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고백이란걸 해봤습니다.
저는 남자고 스무살이고 대학 새내기입니다.
고백한 그녀는 저랑 교양 같이 듣는(2개나!) 누나인데, 86이에요. 전 88이구요.
정말 엄청 용기를 내서 내일 만나기로 약속은 했는데;
만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밥 한번 같이 먹으면 안되요??" 요렇게 말해서 ㅜㅜ 다섯시 50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기는 싫어요 -_ㅜ 찻집에 가야 하나요? 아니면 밥먹기전에
어딜 들려야 하나요?
영화보자고 하기도 못하겠어요, 버스타고 멀리 가야되는데 가줄 것 같지도 않고..실례되는거 같기도 하고 -_ㅜ
도와주세요.
그녀와 만나서 무얼 해야 하나요 -_ㅜ
(일단 예정은 스파게티 집 갔다가 찻집으로 고고 ㅜㅜ인데...)
음..~ 고백한 과정 써볼께요. 재미 없을지라도 보고싶은분만 보세요 -_ㅜ
금욜 교양 시험이 끝나고, 제가 먼저 답안지를 냈기때문에 그녀가 시험을 다 칠떄까지 기다렸어요,
막상 그녀가 나왔는데 말은 못걸겠고..안절부절 하다가
일단 그녀를 뒤쫒아 갔어요. 정말 오늘만큼은 고백하자! 고 몇번이나 다짐했거든요.
무작정 따라가는데.. 1분이 지나고 3분이 지나도 말을 못걸겠는거에요.
태어나서 처음 하는 고백인데, 이렇게 힘들줄이야 -_ㅜ
계속~~ 쫒아가다가,
걸어가는 방향을 보고 기숙사식당을 가겠다 생각하고 만약 밥을 먹으면 '안녕하세요! 옆자리 앉아도 될까요?' 요런
레파토리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 죽을꺼 같네요...) 말걸까 하고 고민하면서 뒤를 쫒았어요.
혹시 뒤돌아 볼까봐 무서워서 땅만보고 쫄쫄 쫒아갔어요. 제3자가 봤으면 엄청 웃긴 상황 -_ㅜ
근데 이럴 수가! -_ㅜ 그 누나가 식당을 지나쳐 가네요. 기숙사 방향으로 쭉~ 올라가는데.
머리가 막..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구요. 수업이 12시 30분쯤에 끝나서 틀림없이 식당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지나쳐 가니까 어쩔 줄을 모르고 그자리에 뚝 서버렸어요.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
한 10초? 우두커니 서있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하고 막 뛰어서 쫒아갔어요.
금요일이라 다른 평일에 비해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기숙사 근처라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아무튼 발소리가 크게 들렸나 봐요 ㅜㅜ 그 누나가 뒤를 돌아본 거에요.
갑자기 뒤 돌아보니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쑥쓰러워서 한 10초 있다가 일단 냉큼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어요.
그 누나가 "누구세요?" 하길래 "아...음... 교양 같이듣는.." 이러니까 "무슨 교양이요? 아, 방금 그거요? 안녕하세요;"
하고 엄청 당황해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또 정적..엄청 뻘쭘하더라구요. 전혀 준비가 안됬으니까. -_ㅜ 진짜 쪽팔리고,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진짜 둔한사람 아니면 상대가 이렇게까지 하면 그 의도를 눈치 채잖아요.. 딱 눈치를 채신건 맞는데,
되게 당황스럽고 그러셔서 말을 못이으시더라구요 ㅜㅜ 저도 진짜 태어나서 첨하는 고백이라 말도 잘 못하고.
그래서 요런 대화가 ㅜㅜ
"안녕하세요..아..음..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음..교양 같이 들어요..;"
"아 뭐요? 방금.."
"아..요것도 듣고요. 화목에 한국의 현대문학아고 요거하고..두개요." (-_-; 말한거 또말했어요 ㅠㅠ)
"아 예..."
"저..음.."
근데 그 때!!! ㅜㅜ 그 누나 약지에 금빛 반지가 껴 있는거에요. 정말로 몰랐어요. 금반지가 되게 얇아서 (거기다 누나 손도 작아서) 안보였던 거에요. 몇번이나 확인했는데! ㅜㅜ
진짜 거짓말 안하고 팍 주저앉았어요 -,-;; 지금 생각해면 쪽팔려서 죽고싶은데..
"아..반지..있었네요..아..몰랐어요..죄송해요."
ㅜㅜ 쭈구려서 요렇게 말했는데. (다행히 근처에 사람은 없었던거 같아요.)
"진짜 몰랐어요... 죄송해요.."
