하게 받았습니다. 즉, 실직 이후 1년까지는 이전에 받던 급여의 60% (아이가 있다면 67%)를 받았고, 그 다음해에도 53%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실업 수당은 세금도 면제되었습니다. 즉, 마음에 드는 직장이 생길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이제 하르츠 개혁이 실시되면서 이 조건이 크게 나빠졌습니다. 실직 이후 1년차에는 여전히 이전 급여의 60%를 받습니다. 그러나 1년 이후가 되면, 이제 실업자는 한달에 391 유로 (약 48만원)만 받을 수 있고 (자녀 1인당 229~296 추가 수당 지급), 거기에 덧붙여 '적절한' 주거비를 추가로 받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돈으로는 독일처럼 물가가 비싼 곳은 물론, 한국에서도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 일이 이렇게 되니, 1년 이상 실직자는 당연히 더 나쁜 조건의 일자리라도 받아들여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미만의 실직자들도, 저런 열악한 실직 수당을 받는 신세가 되기 전에 서둘러 더 나쁜 조건의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효과까지 낳게 된 것입니다.
- 결과적으로 실업률은 내려 갔고,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소득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더 싼 임금에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면 당연히 임금이 내려가는 것이 시장 경제니까요.
(독일의 1인당 GDP는 쑥쑥 성장하는데, 독일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그닥....)
결과적으로, 하르츠 개혁 이후 독일은 부강해졌는데, 독일인들의 삶은 좀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여러 언론에서 하르츠 개혁을 "인기 없는 성공"이라고들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독일에서도 전에는 없었던 최저 임금제가 도입되는 등, 지금도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는 독일 내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르츠 개혁을 해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자, 즉 쉽게 말해서 정규직을 좀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복지 과다로 망국 포퓰리즘이 판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의 실업 수당은 최장 8개월, 이전 받던 급여의 50% (그래봐야 최대 1달에 130만원 정도 이하)만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과 독일의 실업 수당과는 달리 여기에는 별도로 주거비가 추가되지도 않습니다. 매우 열악해졌다는 하르츠 개혁 이후의 독일 실업 급여보다 훨씬 못한 조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독일처럼 노동 시장을 개혁하자'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 이 글은 다음 link의 기사들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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