"아..저 무슨 말씀이신진 알겠는데요~~~;"
"예..ㅜㅜ"
"제가 그쪽 첨보고..음..그래서 되게 당황스럽네요;;"
엥? 분위기가 쫌 이상하네요..~~ 보통 남친있으면 거절부터 할텐데~~ 쪼~끔 돌려서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죠.
"아..저 그 반지..애인 있는거 아니세요?"
"아.. 이건 친구랑 맞춘..의미있는 반지에요."
말투에 거짓은 쪼금도 없었어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_-+;;
진짜~ 완전 안심했어요. 하늘이 노래졌다가 다시 파래..아니 황금빛이 되는 기분-_-;;
"아 그러셨구나 ㅜㅜㅜ 왜 그랬어요~~ 진짜..울뻔했잖아요~"
-,-;; 갑자기 어리광부리는 말투가 되버렸네요.
"아..이건 의미가 있는거거든요;;"
그리고 또 정적.
"아..음.. 저.. ㅜㅜ"
대충 눈치를 까시고 누나가
"예..근데 전 아직 그쪽도 잘 모르고.."
"아..음..전 XX학부 07 @@@에요..안녕하세요."
"아..그러세요? 어디사세요?"
"아..저 XX이요."
"아 전 XX에요.. 옆에~~ 아시죠?"
"예 알아요"
"아..그럼 고등학교도 XX에서 나오셨어요?"
"...예~~"
"아..저 ㅁㅁ여고나왔는데..어디나오셨어요?"
"어 그러세요? 저 ㅁㅁ여고 알아요. 전 ㅇㅇ고 나왔어요."
전 지금까지 고백하면 OK 아니면 NO 인줄 알았어요 ㅜㅜ 아니면 친구로 지내자~~ 모 이런거.
근데 말투가 잘 모르니까 대답을 못하겠다..뭐 이렇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첨보는 사람한테 OK NO 가 없더라구요 ㅜㅜ 하긴 내가 그 누나라도 난생 첨 보는 사람인데
좋고 말고가 어딨겠어요. 물론 나는 교양때마다 맨날 봐왔지만 -,-;;;
일단 고걸 말했어요.
"아..음 제가 누나..그 현대문학 발표 이후부터 오늘까지...예.."
봤었다. 라는 말이 쑥쓰럽더라구요.
"아..그러셨구나.."
"그래서 말인데..밥 한번 같이 먹어주시면 안되요?"
"예?"
"아..음..지금 밥안드실꺼에요? 안배고프세요?"
"아..예...지금 제가 기숙사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거기 가고 있었거든요."
"급한 약속인가요? 밥 안드세요? ㅜㅜ"
"친구랑 뭐하고..밥도 같이 먹기로 했거든요."
되게 난감하더라구요. 거절당한건가. 하고 눈물도 좀 나고.
"저..혹시 제가 음.. 싫으세요?? ㅜㅜ"
"아..좋고 싫고 그런게 아니구요..오늘 첨 얘기하고 또..음.. 절대로 싫고 좋고 그런게 아니구요."
그 누나 말하는게 엄청 착해요. ㅜㅜ 그래서 상처안주게 거절하려는건가도 생각해보고
근데 제가 그날(금요일) MT를 가거든요 ㅜㅜ 일요일까지. 그래서 주말 말은 못꺼내고
"네..그럼 화요일은..안되세요?" (제가 월요일은 동아리 모임이 있었어요 ㅜㅜ!!)
"저 그날 시험있는데.."
ㅜㅜ 나는 오늘 시험이 마지막이었는데!!
"시험 끝나고는요? 시험 몇시까지 치세요?"
"아..저 5시에 시작하는데..그거 끝나고 그주 조모임하는거 있어서..그날 다 끝내려고 했거든요.."
아..거절인가 ㅜㅜㅜ 하고 포기하려다가, 마지막으로 딱 한번 물어봤어요.
엄청 떨면서
"수요일은..안되세요?"
"수요일은..제가 교양있는데.."
아 ㅜㅜ 미치겠다.
"교양..뭐요? 몇시에 하세요?"
무슨..에어로빅인가? ㅜㅜ 체육관에서 하신데요. 근데 5시 50분쯤에 끝나니까 그 때라도 괜찮으면 좋다고!!
해주신거에요 ㅜㅜ
그래서 엄청 떨면서..고맙다고 고맙다고 하고 막 뛰어왔어요 -_-;;
(그리고!!
-,-;; 바로 중고 같이나온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 누나 정보 알려달라구 했어요 ㅜㅜ
갸가 여자를 무진장 많이 알아서 ㅁㅁ여고에 친구가 그렇게 많거든요 -,-;;
혹시 86년생중에 ㅇㅇㅇ알 수 있겠냐고..취향이나 좋아하는 거 알려달라구.
근데 대답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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